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7-07 16:45 (화)
[정경심 2차공판③] ‘여회장.hwp’ 파일의 허탈한 비밀
상태바
[정경심 2차공판③] ‘여회장.hwp’ 파일의 허탈한 비밀
  • 박지훈
  • 승인 2020.02.01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
2019년 10월 15일 중앙일보 보도

앞서 정경심 교수에 씌워진 핵심 혐의인 업무상횡령의 거의 완벽한 불성립 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했고, 이제 어제 공판에서 그보다는 조금은 덜 중요한 내용들을 써보자. 물론, '덜' 중요하다고 해도 여전히 충분히 중요하고, 검사들의 기막힌 허풍이 영혼이 이탈할 정도로 탈탈 털리는 서스펜스도 넘친다. 기대하시라.

먼저 거론할 것은, '여회장' 문건에 대한 변호인측 설명이다. 이 '여회장' 문건 논란은, 검찰이 정교수를 코링크의 실질 지배자라는 취지로 퍼뜨렸던 것으로, 지난 10월 15일에 중앙일보 단독받아쓰기로 보도됐던 내용이다.

당시 검사들이 중앙 기자에게 불러준 내용에 따르면, 발견된 파일 이름은 "여회장.hwp"이며, 파일이 작성된 일시는 2016년이었다. 검찰은 이 파일 이름과 작성일시가 코링크 블루펀드 투자 이전인 2016년이라는 것만 가지고, 정교수가 코링크를 실질 지배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이 파일에 대한 이날 변호인측의 반박을 들어보면, 그 진실은 정말로 턱이 땅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닐 정도로 기가 막힌다.

가장 먼저, 파일 이름 자체가 검찰이 이전에 흘렸던 것과 다르다. "여회장.hwp"가 아니라 "증자제안 및 수락(계약)-여회장.hwp" 였다. 당초 검찰이 흘린 파일 이름에서는 파일 내용에 대한 유추가 불가능하고 '여회장' 문구만 주목시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실제의 파일 이름은 그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 차이가 상당히 크다.

 

서울중앙지방법원/뉴스1
서울중앙지방법원/뉴스1

더욱이, 정교수 변호인측은 이번에 검찰로부터 입수한 검찰측 참고인 신문조서를 공개했는데, 코링크 관계자인 이모씨와의 질답 내용이다. 이 조서의 내용은, 자신이 파일명에 '여회장'을 붙여서 작성을 했고, 검사가 그 사유를 묻자 기가 막힌 설명을 내놓는다.

검사: 진술인은 왜 '여회장'이라고 기재하였는가요.

이모씨: 파일에 특징을 지을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조범동이 '여성 회장분이 들어온다'고 하였기 때문에 '여회장'이라고 기재한 것입니다

파일을 마땅히 구별해서 이름 붙일 특이점이 없는데 마침 조범동이 '여성인 회장'이라고 불러줬기 때문에 '여회장'을 붙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파일의 이름 붙이기 스타일을 보면, 흔히 같은 양식의 문서를 여럿 만들 때, 각각을 대상별로 구별하기 위해 양식이름 뒤에 대상자 이름을 갖다붙이는 형식과 일치한다. 나도, 내가 다녔던 회사들에서도, 내 거래처에서도, 각급 관공서에서도 이런 형식의 네이밍을 아주 흔하게 한다.

즉, 쉽게 말하자면, 만약 이 직원이 정경심 교수의 이름을 사전에 명확히 알았다면, '여회장'이라고 붙이는 대신 '정경심'을 붙여, 이렇게 파일 이름을 정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증자제안 및 수락(계약)-정경심.hwp"

검찰이 마치 거대한 배후라도 되는 양 정교수를 몰아세웠던 이 '여회장' 파일 논란이, 단지 이 코링크 직원이 단지 정교수의 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사소한 일을 검사들이 마구 부풀려 악용한 것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이 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위해 출석,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조국 장관 5촌 조카 조 모씨 등과 함께 WFM·웰스씨앤티 등 투자기업 자금 5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19.9.17/뉴스1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이 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위해 출석,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조국 장관 5촌 조카 조 모씨 등과 함께 WFM·웰스씨앤티 등 투자기업 자금 5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19.9.17/뉴스1

변호인이 공개한 조서 일부 내용에서 보다시피, 검사들은 해당 파일 작성자를 직접 신문함으로써 파일 이름에 '여회장'이 붙은 사유를 너무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실관계를 고의로 왜곡해서 언플을 한 것이다. 파일의 목적이 짐작될 수 있는 파일 이름 전체가 아닌 "여회장.hwp"라고 변조해서 퍼뜨린 것도 역시 같은 목적임이 분명해 보인다. 어떻게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대한민국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국민 사기다.

여기서 콕. 이제, 중앙일보 정진호 기자와 법조팀장, 편집장에게 한번 물어보자. 이렇게 검사들에게 악랄하게 악용당할 가능성을, 과연 조금도 의심조차 못하고서 받아쓰고 단독 타이틀까지 달았던 것인가? 나는 정말로, 미.치.도.록. 궁금하다. 당신들 이번에 검사 처음 겪어보나? 정말 완벽하게 순진하게, 검사들에게 속기만 한 것인가?

그렇다고 대답할 거라면 당신들은 기막히도록 무능한 것이고, 아니라면 당신들은 기막히도록 부도덕한 것이다. 택일하라, 중앙일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