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공소장⑦] 검찰이 뒤집어 버린 공정위 회신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13 17: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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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5일 MBC 보도

시기적으로 연속된 1차 진정서와 송병기 제보


앞서 검찰이 김기현 레미콘업체 의혹 수사를 청와대 '하명수사'로 둔갑시키기 위해, 1차 진정서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2차 진정서만을 강조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검찰이 무시한 1차 진정서는 업체 측이 낸 진정서로서, 이것이 민정수석실 문 행정관이 송병기에게 문의를 해서 2차 진정서를 받게 된 시발점으로 보인다는 점을 설명했다.


다시 앞서 논의로 돌아가서, 앞서 거론한 문제들은, 검찰이 마치 1차 진정서 사안이 민정수석실에서 공정위로 이첩되어 종결된 것인 양 주장한 부분과도 이어진다. 이 공소장에 따르면 공정위가 (어떤 내용이었든) 판단을 내린 것은 9월 28일이다. 그리고 문해주 행정관이 송병기와의 통화 이후로 송병기로부터 '진정서' 문서를 받은 것이 10월 2일이다.


즉 시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연속되어 있다. 이것은 검찰 주장과 반대로, 9월 28일 공정위의 회신이, 진정서에 대한 업무처리를 완전히 종결할 정도의 확정적인 내용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대신, 공정위 회신 이후 민정수석실이 사실관계 조사를 이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12월 5일 MBC 보도

완결 조치 아닌 “더 살펴보겠다”는 공정위 회신


그러면, 공정위가 회신한 구체적 내용은 도대체 뭐였을까.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5일 MBC가 보도한 바가 있다. 보도에서 해당 진정 업체는 실제 공정위 회신 문서를 제시했는데, 방송 화면에서 노출된 해당 회신의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원론적으로 경쟁제한 법령에 대해 공정위가 시정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


2. 하지만 자치입법권 침해 소지가 있어 강제할 수는 없다.


3. 더 살펴보고 타 지역 사업자를 배제하는 조항이 있다면 해당 조항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검찰이 공소장에서 주장한 내용과 실제 회신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다. 거의 정반대다. 검찰이 주장한 공정위 의견은, "지자체의 자치 법규에 따른 조치로서 경쟁제한성을 단정하기 어려워 시정을 강제하기 어렵다" 라며, 조례 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실제 공정위 회신은, 보다시피 '문제가 있어 보여도 공정위 권한이 부족하다'라는 취지다.


검찰의 엉터리 인용은 '경쟁제한성을 단정할 수 없다'라는 데에 방점이 있어 불공정함을 부인하는 취지로 들리는 반면, 실제 공정위 회신은 '권한이 없어 어쩔 수 없다'에 방점이 있다.


쉽게 넘길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이 정도면 검찰이 공문서에서 타 기관의 공문서를 인용하면서 '날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정위 답변의 의미를 거의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었지 않은가. 검찰로서는, 이렇게 공정위 의견을 정반대로 뒤집어 명백한 거짓을 동원해서라도 1차 진정서를 뭉개고 싶었던 것이다.



2019년 12월 5일 MBC 보도

공정거래에 위배되는 '울산시 조례'


그러면, 왜 여기서 공정위가 등장해서 의견을 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김기현 측이 방어막으로 꺼내든 '조례' 문제다.


꽤 복잡한 사건을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 레미콘 업체 특혜 의혹은 김기현 측근인 비서실장이 아파트 공사장 레미콘 납품 문제에 개입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김기현 시장과 특히 가깝다고 알려진 한 레미콘 업체를 위해, 울산 지역 소재 업체를 우선 이용하라고 아파트 건설 시행업체를 압박하여 특정 레미콘 업체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다른 업체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김기현 측에선 이렇게 압력을 넣은 마땅한 근거로, 울산시 조례('울산광역시 지역건설산업 발전에 관한 조례')를 들었다. 해당 조례는 울산시 내에서 벌어지는 건설현장들에 대해 지역 업체들을 더 우선 배려하도록 권장하는 조항들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조례에 비추면 일견 김기현 측의 항변이 합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 조항들을 살펴보면, 2017년 당시 시행되던 조항의 내용은 이렇다(지금도 비슷하다).


"제17조의4(지역민 고용ㆍ생산자재ㆍ건설장비의 우선 사용) ① 시장은 지역민의 고용, 지역 내 생산자재 구매·사용, 지역건설장비 등의 우선 고용·사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조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혀 강제 조항이 아니다. 더욱이 이 김기현의 압력 조치의 혜택을 본 레미콘 업체는, 원래 해당 아파트에 납품을 하다가 공사 위치(타설위치) 때문에 갑인 아파트 시행사에 억지 요구를 하다가 스스로 철수한 업체다. 스스로 철수해놓고는 다시 시장을 통해 압력을 넣어 더 유리하게 끼어든 셈이다.



울산 MBC 보도

인허가권 가진 간부 공무원 배석으로 간접 압력


게다가 당시 해당 아파트 현장은, 이미 아파트 시행사와 레미콘 업체들이 계약을 맺고 공급하던 중이었다. 계약 전인 상태도 아니고 시장이 여기에 개입한 것은 이미 맺은 계약을 깨라는 강요나 다름없는 것이다. 단지 권장 선언 정도에 불과한 조례를 근거로 말이다.


즉 해당 아파트 시행사는, 조례에 맞게 울산 지역업체들을 포함시켜 공사를 진행하던 중, 의혹의 레미콘 업체가 스스로 계약을 해지하고 떠난 것일 뿐, 지역업체를 권장하는 조례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바가 없다. 그런데도 여기에 시장 비서실장이 끼어들어 스스로 나간 업체를 다시 들이라고 사실상 강요를 했는데, 그 근거를 지역업체 우선 조례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비서실장이 해당 시행사 현장소장 등을 호출한 자리에는, 아파트 인허가 실무를 담당하는 중간 간부 공무원들을 배석시켜 강압적인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건축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이라면 살 떨리도록 바로 감을 잡을 것이다. 인허가 담당 간부들을 앉혀놓고 하는 '권고'는 권고가 아니다. 따르지 않으면 이후 내내 불이익을 주겠다는 무언의 협박이다. 말 안들으면 울산시 내에서 건설업 접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다.



울산 MBC 보도

공정위 "역외지역 차별 경쟁 제한적 조례 개선 권고"


정작, 더 결정적인 부분은 이 다음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5월 "역외지역 차별 경쟁 제한적 조례 개선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지역업체 우선' 조례가 차별적 규제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며, 폐지/개선을 권고하고 울산시를 포함한 각 지자체에 송부했다.


즉, 검찰이 주장하듯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지역우선 조례는 문제가 없다'라고만 판정할 리가 없는 것이다. 실제 MBC 보도에서 보인 공정위 회신 문서는 그와 정반대였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공정위의 회신을 왜곡, 날조한 것이다.


검찰이 왜 이 공정위 회신 부분을 왜곡했을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1차 진정서에 대한 처리가 공정위에서 끝나지 않은 사유로, 후속조치가 다시 해당 진정 건을 처음 접수한 민정수석실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공정위 회신이 있었던 2017년 9월 28일 이후인 10월 2일에 민정수석실 문 행정관이 송병기로부터 진정서를 추가 접수한 것이, 매우 합당한 업무처리 절차가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이제, 이번 글에서 다룬 조례와 공정위 관련 문제들을 정리해보자.


1. 해당 조례에는 강제성이 없었다.


2. 압력을 받은 아파트 시행사는 애초에 조례에 맞게 지역 업체인 해당 레미콘 업체를 포함시켰으나, 업체 측이 스스로 철수했다.


3. 하지만 다시 더 유리하게 아파트 현장에 진입하고자 김기현 당시 시장을 동원해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


4. 해당 조례가 만들어진 배경도 김기현 특혜 의혹의 주인공 업체를 중심으로 한 로비였을 개연성도 있다.


5. 공정위는 지역업체 우선 조례에 대해 폐지 혹은 개선 권고를 기본 입장으로 하고 있다.


6. 실제 공정위 회신은 (검찰의 주장과 정반대로) 권한이 부족해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취지였다.


7. 공정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므로 민정수석실 문행정관이 송병기에게 접촉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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