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3차공판②] 검찰 주장 미공개정보는 이미 공개된 정보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6 14: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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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의혹에 이어 변호인단이 해명한 내용은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에 대한 것이다. 미공개중요정보 혐의에 대한 변호인의 변론은, 전체적으로 그런 정보를 전달 받은 사실이 없고, 동시에 '중요한 정보'가 되지도 않았다는 취지였다.



서울중앙지법/뉴스1
서울중앙지법/뉴스1

2개 계좌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적용 불가능


일단 먼저 전제해야 할 중요한 내용은, 앞서 글에서 설명한 변호인의 반박대로, 검찰이 주장하는 '정교수의 차명계좌' 세 가지(구체적으로는 동생 정광보씨의 계좌 세개, 지인 이모씨 명의의 계좌, 헤어디자이너 구모씨의 계좌) 중에서, 지인 이모씨의 선물옵션 계좌만 실제 차명계좌이고 다른 두 사람의 계좌는 실제 해당 계좌 명의자들이 직접 운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주장하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에 사용된 계좌는 동생 정광보씨의 계좌와 헤어디자이너 구모씨의 계좌로서, 둘 다 정교수가 차명으로 운용한 것이 아닌 명의자들이 직접 운용한 것이다. 따라서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는 정교수에게 아예 적용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매우 안타깝게도, 어제 공판 소식을 전한 언론들도 다른 채널들도 이 결정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전한 곳이 전혀 없었다. 어쩌면 '변호인의 설명이 충분히 친절하지 못해서' 였을지도 모르겠으나, 이 사모펀드 전체의 맥락을 대충이라도 파악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었던 문제였다.



정경심 교수 재판 방청객/뉴스1
정경심 교수 재판 방청객/뉴스1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으로 실익 없어


그 다음으로 따질 것이(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지만), 정교수 본인이든 아니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으로 과연 누군가가 실제로 이익을 보았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수없이 반복해서 주장했던 문제인데, 검찰이 공소장에서 정교수가 미공개중요정보를 취득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한 전후의 시기 동안, 실질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한 검찰은 기소 전까지 다분히 고의적으로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언론들이 제멋대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봤을 것이라는 엉터리 기사들을 쏟아냈었는데, 막상 공소장에 적시된 일시 전후를 살펴보면 주가가 상승한 적이 없었고 도리어 더 하락하였다.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항변한 내용은, 2018년 2월 13일 보도된 공개된 '자동차부품연구원의 평가시험' 정보의 경우 해당 날짜 전후의 주가를 살펴보면, 2월 9일까지 지속적으로 소폭 상승하던 주가가 2월 12일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이후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이 가장 주요하게 주장을 이어왔던 '실물주식 12만주'의 경우 매각조차 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주가가 폭락했고, 수사 과정에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채로) 실물 그대로 정광보씨 자택에서 발견되었다. 검찰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으로 인한 이익은 애초부터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공판에서도 정교수측 변호인은 이 부분을 주요하게 주장했다.



정경심 교수 변호인단 김칠준 변호사/뉴스1
정경심 교수 변호인단 김칠준 변호사/뉴스1

검찰 주장 미공개 정보는 이미 공개된 내용


더욱 기막히는 부분은 공소장의 두번째 미공개중요정보 혐의다. 두번째 혐의에서 검찰이 지목한 '호재'인 2018년 11월 5일의 중국 MOU 소식의 경우,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보가 드러난 보도 시점을 당일 장 마감 이후인 "11월 5일 17시33분"이라고 적시하고, 해당 구모씨 계좌는 그보다 이전의 장중 시간인 "11월 5일 11시 14분부터 11시 31분 사이"에 주식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방금 실제로 보도를 찾아보니, 해당 정보가 언론 기사로 공개된 시기는, 최초 보도인 아시아경제의 보도 시간이 11월 5일 오전 10시 55분으로, 검찰 주장의 시점보다 반나절이나 앞설 뿐만 아니라, 주식을 매입했다고 주장한 시간보다도 이전이다. 즉 검찰 주장과 정반대로 전후관계가 뒤집어져, 계좌를 운용한 것이 누구이든 무관하게 미공개중요정보이용이라는 혐의 자체가 아예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정교수 변호인단에서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면 향후 공판에서 적극 활용하시면 좋겠다. 정교수의 차명운용 계좌가 아닌 명의자인 구모씨가 직접 운용한 계좌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항변이 가능한 문제이긴 하지만, 검찰의 어거지 주장은 더욱 철저히 타파할 수록 좋지 않겠는가.)



공개 시점 무시한 ‘미공개정보’ 억지 기소


그런데, 가장 앞서 서술한 대로, 정광보씨 계좌와 헤어디자이너 구모씨 계좌는 각각 명의자 본인이 운영한 것이었으므로,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이 불법이 되는 경우는, 직접 임직원 등인 경우, 혹은 임직원 등으로부터 정보를 1차로 전달받은 자가 주식을 사고 팔았을 경우에 한정되므로,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관련으로는 정교수에게는 아무런 불법 행위가 없고, 그로 인해 손해도 정교수 자신이 입지 않았다.


(검찰 주장의 나머지라도 진실이라고 본다면, 정교수가 동생과 단골 헤어디자이너에게 호의적으로 알려준 정보로 그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됐으니, 정교수는 매우 민망한 꼴이 됐을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들 중에서 다른 내용들은 다 제쳐놓더라도, 검찰이 스스로 주장한 구모씨 계좌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와 관련해서, 검찰 주장의 호재정보 공개 일시와 실제 주식 취득 일시가 거꾸로 뒤집어졌음에도, 검찰이 반대로 주장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본다.


검찰 전체로 보면 이 조국죽이기 사태의 시초부터 정교수와 조국 전 장관을 의심하고 시작했으니 차명계좌로 의심하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치더라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를 주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사실인 '해당 정보의 보도 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공소장에 엉터리 혐의를 써넣은 것은,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사로서의 가장 기초적인 소양조차 되어있지 않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실제 공소장을 작성한 실무 검사들은 물론이고, 이 공소장 초안이 거쳐갔을 결재 라인인 부부장, 부장, 차장, 지검장, 검찰청장까지, 모조리 법률가이자 검사로서 낙제점 수준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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