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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2차공판①] 대여금의 가장 확실한 증거, ‘금전소비대차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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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2차공판①] 대여금의 가장 확실한 증거, ‘금전소비대차계약서’
  • 박지훈
  • 승인 2020.02.0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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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뉴스1
서울중앙지방법원/뉴스1

모든 혐의의 대전제, ‘투자’와 ‘실권자’

어제 정경심 교수 2차 공판은, 검찰의 주장들에 대해 정 교수측 변호인들이 처음으로 공식 반박에 나선 자리였다. 이미 예고한 대로 변호인 측에서 많은 놀라운 진술들이 이어졌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백미는, 정교수에게 씌워진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한 반박이었다.

정교수에 대한 공소장에서 검찰의 주장은 ▲정경심 교수가 2015년 12월에 5억, 2017년 3월에 5억등 총 10억을 조범동 혹은 코링크에 '투자' 했으면서, ▲허위 컨설팅계약을 맺고 그 컨설팅 용역비로 위장해서, 코링크로부터 부당하게 매월 860만원씩 총 1억5천7백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투자를 했으면서 1.5억을 받아 챙긴 것이 횡령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혐의의 피고인으로 조범동과 정경심교수를 공범으로 기소하였다.

이런 주장이 성립되려면 두 가지 AND 조건의 전제들이 필요하다. 먼저 정교수가 코링크의 임직원이거나 적어도 임직원에 준하는 정도의 위치였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검찰 주장대로 총 10억원이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이어야만 한다. 물론, 둘 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성립이 안 되면 업무상횡령 혐의는 저 멀리 떠나가 버린다.

이번 공판에서 변호인 측이 가장 먼저 검찰의 논리를 확실히 허물어뜨린 것이 바로 이 '투자금 vs. 대여금' 여부다. 변호인 측은 지금까지 나왔던 정황 증거도 아닌 명시적인 서류 증거를 제시했다. 바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다.

 

호송차에 오르는 조범동씨/뉴스1
호송차에 오르는 조범동씨/뉴스1

부인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증거 ‘계약서’

정 교수 측 변호인은 "2015년 12월 거래는 여유자금을 찾던 중 조범동씨에게 상담을 하고 조 씨의 처 이모씨의 계좌로 5억원을 맡기고 10% 이자를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 측은 "조범동씨와 이 씨가 작성한 소비대차계약서가 있고, 대여기간 등이 기재돼 있다. (이율은)연 11%로 돼 있고, 당사자 간에는 10%로 약정이 돼서 계약서 내용이 일부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5억 원의 소비대차계약이 있었다는 것은 입증이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날짜가 2016년으로 돼 있다"고 지적하자, 정 교수 측은 "오타"라며 "조씨가 안정적인 수익으로 돌려줄 테니 빌려달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변호인 측이 제시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작성일자가 ‘2016년 12월 30일’로 되어 있지만 계약서 내용에는 대여기간이 “2015년 12월 30일부터 2017년 12월 30일까지”로 되어 있고, 이자지급방법 및 시기도 “2016년 1월 2일로부터”로 되어 있어 계약일자의 “2016년”이 오타라는 사실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이 10억원이 투자가 아닌 대여금이라는 간접 증거는 그야말로 차고 넘쳤다. 특히 며칠전 조범동 공판에서는, 피고인측 증인도 아닌 검찰측 증인인 이상훈 코링크 대표가 변호인 반대심문에서 '대여금 이자'라고 명확하게 증언을 했고, 그 이전 공판에서도 코링크 직원이 작성한 검찰 측 증거자료에서 매월 860만원 지급한 것이 이자였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던 것이 지적되었다. 즉 증언, 정황 증거, 서류 증거 모두가 일치해서 '투자가 아닌 대여'였음을 흔들림 없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원론상 계약서라는 서류 증거까지 꼭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이, 투자냐 대여냐의 분쟁이 매우 많이 벌어지는 민사소송의 경우, 이럴 때 서류 근거보다 1. 원금보장 여부, 2. 정기적인 이자 지급 여부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보는 원칙이 이미 수많은 판례로 정립되어 있다.

하지만 검찰은 그런 판례들에도 불구하고, '투자'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라면서 2017년 3월의 2차 5억 전달시 정교수 동생이 지분투자를 했다고 되어있는 문서들을 내세워왔다.

 

정경심 교수 변호인단 김칠준 변호사/뉴스1
정경심 교수 변호인단 김칠준 변호사/뉴스1

자기부정, 동문서답, 우물에서 숭늉 찾기

그러나 검찰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대여가 아닌 투자라고 반박했다.

1. 변호인이 제시한 문건은 투자관계나 다른 사실관계를 숨기기 위해 실질적 대여자가 아닌 이씨의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진정한 문서로 보기 어렵다.

2. 피고인과 조씨의 녹취에서 검찰이 투자라고 판단한 것은 하나의 문건에 있는 투자라는 단어를 보고 한 것이 아니라 투자로 해석할 여지가 혼재돼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9일자 녹취록에 보면 '돈을 제가 잘 관리해서 두 분(정경심 교수, 정 교수의 동생 정 모씨) 다 석세스한 투자 결과 말씀드렸다'고 했다. 수익이 있으니까 나눠줄 수 있는 것이지, 대여계약이면 나눠줄 필요가 없다.

3. 코링크 법인이 매달 지급할 의무가 없는 돈을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준 것이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1번 “투자관계나 다른 사실관계를 숨기기 위해 실질적 대여자가 아닌 이씨의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진정한 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은 역으로 검찰 측 증거 역시도 똑같이 무력화시키는, 스스로 자살골을 넣는 수준의 주장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투자 증명 문서 증거와 변호인 측의 대여 증명 문서 증거가 정면으로 부딪히는데, 그중 검사 편의에 맞게 선택적으로 대여 증거만을 '진정한 문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검사측이 투자 근거로 내놓은 문서들은 도대체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서 '진정한 문서'라고 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검사 측에 의미심장한 주문을 남겼는데, 정교수가 코링크의 투자자로서 주주였다면, 주주로서 활동한 근거가 남아있지 않겠느냐, 즉 주주총회 같은 회의 등에 참석한 근거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니 그런 근거를 제출해달라고 한 것이다. 다음 공판에서 과연 검사는 이런 재판부의 주문에 부응해서 정교수의 '주주 활동 증거'를 제출할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뉴스1
서울중앙지방법원/뉴스1

2번 “2018년 2월 9일자 녹취록”은 의도적인 동문서답이고 재판부 기만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녹취록의 2018년 2월은 각 5억 원씩 두 차례 전달된 2015년 12월과 2017년 2월과는 영 동떨어지고, 대신 정교수와 동생이 블루펀드 투자를 한 시기인 2017년 7월에 훨씬 가깝다. 즉 이 녹취록에서 조범동이 지칭한 '두 분의 투자'는, 대여금 10억이 아니라 블루펀드 투자액 총 14억(정교수+동생)을 가리킨 것이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검사들은 의도적으로 블라인드펀드 투자금의 수익을 거론한 녹취록을 마치 대여금 10억을 거론한 녹취인 것처럼 꾸며 재판부를 속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3번 “코링크 법인이 매달 지급할 의무가 없는 돈을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준 것” 역시 재판부 기만적인 주장인데, 물론 말 자체는 맞다. 법인 코링크가 지급할 의무가 없는 돈을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준 것이므로 분명히 횡령죄가 성립한다. 더욱이 첫 번째 대여금은 코링크의 설립 전 시점이므로 그걸 코링크 자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 처리하든 무조건 횡령이다.

그런데, 코링크 직원도 투자자도 아닌 정교수는 명목이 무엇이든 단지 조범동이 약속했던 이자를 받았을 뿐 이 횡령 범죄와는 전혀 무관하고, 오직 조범동 만이 횡령죄 범인으로 남게 된다.

 

검찰/뉴스1
검찰/뉴스1

이 재판은 정경심 재판인가, 조범동 재판인가?

'이 산이 그 산이 아닌가' 식의 혼란이 발생할 지경인데, 이 공판은 조범동이 아닌 정경심 교수에 대한 공판이다. 그런데 정교수 공판에서 조범동의 혐의만 남은 것을 가지고는 '횡령죄는 여전히 성립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말이 맞긴 맞는데 그건 다른 재판정에 가서 외치시라, 재판정 잘못 찾아오신 검사님들아.

다른 언론에서도 많이 소개된 것처럼 변호인은 이와 관련된 정 교수와 동생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정 교수는 동생에게 “나한테 줄래? 조범동에게 줄래? 네 마음대로 해라. 조범동에게 주고 대표는 내 이름으로 하고 이자수익을 나누면 될 것 같아. 오빠(조국) 때문에 형제 간에도 정확한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사실 너와 나 사이에 몇억이 왔다갔다 해도 서로 믿는 사이인데”라고 말하고 있다. 변호인은 "정씨가 (조씨에게 준 5억원을) 대여와 이자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보다시피, 이제 검찰이 코링크 투자금이라고 주장해왔던 10억 원이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었다는 사실은 충분하고도 넘칠 만큼 증명이 되었다.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무력화시킬 만한 엄청난 증거를 새로 제시하지 않는 한 이 재판은 하나마나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10억은 투자금인데도 회사 자금을 횡령해서 수익금을 빼돌렸다'라고 혐의를 명시했는데, 투자가 아닌 대여금이었던 것이 확고하게 증명되므로 이 공소장 내용의 대전제가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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