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포인트] 언론은 왜 '코호트 격리'라는 말을 못 써서 난리일까?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7 17: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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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포인트]는 정치, 경제, 정책, 시사 등에 대한 짧고 간단한 내용을 간추려서 해설해드리는 코너입니다.


5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18번 확진자가 머물렀던 광주21세기병원 입원환자 중 확진자들과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20여명여 광주 소방학교로 이송되고 있다. 2020.2.5/뉴스1

2월 4일 광주 21세기병원에서 태국을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 확진자에 이어 같은 병원에 입원해있던 딸도 18번 확진자로 판정됨에 따라 병원에 입원해 있던 입원 환자들을 분산 격리시킨 뒤 언론들은 이를 “메르스 이후 최초의 ‘코호트 격리’”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인 5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례브리핑에서 “21세기병원은 코호트격리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 뒤로 ‘코호트 격리’라는 보도는 사라졌지만 6일에 이어 7일에 이르기까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오전 브리핑과 질병관리본부의 오후 브리핑에서는 ‘코호트 격리’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호트 격리’가 무엇이며, 21세기병원의 경우 왜 코호트 격리가 아닌지에 대해서 수십 번도 더 반복해서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질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호트 격리라고 쓰고 싶은데 왜 아니라고 해서 못 쓰게 하느냐”는 뜻이다.


언론이 이토록 ‘코호트 격리’에 집착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언론이 알기에 ‘코호트 격리’는 최고의 위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조치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이 ‘최고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처럼 쓰고 싶은 것이다.


또 하나는 ‘메르스의 기억’이다. 메르스 사태 때 내려졌던 ‘코호트 격리’를 떠올리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메르스 사태’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려놓고 싶은 것이다. 당장 조선일보는 광주21세기병원 격리 사실을 보도하면서 <초동대처 우왕좌왕 ... ‘메르스 백서’는 읽어봤나>라는 기사를 바로 아래에 배치했다.



조선일보 2월 5일 보도
조선일보 2월 5일 보도

2015년 메르스의 기억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대전 대청병원을 시작으로 전국 10여 개 병원이 코호트 격리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를 놓고 4일 당시 ‘코호트 격리’라면 맹렬하게 보도했던 JTBC는 정부가 ‘코호트 격리’가 아니라고 설명한 5일 저녁 뉴스 <비하인드+> 코너에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JTBC는 2015년 당시의 보도자료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설명의 차이를 얘기하며 “5년 전 메르스 때 코호트 격리 조치가 여러 곳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런 공포감을 다시 재연할 수 있어서 이런 엄격한 해석을 내놓은 게 아니냐 이런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코호트 격리’는 언론이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며 굳이 쓰고 싶어하는 것이지,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게 하기 싫어서 용어 사용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2월 5일 JTBC 보도
JTBC 2월 5일 보도

'1인 1실' 조건을 갖출 수 없을 때 시행하는 '코호트 격리'


‘코호트(cohort)’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행동양식 등을 공유하는 집단'을 뜻한다. 쉽게 말해 ‘동질성을 가진 집단’을 의미하고 보건학적으로는 특정 연령대, 특정 지역에 속하는 인구를 집단적으로 관찰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그래서 ‘코호트’는 ‘뭔가 같은 사람들을 한 데 모아놓는다’는 본질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2015년 방역 당국이 내리고 있던 ‘코호트 격리’의 정의는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2017년 5월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으로 펴낸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는 ‘코호트 격리’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코호트 격리 (Cohort Isolation)


일반적으로 접촉주의, 비말주의, 공기주의 환자는 1인실 격리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하나 격리 대상의 환자가 많은 경우 일정한 원칙(원인균, 환자의 상태 및 발생규모, 병실의 구조 등을 고려)에 따라 비슷한 조건의 환자들을 한 병실 또는 한 공간에서 격리를 시행하기도 함



또한 실제 권고에 있어서 ‘접촉주의 권고’에서는 아래와 같이 자세하게 예시하고 있다.



5.3.2 접촉주의: 환자의 이동과 배치


5.3.2.2 1인실이 여유가 없는 경우, 동일한 병원균에 감염되었거나 보균 중인 환자들끼리는 한 병실에 입원(코호트)할 수 있다.


5.3.2.3 코호트 격리에서 접촉주의 환자는 감염전파로 인하여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는 환자(예, 면역저하 환자, 개방성 창상이 있는 환자, 혹은 오랜 기간 입원이 필요한 환자)와 같은 병실에 배치하지 않는다.


5.3.2.4 코호트 격리도 어려운 경우, 환자 병상 간 이격거리는 1m 이상 유지하고(IC), 접촉의 기회를 줄이기 위해 가급적이면 물리적 차단막을 설치한다.


5.3.2.5 신생아에서 격리가 필요한 경우 침상 간의 간격은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충분히 넓어야 한다.


5.3.2.6 코호트 격리도 어려워 다인실에 접촉격리 환자가 배치된 경우, 다인실 병실의 환자와 방문객에게 준수해야 하는 주의사항을 안내한다.



이 외에 비말(飛沫)주의, 공기주의 권고에서도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즉 코호트 격리는 감염 유행의 심각도와 관계없이 1인 1실 격리가 불가능할 때 취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코호트 격리라서 심각하고 코호트 격리가 아니라서 심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발생해 격리가 이루어진 광주광역시 광산구 21세기병원에 긴급 구호키트와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2020.2.6/뉴스1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발생해 격리가 이루어진 광주광역시 광산구 21세기병원에 긴급 구호키트와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2020.2.6/뉴스1

광주 21세기병원은 '1인1실 분산 격리'


광주 21세기병원의 경우 1인실이 없이 모두 2인실 이상의 입원실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환자들을 따로 격리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병원을 폐쇄했다면 이를 ‘코호트 격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16번 18번 환자와 같은 층에 입원했던 3층 환자들을 3층, 5층, 6층의 입원실에 몇인용의 입원실이든 모두 1인만 입실시켜 분산 격리하고, 5층, 6층에 있던 환자들은 광주 소방학교와 자가격리 중 본인의 선택에 따라 분산 격리시켰다. 따라서 ‘1인 1실’로 격리시켰으므로 ‘코호트 격리’가 아닌 것이다.


‘코호트 격리’는 불가피하게 같은 공간에 입실한 환자간의 상호 감염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비슷한 단계에 있는 환자들끼리 같은 공간을 쓰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상호 감염의 우려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염 환자의 상태 호전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된다.


‘코호트 격리’는 ‘1인 1실’로 격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열악한 조건’에서 환자간의 상호 감염과 상태 악화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취할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조치다. 그저 “메르스 사태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서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거나, 혹은 마치 위험이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처럼 부풀려서 국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로 그렇게 함부로 쓸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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