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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입' 공소장⑧] 청와대 행정관 회동은 울산 야당 의원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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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입' 공소장⑧] 청와대 행정관 회동은 울산 야당 의원의 부탁
  • 박지훈
  • 승인 2020.02.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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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전 부시장이 2019년 4월 8일 울산시청에서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ㅂ지선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병기 전 부시장이 2019년 4월 8일 울산시청에서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ㅂ지선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길부의 존재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검찰

이른바 '선거개입' 공소장에서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2017년 송철호-장환석 행정관 회동 문제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소장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송철호, 송병기, 장환석에 대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제기했다.

"피고인 송철호와 피고인 송병기는 정몽주 등과 함께 2017년 10월 11일경 ... 피고인 장환석에게 산재모병원의 예타 통과 가능성 등을 문의하였고"

이 다음 설명이 매우 주절주절한데, 요약하자면 송철호, 송병기가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장환석을 만나 선거 목적으로 산재모병원, 공공병원 관련 청탁과 모의를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의 주장은, 선거 목적으로 모의를 함으로써 송철호, 송병기, 장환석 세 명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송철호와 송병기는 정몽주 등" 이라는 표현으로 다른 참석자들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 회동에는 검찰이 누락한 참석자가 더 있었다. 국회의원 '강길부'의 보좌관이다.

 

강길부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홍준표 대표의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 의원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홍 대표 언행으로 당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이번 주까지 사퇴를 안 하면 내가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8.5.3/뉴스1
강길부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홍준표 대표의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 의원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홍 대표 언행으로 당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이번 주까지 사퇴를 안 하면 내가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8.5.3/뉴스1

회동 주선자, 조사도 않고 공소장에서도 누락

강길부 의원은 울산 울주군을 지역구로 4선을 한 국회의원이고,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당시 회동에는 송철호-송병기와 장환석 행정관 등 여권 인사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야당 인사도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강길부 의원 보좌관은 이 회동을 주선한 사람으로서, 민주당 정진우씨(추미애 당대표 시절 비서실 부실장)와 함께 주선했다. 그런데 검찰은 두 사람의 만남 주선자 중 정진우씨만 소환조사하고, 강길부 보좌관은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주선했는데 검찰은 그중 한 사람만 소환조사를 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검찰이 짠 프레임에서 강길부 의원의 존재가 걸리적거려 일부러 무시한 것이다. 그리고 공소장에서도 이 강길부 의원 관련성을 아예 빼버렸다.

검찰이 왜 '강길부 의원 보좌관'을 소환조사도, 공소장에서 언급도 안했는지 너무도 빤히 보이지 않는가. 야당 의원인 '강길부'라는 이름이 등장하면 공들여 준비한 프레임이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13일 강길부 의원의 자유한국당행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이 장환석 청와대 행정관과 회동한 지 이틀 뒤의 기사.

당시 강길부는 명실상부한 야당 의원

당시 만남 자리에 강길부 의원 보좌관의 참석 사실을 언급한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당시 강길부가 민주당에 입당을 타진 중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강길부가 민주당에 입당 타진한 것은 그 다음해 중반을 넘겨서였고, 당시에는 바른정당 소속으로 가장 강력하게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주장하고 있을 때였다. 즉 강길부는 어떻게 봐도 명백하게 야당 의원이었다.

강길부 의원이 탈당하게 된 것은 그 다음해인 2018년 5월 초에 선거 관련으로 당시 당 대표 홍준표와 충돌한 일 때문이었다. 즉 강길부는 2018년 4월까지는 탈당하게 될 기미조차 없었다. 그리고 강길부가 민주당에 입당을 타진한 것은 중앙일보가 주장하는 2017년 10월 장환석 회동 당시가 아니라, 탈당한 5월보다도 더 이후인 2018년 7월이었다.

송철호가 자유한국당 소속 현직 의원의 보좌관도 함께한 자리에서 청와대 행정관에게 선거관련 청탁과 모의를 했다? 검찰 주장대로 만약 여당의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하려는 의도 아래 청와대 인사와 선거관련 청탁과 모의를 할 목적이었다면, 그 자리에 야당 의원의 보좌관이 동석할 이유는 전혀 없다.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정양석(왼쪽부터), 김용태, 황영철, 이종구, 강길부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17.11.13/뉴스1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정양석(왼쪽부터), 김용태, 황영철, 이종구, 강길부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17.11.13/뉴스1

이를 두고 어떤 언론들은 강길부의 도움으로 청와대 행정관을 만난 것이라고도 얘기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송철호 변호사는 여권 인사였음에도 야당 의원을 통해야 할 정도로 청와대 실무자와의 접점이나 인연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선자가 둘이나 나서서 양쪽을 따로따로 연결해야 할 정도로 서먹한 사람들이 만난 자리에서, 과연 선거관련 청탁이나 모의가 있을 수 있을까? 법정에서도 판사에게 씨가 안 먹힐 얘기다.

물론 강길부 의원 보좌관은, 당시 함께 만남을 주선했던 정진우씨에 따르면 주선한 후 둘 다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1월 3일 한겨레 기사).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왜 여권 인사 - 청와대 행정관 인사의 만남을, 야당 의원이 주선했느냐 하는 거다. 여권 내부의 짬짜미 의도라면 야당 의원이 도와줄 리가 있겠냔 말이다.

 

정진우 전 부실장은 1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2017년 10월께 강길부 의원실 보좌관으로부터 ‘울산 지역 인사가 울산시 공공병원 등 지역 숙원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건의하고 싶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주당 부설 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장환석 당시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연결해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진우 전 부실장은 1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2017년 10월께 강길부 의원실 보좌관으로부터 ‘울산 지역 인사가 울산시 공공병원 등 지역 숙원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건의하고 싶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주당 부설 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장환석 당시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연결해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행정관 회동은 강길부가 부탁한 것

사실 그 답은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스스로 이미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30일 기자회견에서 송 시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었다. (이 기자회견 발언은,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송철호 시장의 '분노', '혐의부인'만 간략하게 보도하고 이 해명 부분을 보도하지 않으면서 그닥 알려지지 않았다.)

"지역 숙원사업인 산재모병원이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언론보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됐고, 강길부 의원의 요청에 따라 장모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게 됐다"

"장모 행정관에게 산재모병원 건립이 가능하도록 검토 요청만 했을 뿐 선거 목적으로 발표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결단코 없었다"

놀랍게도, 단지 만남을 주선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만남을 요청한 것이 강길부 의원이었다. 즉, 송철호-장환석 회동의 '배후'가 야당의원 강길부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길부 의원이 송철호변호사에게 요청한 목적도 명확하게 밝혔다. 당시 송철호-장환석 만남의 목적이 울산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 '산재모병원' 추진을 위한 울산지역 여야간 협력 차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이런 사실은 이 만남을 검찰만큼이나 왜곡하며 공격하고 있는 김기현조차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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