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조선일보, 정부 좀 그만 개롭히십시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2-10 07: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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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8일 SBS보도
2월8일 SBS보도

SBS는 8일 저녁뉴스에서 <의심환자 검사 급증…하루 3천 건 진단한다더니>라는 기사에서 “어제(7일)부터 하루 3천 건 정도의 검체를 분석할 수 있다던 정부 말과는 달리 하루 새 검사가 이뤄진 숫자는 215건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단 역량이 검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격리된 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조사대상 유증상자 수는 939명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7일 하루 조사 건수로 추정되는 215건은 무슨 근거인지 알 수 없는 숫자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발표하는 내용을 토대로 보면 검사 건수는 7일 571건, 8일 638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9일 저녁 총리 주재 회의를 열고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2월 7일부터 1일 검사가능물량을 200건에서 3천 건으로 늘리고 있지만, 2월 말까지는 생산업체와 민간검사기관 등을 확대하여 현재의 3배 수준인 하루 1만 건의 진단검사가 가능하도록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총리 주재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20202.9

8일 저녁뉴스에서 “하루 3천 건 진단한다더니 겨우 215건”이라고 일갈했던 SBS라면 “3천 건도 못 하면서 1만 건?”이라고 벌컥 화를 낼만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SBS 저녁뉴스에서 어떻게 보도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SBS의 보도는 전날과는 다르게 얌전했습니다. 전날 뉴스에서는 “검사 가능 건수는 과장해놓고 검사받아야 할 의심환자는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하더니, 9일에는 “검사 대상이 확대된 이후 선별 진료소가 붐빈다”는 취지로 보도한 뒤 “어제(8일)와 오늘 이틀 동안 1,246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이는 지난 7일까지 검사를 받은 인원(1,352명)과 비슷한 수치”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부의 설명대로 검사를 받은 인원이 늘긴 늘었다는 얘깁니다. 좀 뻘쭘하지 않습니까? 전날 정부가 뻥만 치고 일은 제대로 안 하는 것처럼 일갈을 했다면, 검사 인원에 대한 보도는 전날 보도의 후속 보도의 성격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7일까지 검사를 받은 전체 인원과 8일, 9일 이틀 동안 검사를 받은 인원이 비슷하다”며 검사 인원이 꽤 늘어났다는 사실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틀 동안 1,246명이라면 하루 평균 623명입니다. 그러면 전날 보도에서 얘기한 215명보다는 많지만 여전히 정부가 공언한 3천 명보다는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215명에는 발끈했던 SBS가 그래봐야 정부 목표의 5분의 1 밖에 안되는 600명 선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가 없는 것일까요?


우선 전날 보도에서 얘기한 215명의 숫자가 두 번 얘기하기 창피한 근거 없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8일, 9일 이틀 동안 1,246명이라는 것은 8일의 638명에 기사를 작성하기 직전까지 파악한 숫자가 아마도 608명이었던 모양입니다. 알고 보니 7일 조사 규모는 571건이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215건이라고 보도를 해놓고 슬그머니 8~9일 이틀 간 1,246명이라고 시치미 뚝 떼고 보도를 한 것입니다.


215건만 검사했다는 7일에는 571건의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새 검사법이 시행된 첫 날이라 8일보다는 적었고, 진단 키트가 하루 3천 건 분량으로 지급이 돼도 확대된 검사 범위를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 시차가 있으며, 진단 키트가 일선에 보급돼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에 아직은 한계가 있어 검사 건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38개 병원 중 21곳이 검사 안 한다"는 조선일보


검사를 가지고 시비를 건 것은 SBS 뿐만이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2월 8일자 신문에서 <폐렴진단키트 배포 첫날, 병원 38곳 중 21곳이 “그게 뭔데요”>라는 제목으로 “당초 검사기관은 민간병원 50곳이라고 했지만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38곳만 발표하고, 이마저도 17곳만 진단이 가능”했고,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진단시약을 지급받지 못했으며 검사기관 지정통보도 받지 못했고, 진단검사는 교육과 검증이 필요하나 이런 준비 없이 정부가 진단 가능한 병원부터 발표했다는 의견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월 8일 조선일보 보도
2월 8일 조선일보 보도

질병관리본부는 그 바쁜 데도 불구하고 이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2월 7일 질병관리본부가 공고한 진단가능 민간 의료기관은 모두 46개소”이며 “질병관리본부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와 협력하여 2월 7일 검사 시행 전 교육과 정도평가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검사기관은 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통해 희망 기관에 한해 교육과 정도평가 후 지정된 것이며, 검사 시행 전 모두 사전 통보되었고, 검사시행 전 의료기관별 검사시약이 확보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행 첫날은 의료기관별 검사 준비 등으로 시작 시간에 차이는 있었지만 현재는 원활하게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줄이면 “희망 기관을 신청받아서 지정했고, 미리 준비와 교육 다 했고, 검사시약도 다 준비됐는데 뭔 개소리임?”이라는 얘기입니다. 단지 시행 첫날이다보니 각 기관별로 준비도 해야 하고 검사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해야 할 직원들도 있고 해서 7일 업무 시작하자마자 검사에 착수하지 못한 기관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25명으로 1명 늘어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실 앞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2.9/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25명으로 1명 늘어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실 앞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2.9/뉴스1

조선일보는 도대체 뭘 취재한 걸까요? 검사를 담당한 의료기관들 중에는 대형병원들처럼 홍보기능도 따로 갖춰서 기자가 물어보면 실제로 검사를 어떻게 시행중인지를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는 병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은 기자의 취재에 응할 수 있는 직원을 따로 두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새 진단시약이 왔는지 안 왔는지 검사 진행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기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민간의료기관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전화 받은 직원이 제대로 알아봐주려면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이나 직원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그 분들 모두 방호복 입고 전화도 못 받습니다.


그런 병원에 아침부터 전화해서 “조선일보 기자인데 지금 검사 하나요?”라고 물어보는 거 정말 민폐입니다. 또한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기자를 할 지능 쯤 되면 그 정도는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그랬다고 그냥 “모른다는데요”라고 보도한다면 그런 일 누가 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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