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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입' 공소장⑥] 검찰이 무시하고 싶었던 레미콘 1차 진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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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입' 공소장⑥] 검찰이 무시하고 싶었던 레미콘 1차 진정서
  • 박지훈
  • 승인 2020.02.13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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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MBC 보도

‘송병기 제보’ 이전에 있었던 1차 진정서

검찰의 '선거개입' 공소장 내용 중에서, 청와대를 공격하려는 검찰에게나 분석하는 나에게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레미콘 업체 특혜 의혹이다. 검찰이 가장 야심차게 공을 들인 부분인 탓에, 가장 많은 억지 논리와 억지 근거를 동원한 부분이기도 하다. 검찰이 많은 공을 들여 사실관계를 뒤집어놓은 탓에,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지 못하면 검찰 측 논리에 끌려가기도 매우 쉽다.

공소장에서 레미콘 업체 관련 청와대 진정에 대해 서술한 내용은 두 군데다. 둘 중 검찰이 공소장의 본론 부분에서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송병기 청와대 제보' 시점은 2017년 10월 2일이다. 반면 그보다 앞서 공소장 전반부에서 짤막하게 언급한 진정 사건이 한 번 더 있었다.

그것은 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라며 문제 삼고 있는 진정 사건보다 한 달이나 앞선 2017년 9월 초로, 검찰은 서두 부분에서 짤막하게 '이미 끝난 일로 별 것 아니다'라는 취지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1차 진정서의 존재로 인해, 청와대 진정서에 대한 검찰의 주장은 송두리째 다 허물어진다.

 

2019년 12월 5일 MBC 보도

檢 “1차 진정서는 깔끔하게 처리됐다”

검찰이 1차 진정서를 평가절하한 표면적인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진정서를 낸 것은 실제 그 레미콘 업체 '대표'가 아닌 업체의 '실운영자'다.

2. 이 사건은 민정수석실이 공정위로 이첩하여 공정위에서 사실상 종결처분했다.

하지만 두 가지 사유 모두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정황들이 있다. 먼저 1에 대해선, 업체의 공식 대표든 그냥 실운영자든 진정서의 내용을 무시할 이유가 전혀 못된다. 해당 업체가 입은 불이익에 대해 진정서를 낸 것이라는 점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여기서 검찰은 의도적으로 "명의상 대표이사인 D의 명의를 빌려"라고 표현함으로써, 진정서의 진실성을 훼손하려 시도했다.

다음으로 2에 대해서는, 공소장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민정수석실의 업무 처리 방식을 마구 난도질했으면서도 이 부분에 한해서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민정수석비서관실로부터 이를 이첩 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라고 쓰면서, 공소장 대부분에서 민정수석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는 검찰이 오직 여기서만 민정수석실의 업무처리를 호평했다.

왜 그랬을까? 검찰은 “1차 진정서는 아주 깔끔하게 처리됐으므로 공소장을 보는 판사와 국민은 이 부분은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의도를 파악하게 되면, 이 1차 진정서에 대해 검찰이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울산 MBC 보도

1차 진정서, ‘송병기 제보’에 묻어가기

공소장에서 레미콘 업체 진정에 대한 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면, 검찰은 송병기와 문해주 행정관의 '통화 사실'은 알 수 있어도 그 '통화 내용'은 알 수 없는 검찰이, 멋대로 상상으로 써넣은 부분이 있다. 여기서 검사 머릿속에서 상정한 '가상의 송병기'와 '가상의 문해주'는 '이전의 제보'를 거론하면서, 그 '이전 제보'가 마치 송병기가 제보한 것인 양 대화를 나눈다.

검사는 이런 식으로 1차 진정서 역시 '송병기 작품'인 양 슬쩍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1차 진정서를 낸 업체를 인터뷰한 언론 보도를 보면, 업체가 청와대에 낸 진정이 송병기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공소장 전반부에서 이 1차 진정서를 낸 장본인이 (당시 송철호 캠프에 있었다는) 윤장우라고 주장했으나(C라고 표현), 만약 그랬다면 검찰의 조사가 있었을 수밖에 없음에도 언론과 인터뷰한 실제 레미콘 업체 측은 조사를 받았다는 언급이 전혀 없었고, 설령 윤장우가 해당 업체의 실운영자라는 검찰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송병기의 기획이라기보단 피해를 입은 레미콘 업체 측의 자체적인 불만으로 진정서를 낸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물론 이런 추정은 해당 업체 측을 인터뷰한 언론 보도와도 일치한다.

 

2019년 12월 5일 MBC 보도

불완전 처리된 1차 진정서

검찰이 이렇게 1차 진정서의 '진정인'을 '송병기 측'으로 꾸미려 애쓴 이유 역시, 1차 진정서의 증요성을 무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지금까지 검찰이 주도한 언론 보도들을 봐도, 일관되게 2017년 10월의 2차 진정서만 강조되면서 9월의 1차 진정서는 거의 내내 무시되어왔다.

그러면 검찰이 1차 청와대 진정서를 무시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송병기 진정서 이전에 업체 측이 자발적으로 낸 진정서가 존재하면, '하명수사'라는 기본 프레임이 무너진다.

2. 문 행정관이 송병기의 진정서를 임의로 추가 조작했다는 검찰 주장 역시 힘을 잃게 된다.

1번은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매우 당연한 것이므로, 2번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검찰은 공소장은 물론 이전의 언론 보도들에서도 일관되게 민정수석실 문해주 행정관이 송병기 진정서에 손을 댔다, 즉 '가공'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고민정 당시 대변인은 단순 요약 편집한 것이지 내용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몇몇 표현이 바뀌거나 추가되거나 한 부분들이, '가공'이 아니라 이전의 1차 진정서의 내용을 반영해 '취합'한 결과라면? 이미 피해 업체 측이 먼저 냈던 1차 진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추정은 합리적이다.

다음으로, 송병기는 지금까지 자신이 먼저 연락한 것이 아니라, 문해주 행정관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 행정관은 1차 진정서를 받고 그 진정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자 울산에 거주하는 지인인 송병기에게 연락을 한 것이라면?

마지막으로, 검찰이 주장한 것과 달리, 1차 진정서를 받은 민정수석실이 공정위로 이첩하고 민정수석실은 아예 손을 뗀 것이 아니라, 1차 진정서에 대해 계속 살펴보는 중이었다면?

물론 가정이지만, 이런 일련의 가정들은 충분히 합리적인 추정이고 동시에 그 동안 송병기의 주장과 청와대의 반박들을 모두 제대로 설명해준다.

 

YTN 보도

‘송병기 제보’는 1차 진정서의 보완 완결편

다시 시간 순으로 재정렬 해서 설명을 하자면, 민정수석실이 해당 업체로부터 1차 진정서를 접수한 후, 문 행정관이 그 진정의 기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송병기에게 문의를 했고, (아마도 이전부터 김기현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송병기가 추가 사실까지 더해 체계적인 문서를 만들어 문 행정관에게 전달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 행정관으로선 공무원 출신인 송병기가 작성한 2차 진정서가 레미콘 업체의 1차 진정서보다 요건에 맞게 잘 정리되어 있어 송병기 진정서의 내용 대부분을 차용하면서도, 조사의 발단인 레미콘 업체 측 1차 진정서 내용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단순 뇌피셜 추정 치고는, 업무의 흐름이 상식적이고 매끄럽지 않은가.

이렇게 다소 과감하게 추정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검찰이 다분히 고의적으로 1차 진정서의 의미를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검찰 스스로도 1차 진정서의 존재까지는 완전히 무시하지 못해서 공소장에서 언급을 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1차 진정의 의미를 과도하게 축소한 흔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1차 진정서가 제대로 의미를 평가받게 되면 위의 1, 2번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즉 하명수사 프레임의 시발점이 무너지고, 문 행정관이 직권에 없이 멋대로 진정서를 조작했다는 프레임이 모두 무너지게 된다.

그러면, 1차 진정서를 민정수석실에서 공정위로 이첩함으로써 끝난 것라는 검찰의 주장은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합리성 넘치는 반박이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스포일러: 검찰이 공소장에서 공정위 회신 내용을 날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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