최종편집 : 2020-07-07 16:45 (화)
전쟁 위기 속의 미국, 트럼프의 신뢰도 시험대
상태바
전쟁 위기 속의 미국, 트럼프의 신뢰도 시험대
  • 이정필
  • 승인 2020.01.07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A=이정필) 1991년 1월 “사막의 폭풍 작전”이 개시될 때 조지 H 부시 미국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집트,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한국 등 28개국이 참여한 다국적연합군을 결성해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를 쫓아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5개월 앞서 무력으로 쿠웨이트를 점령하자마자 부시 대통령은 소련과 중국의 동의를 얻어 걸프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전세계 우방국가들을 설득해 걸프전을 준비했다. 부시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은 미국의 전쟁수행능력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입증한 것이었다.

911 테러로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있었고 이때도 미국은 글로벌 지지를 확보해 연합군 성격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에 놓였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혁명군수비대 최정예군(Quds Force)사령관 거샘 솔레이마니의 표적살인(Targeted Killings)을 명령함으로써 스스로 전쟁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란은 보복 공격을 발표했고 미국은 3천명의 미군을 중동에 증파하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는 이란이 군사 보복할 경우 52개 지역을 공격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세계는 걱정어린 눈 빛으로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 전쟁 수행 능력 있는가?

그러나 지금 미국 워싱턴에서는 전쟁을 수행할 만큼 준비된 백악관인가에 대한 의문이 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3년간 보여준 그의 행태는 지금과 같은 전쟁 위기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단지 트럼프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이란이 공식적으로 보복하겠다고 발표한 이상 미국은 테러 억지와 전쟁 가능성 양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주변에는 전쟁이나 대테러전을 수행할만한 유능한 참모도 없고 세계 정상들로부터의 지지를 이끌어낼 외교적 능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통령들은 군사충돌이나 테러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뢰하는 보좌관들과 능력있는 안보 담당자들로 구성된 팀으로부터 조언을 들어왔다. 의회와는 초당적 협조를 당부하고 우방국 정상들에게는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한 협력과 지지를 구했다. 이런 노력과 과정은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국가안보(NSC)팀은 인력난에 허덕여왔으며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탄핵정국으로 백악관 참모진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얼굴조차 보기 힘든 지경이다.

탄핵의 빌미가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전까지 트럼프는 사실상 3년의 재임중 자신을 보좌해야할 엘리트 정보 기관들을 공격하기 바빴다. 정보 당국이 자신을 음해한다고 공격함으로써 조직의 사기를 떨어트렸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정보 기관들을 각자도생해야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또 위중한 상황속에서 지지를 얻어내야할 전통 우방국들과의 신뢰 관계는 산산히 부서졌다. 불필요한 자기 과시와 자랑질 그리고 가짜 뉴스 트위트로 미국 대통령의로서의 권위와 위신은 날개없는 추락 신세로 전락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3년동안의 각종 외교적 참사를 돌아보면 트럼프와 그의 백악관 참모들이 현재의 중동 위기를 극복할 대비책을 가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트럼프의 결정 패턴

유력 주간지 더 애틀랜틱 최신호에 기고한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의 엘리옷 코헨교수는 “트럼프대통령은 2수 3수를 내다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한번에 하나씩 매사에 충동적인 결정만 내린다”면서 “무늬만 터프한 사람을 어떻게 진정한 위기 관리자라고 할수있겠는가”하며 이란과의 충돌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 존 맥러플린 전CIA 부국장은 5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너무 많다”며 “이란의 군사 보복 능력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참모 무시 패턴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결정 패턴 역시 문제다. 검증된 증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에 따른 즉흥적인 결정을 수없이 내리는 것을 보여줬다. 정치적으로는 그런 성향이 이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월드 리더의 그러한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맥러플린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와 그의 각료들에 대해 두가지 걱정을 말한다. “무경험과 신뢰 제로의 상황.”  

트럼프 행정부의 위기관리 모습도 매우 상징적이다. 솔레이마니 암살작전이 실행된 이후 지금까지 트럼프의 트위터를 제외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단 한 사람만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폼페이오장관은 지난 4일 모든 메이저 방송사에 출연해 작전의 결정 과정과 작전 후의 대책을 설명하며 백악관 대변인의 역할까지 혼자 담당했다. 국방부나 작전담당 군사령부, NSC 보좌관,, 정보담당 관리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폼페이오의 설명도 시간이 지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외 미국인 시설에 대한 솔레이마니 주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당국의 경고”를 받아 표적살인 작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당국으로부터 상시 브리핑을 받고 있는 미의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최근들어 솔레이마니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거론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폼페이오는 또 “이제 세상은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했지만 국무부는 이라크의 미국인들에게는 빨리 출국하라고 경고했다. 또 암살 공격이 이란과의 충돌 기회를 억제했다고 말해놓고나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3천명의 미군을 중동에 증파한다고 발표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위기관리 전문가 사라진 백악관

폼페이오가 행정부를 대표해서 원맨쇼를 하는 것도 알고보면 트럼프의 백악관에 고위 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해병사령관으로 실전을 주도했고 중동문제 최고의 군사전문가인 짐 마티스가 국방부장관을 사임한 것은 1년 전의 일이다. 트럼프는 또 지금까지 3명의 국가안보보좌관을 갈아치웠다. 존 볼튼을 제외한 마이클 플린과 H. R. 맥매스터는 모두 군사 및 대테러 전문가들이었다. 

반면 지난 9월 볼튼 후임으로 임명된 로버트 C 오브라이언 신임 안보보좌관은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상전문 법무담당관을 지냈고 유물 밀매와 문화정책 고문이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무부 인질특사로 지내다 안보보좌관으로 입성했다. 안보전문가로 보기에는 함량미달이란게 주변의 인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NSC팀은 그동안 대테러 정보수집 및 분석과 관련해 전문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워싱턴 인사이더들이 걱정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감행한다면 이라크와 시리아 내의 무장단체 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민병대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국의 대테러 억지 능력은 CIA, FBI 그리고 군첩보망과의 협조관계에서 출발한다. 유관기관들의 협력속에서 정보를 수집, 모니터링하고 최종 조언하는게 NSC 대테러 담당관의 역할이다. 하지만 현재 NSC 대테러 담당관 카쉬 파텔은 불과 한달전에 임명됐다. 그는 공화당 데이빈 누네스하원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알려진 바로는 트럼프가 CIA와 FBI 조직을 상대로 무능력한 기관이라고 트윗을 날릴 당시 트럼프에게 정보를 제공한 자가 바로 파텔이다. 

 

국제적 신뢰 잃은 트럼프의 판단들

트럼프가 지난 3년 동안 미정보 기관을 공격하고 무능력한 기관으로 치부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2016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개입에서부터 사우디 아라비아 왕자의 미국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에 대한 고급 정보들이 백악관에 보고됐어도 모두 무시한게 트럼프다. 

상황이 이럼에도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솔레이마니 표적살인이 지금까지 자신들이 무능하다고 조롱한 “정보기관의 분석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한다. 폼페이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들의 분석이 만들어졌고 대통령은 그런 정보를 토대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런 정보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위기를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7년전 이라크 전쟁이 대량파괴무기(WMD)를 사담 후세인이 갖고 있다는 가짜 정보에 비롯된 사실을 들어 정보기관을 우습게 보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의 이라크 전쟁 결정이 역사에 오점을 남겼고 중동정책의 신뢰도를 바닥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확증편향적 가짜 뉴스 트위트를 1만5천개 이상 날리는 행태 역시 미국의 신뢰도 추락에 부채질한 매일반이다.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찰스 드골 프랑스 대통령에게 쿠바미사일 현황을 브리핑하기 위해 특사를 보냈을때 드골 대통령은 특사의 설명을 가로막고 “다 필요없다 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던 일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외국정상이 미국 대통령에 대해 100%의 신뢰를 보낸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하거나 전쟁을 개시할 경우 고급 정보 수집과 분석, 그리고 외국정상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지금 백악관의 행태는 5살 아이가 첨단 무기를 들고 장난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