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공소장③] 황운하가 김기현을 노렸다는 '동기'의 기막힌 허술함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11 17: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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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색 관련 울산 MBC 보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색 관련 울산 MBC 보도

이번엔 공소장에서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혐의로 넘어가보자. 검찰이 공소장에서 거론한 황운하 청장의 '김기현 표적수사'는 크게 세 건이다. '김기현 동생 김삼현 30억' 사건, '김기현 의원시절 쪼개기 후원' 사건, 그리고 '레미콘 업체 특혜' 사건.


이 중 앞의 두 건은 청와대와 무관하게 몇 년 전부터 울산 지역에서 문제가 되어온 사건들이고, '레미콘 업체 특혜' 한 건만이 청와대와 관련성이 있다. 이중 청와대 관련의 레미콘 업체 사건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앞의 두 건에 집중한다.


사실 이 두 사건은 모두 황운하가 2017년 8월초에 부임하기 오래 전에 터졌지만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진정을 하고 있던 사건들이었다. 게다가 이 두 건은 경찰 수사를 울산지검이 사건을 덮거나 축소했으며, 심지어 무리하게 사건들을 덮는 과정에서 검사의 심각한 사건 조작, 직권남용 정황마저 짙은 사건들이다.



2018년 3월 울산MBC 보도
2018년 3월 울산MBC 보도

검찰은 공소장에서 황운하 당시 울산청장의 '김기현 수사' 착수의 최초 발단 시기를 '2017년 8월'로 거론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운하 청장은 이 시기 울산 지역 토착비리, 선거사건 첩보, 공무원 비리 등을 수집하라며 경찰관들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8월은 황운하 청장이 울산지방경찰청에 부임한 직후로서 신임 청장의 통상적인 업무 의욕으로 볼 수 있을 뿐, 문제 삼을 여지도 없고, 검찰의 공소장에서조차도 황 청장은 당시 수사 대상을 김기현만으로 특정하지도 않았다.


즉 이 8월 시기는 공소장에서 거론할 의미 자체가 없는 시기인데도 검찰은 굳이 거론한 것이다. 황운하 청장이 '대형 비리 사건으로 한건 올리려는' 욕망에 눈이 돌아간 사람인양 사전 선입견을 심어주려는 의도 외에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12월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열린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자서전 형식의 책 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9/뉴스1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12월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열린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자서전 형식의 책 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9/뉴스1

그 다음 등장하는 것이 2017년 9월 20일의 송철호-황운하 만남이다. 검찰은 이 만남에서 황운하 청장이 송철호 변호사로부터 김기현에 대한 수사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8월에 울산청장으로 부임한 황 청장의 입장에서 송철호 변호사는 울산에서 대표적인 민주진영 인사이므로 경찰청장이 지역 유지에 대한 인사 혹은 예우 차원에서 당연히 만나볼 수 있는 인물이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검찰이 이 '황운하 수사청탁'설의 근거로 든 것은 '윤장우'라는 단 한 사람의 증언이다. 그런데 윤장우는 송철호 캠프에서 함께하다가 울주군수 출마 선언을 했지만, 경선 초반에 탈락하자 지방선거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송철호 후보를 비난하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경쟁 후보인 김기현 지지를 선언한 사람이다. 즉 증언의 의도가 매우 의심스러운 사람이다.



윤장우 전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정책위원장
윤장우 전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정책위원장/뉴스1

그럼에도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윤장우가 송철호 시장에 대해 매우 큰 감정의 앙금을 가진 사람이라는 결정적인 배경 설명을 누락했다. 증인으로서의 신뢰도가 직결된 문제인데도 말이다. 검찰이 이렇게 신뢰도가 떨어지는 증언을 기초로 하면서 윤장우의 전후 상황을 누락한 것은 검찰의 의도가 당연히 의심스럽게 된다.


당사자인 황운하 청장과 송철호 시장 역시 이 2017년 9월 만남에서 수사청탁은 없었다고 항변하는데, 송철호 시장으로부터 '수사청탁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유일한 증인 윤장우는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 합리적으로 봤을 때 검찰의 2017년 9월 송철호 수사청탁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12월 30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불구속 기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중 미소를 짓고 있다. 2020.1.30/뉴스1
송철호 울산시장이 1월 30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불구속 기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중 미소를 짓고 있다. 2020.1.30/뉴스1

그렇다면, 검찰이 주장하는 황 청장의 '표적수사'의 대전제, '황운하는 송철호의 수사청탁을 계기로 김기현 표적수사에 착수했다'는 명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결국 황 청장은 표적 수사가 아닌 정상적인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미가 된다.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려면 '의도' 혹은 '동기'가 특정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이 표적수사의 두번째 동기로서 주장한 '청와대 하명' 레미콘 건 수사는, 먼저 착수한 두 건의 수사와는 별개로서 2018년 초에야 착수되는데, 검찰이 주장하는 황 청장의 김기현 수사 착수는 2017년 9월이다.


그러면, 황 청장이 수사를 지휘했던 '김삼현 30억' 사건과 '쪼개기 후원' 건은 과연 검찰의 공소장 주장대로 사실무근의 억지 수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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