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공소장⑨] ‘산재모=김기현 공약’은 사건 구성을 위한 고의적 프레임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14 11: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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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모병원 조감도
산재모병원 조감도

산재모병원이 김기현의 공약?


검찰은 이 2017년 10월 송철호-장환석 회동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크게 왜곡해서 주장했는데,


" ‘김기현 시장이 예타 통과를 위해 노력 중인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 등 추진 상황을 확인하고, 산재모병원을 대신하는 공공병원 공약 수립 여부 등에 대해 논의 및 부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보다시피, 검찰은 아예 따옴표까지 쳐 가면서 작정하고 '산재모병원은 김기현 공약'이라 규정했다. 하지만 이 산재모병원 건은 김기현의 개인적인 정치 공약이 젼혀 아닌, 울산 지역 전체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그런 이유로 야당 의원인 강길부가 송철호 변호사에게 부탁하고, 부탁 받은 송철호변호사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사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산재모병원 건립 사업은 2003년부터 지역노동계의 요구에서 비롯된 산업도시 울산의 숙원사업이다". 즉 노무현정부부터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지금의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울산시에서 줄기차게 원했던 숙원사업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걸 김기현의 개인적 선거 공약인양 포장해버린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사실상 완전한 허위다. 그리고 울산 지역민들 대다수가 알고 있는 진실을 공소장에서 왜곡한 데에는 물론 음습한 속셈이 있다.



의료시민단체와 노동계 야당 등으로 구성된 울산건강연대가 2013년 12월 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재모병원에 대한 공론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산재모병원은 울산지역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다. /뉴시스

산재모병원은 김기현 아닌 울산의 숙원사업


검찰로서는, '산재모병원 공약=김기현꺼', '문재인 공약인 공공병원=송철호꺼'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대전제로 제시해야만, 장환석과 송철호가 '김기현 공약인 산재모병원' 대신 '송철호 공약인 공공병원'을 추진하기로 한 것처럼 주장할 수가 있다. 그게 아니면 청와대 인사를 걸고 넘어질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송철호 일행과 자유한국당 의원 강길부 보좌관이 모두 울산 지역 숙원사업인 산재모병원 추진 촉구 의도로 장환석 선임행정관을 만난 것이며, 그 자리에서 장 선임행정관이 현실적으로 예타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 만남을 송철호에게 부탁하고 주선까지 한 것이 강길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만남의 결과도 강길부에게 전달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같은 울산지역 자유한국당 소속인 당시 현직 울산시장 김기현에게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 리가 있겠는가?


아니, 사실은 이 산재모병원 문제로 민주당 울산시당과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이 함께 공개 협의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이 2017년 10월의 송철호-장환석 만남 이후 딱 한달 뒤인 11월 9일에, 민주당 울산시당과 김기현 울산시장이 '주요현안 간담회'를 열고, 산재모병원 문제를 함께 논의했는데, 당시 기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특히 공공병원과 관련해서는 울산시도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산재모병원이 아닌 '혁신형 국립병원'이 조속히 설립될 수 있도록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2017년 11월 9일 포커스데일리 보도

김기현, 혁신형 국립병원 버리고 산재모병원 다시 공약


앞서 글에서 송철호 시장의 해명에서도 언급됐듯이, 당시 산재모병원은 예타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이유로 송철호 변호사가 총대를 매고 나섰던 것이고.


게다가 이 만남 이후 한 달 만에 김기현 시장이 '적진'인 민주당 울산시당과 함께 산재모병원 추진을 포기하고 대안으로서 '혁신형 국립병원'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을 보면, 송철호변호사가 10월 장환석 행정관을 만난 결과를 직접이든 간접이든 김기현과 공유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만남을 주선한 강길부 의원이 김기현과 같은 당 소속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설사 백번 양보해서 김기현이 10월 만남의 결과를 듣지 못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식으로든 산재모병원의 예타 탈락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그 다음해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김기현이 다시 마음을 바꿔 산재모병원을 재차 추진하겠다 공약한 것은 스스로 말을 뒤집은 것이자, 이미 스스로도 가능성이 낮아진 줄을 인식하고 포기 발표까지 했던 산재모병원 건을 끝끝내 붙잡은 개인적 판단 미스일 뿐이고, 따라서 검찰이 멋대로 프레임으로 설정한 '산재모병원 공약은 김기현꺼'라는 명제는 허위인 것이다.


더욱이 검찰은 공소장에서 송철호 측이 장환석 행정관에게 '예타 결과 발표를 미뤄달라'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만남의 목적상 그럴 이유도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강길부 의원이 만남을 요청하고 주선했다는 대전제와도 논리적으로 크게 부딪히는 엉터리 주장이다.



김기현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가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18년 5월 31일 울산 남구 야음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8.5.31/뉴스1

공공병원 설립은 선거 거래 아닌 예타 정책 변화 때문


그러면, 김기현이 (중간에 포기했다가 다시 꺼내든) 산재모병원은 결국 예타에서 탈락하고, 대신 (원래는 김기현과 송철호의 공동공약이 될 수 있었던) 공공병원은 예타면제로 설립 확정된 것은, 과연 '선거관련 거래'의 정황이 될 수 있을까.


산재모병원은 2003년 이후로 수차 예타에서 탈락되어왔던 사업이다. 당시에도 이미 탈락 가능성이 점쳐져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장환석 선임행정관이 그 대안으로 공공병원 추진을 권했던 것이고.


반면, 시장이 바뀐 후에 공공병원 설립이 결정된 것은, 엄밀히 말해서 송철호 시장의 영향력보단, 예타면제에 대한 정부 방침이 대대적으로 바뀐 덕분이 더 컸다. 왜냐하면, 2018년 10월 정부가 예타면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바로 다음해인 2019년 1월 말에 각 광역지자체별로 대대적으로 선정한 예타면제 사업들에, 울산시의 공공병원 설립이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검찰이 이 공공병원 설립이 '선거 목적 거래'라고 주장하려면, 그 한 건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에 대한 정책기조 전면을 수정해가면서 이미 당선된 울산시장 송철호를 지원해줬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주객이 전도되는 억지 주장을 해야만 하게 되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ㅣ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하고 있다. 2019.01.29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하고 있다. 2019.01.29

이런 매우 타당한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송철호-장환석 회동을 불법선거 목적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강길부 의원'의 존재를 누락시켰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강길부 의원의 역할을 제자리로 원위치 시키는 즉시 검찰의 송철호-장환석 선거법위반 혐의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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