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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3번 확진자에게 사과할 준비가 돼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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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3번 확진자에게 사과할 준비가 돼있을까?
  • 고일석
  • 승인 2020.02.1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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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월 28일 보도
중앙일보 1월 28일 보도

오늘(12일) 일산 명지병원에 입원해 있던 3번 확진자가 두 번의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돼 건강한 상태로 퇴원한다.

중앙일보는 1월 28일 1면 톱기사로 <우한폐렴 환자 2명, 강남·일산·평택 활보했다>를 올렸다. >여기서 2명의 환자는 3번과 4번 확진자를 일컫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3번 환자를 지칭한 것이었다.

이 기사에서 설명한 3번 환자의 동선은 20일 귀국 후 서울 강남 소재 호텔에서 머물다가 22일 지인의 병원 진료에 동행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23일 편의점과 강남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24일 병원 진료에 동행한 뒤 일산 소재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했고, 25일에는 자택에서 외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3번 환자는 26일 감염자로 확진되어 바로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3번 환자가 스스로 감염 가능성을 인지하고 숙소에서 꼼짝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라면 ‘활보했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엄격한 기준이 아니라면 병원, 식당, 편의점을 들른 것은 ‘일상적 생활 활동’일 뿐이다. 결코 ‘활보’라고 할 수 없다.

중앙일보가 이 기사의 제목에 ‘활보’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3번 확진자와 관련된 ‘루머’ 때문이었다. 26일 3번 확진자 발표가 있은 후 이 환자가 “증상이 있었으나 해열제로 가라앉히며 강남 일대를 돌아다녔고, 일산으로 이동한 뒤에는 고양 스타필드 찜질방과 마트 등을 이용했다”는 루머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이 내용은 중앙일보가 같은 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질병관리본부가 "환자 면담 등 사전 인터뷰와 현장 역학조사로 확인한 결과 세 번째 확진환자는 고양 스타필드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중앙일보 '활보' 기사에 달린 댓글들/네이버
중앙일보 '활보' 기사에 달린 댓글들/네이버

그렇다면 중앙일보는 3번 환자의 ‘일상적인 생활 활동’을 ‘활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중앙일보는 기사에는 루머의 내용을 부인하여 책잡힐 여지를 없앤 뒤에 해당 루머를 야기한, 또한 그 루머로 촉발된 ‘불안감’에 편승하고 이를 부추기기 위해 굳이 제목에 ‘활보’라는 표현을 넣은 것이다.

중앙일보 제작진은 매우 많은 독자들이 제목만 보고 사실 여부를 판단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사실무근 확인’을 기사 말미에 넣은 것은 면피를 위한 것일 뿐, 중앙일보가 원했던 것은 독자들이 제목에 있는 ‘활보’라는 표현을 보고 더욱 불안해하고 공포에 떨어 당사자인 3번 환자와 정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 기사는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입국해 공항 검역에서 체크하지 못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리드로 시작한다.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원인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입국해 공항 검역에서 체크하지 못한 것”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는 당연히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중앙일보가 원했던 대로 이 기사로 인해 “강남과 일산 일대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3번 확진자에 대한 루머는 더욱 확대재생산되어 불안과 혼란이 폭발 지경에 이르게 됐고, 이때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에 대한 주장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1월 29일 보도
중앙일보 1월 29일 보도

중앙일보는 다음 날인 29일 <[격리병원 단독 르포] 우한폐렴 세번째 환자, 댓글에 잠 못잔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렸다. 명지병원을 찾아가 담당 의사가 3번 환자를 화상으로 진료하는 모습을 전한 것이었다.

이 기사에서 담당 의사는 "환자가 뉴스와 댓글을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걸로 보인다.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다. 수면제 처방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3번 환자로 하여금 잠을 못 이루게 할 만큼 스트레스를 주는 뉴스가 바로 자신들이 전날 1면으로 올린 기사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병 주고 약 주느냐”고 비난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이것은 누군가를 죽을 만큼 두들겨 패다가 피해자가 실신해서 쓰러지자 인공호흡을 한다고 나대는 꼴이었다.

3번 환자의 감염은 6번 환자로 전파되고 이후 총 5명의 연쇄 감염자로 이어졌지만 다행히 모두 (언론이 맨날 ‘뚫렸다’고 소리를 질러댔던) 방역 체계 안에 있었다. 4번 환자까지는 폐렴이 발생한 상태에서 확진됐지만, 이후의 환자들은 본격적인 폐렴으로 이행되기 전에 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3번 환자의 퇴원 소식을 알린 명지병원 측은 환자가 입원 내내 자신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대해 너무 억울해하고 있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있다.

이 환자는 “당초 여행과정에서 무리를 하다 보니 미열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 감염은 상상도 못했다”며 “설 연휴를 앞두고 우한에서 왔으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검사를 해달라고 보건소에 신고를 한 것”인데 마치 자신이 증상을 느끼면서도 무신경하게 온 데를 돌아다닌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다는 것이다.

 

일산 명지병원/뉴스1
일산 명지병원/뉴스1

중앙일보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을까? 혹시 그들의 1면 톱기사로 국민들의 불안이 폭발하고, 해당 환자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중국 입국 금지 여론이 불붙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기뻐하지는 않았을까?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강남과 일산을 활보했던 무신경한 사람”으로 기억돼있다. 중앙일보도 알겠지만 이 낙인은 절대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그 낙인을 찍은 것은 바로 중앙일보다.

인간이라면 그에게 당연히 사과해야겠지만, 중앙일보에게 그럴 만한 인간의 모습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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