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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마스크, ‘공급’의 문제인가 ‘배분’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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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마스크, ‘공급’의 문제인가 ‘배분’의 문제인가?
  • 고일석
  • 승인 2020.03.1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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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마스크, 정부 일괄 구매, 의료단체가 현장에 배분
의협, 회비 안낸 개원의에게 공급 제한 및 차등 배분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진을 하고 있다./뉴스1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진을 하고 있다./뉴스1

최우선시되어야 할 의료진 보호

지금과 같은 의료 비상상황에서 의료진의 보호는 그 무엇보다 최우선되어야 한다. 감염의 예방, 확산 차단, 진단, 치료가 모두 의료진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들에게 어떤 위해(危害)가 있을 경우 감염의 확산과 피해 발생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전 국민이 마스크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마스크의 공급에 있어 의료진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병원인력, 개원의인력, 보건소인력 등 모든 의료진이 마찬가지다. 그들은 바이러스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위치에 있고, 한 명이라도 감염이 되면 수백, 수천 명의 환자를 다루는 병원 전체가 기능 불능에 빠질 수도 있으며, 메르스의 경우처럼 의료기관이 수퍼감염자의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의료 현장에서 부족하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필요한 만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제한된 생산량에서 일반 국민에게 공급되는 양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최우선적으로 의료 현장에 충분하게 공급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안성 마스크생산 업체인 케이엠을 방문, 생산현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0.3.9/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안성 마스크생산 업체인 케이엠을 방문, 생산현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0.3.9/뉴스1

박능후 장관 “공급 충분, 비축 필요로 부족 가능성”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마스크가)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의료계에는 우선적으로 공급해서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다.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리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발언해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각종 의료단체에서 박 장관의 발언에 분노하는 성명을 쏟아냈다. 13일 하루에만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거의 모든 의료단체가 각각의 현실을 호소하며 박 장관의 발언에 항의하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스크 한 장으로 2~3일씩 사용”하고 있고, “정부가 공급한 공적 마스크를 손에 쥔 개원의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마스크·방호복 공적 지급이 하루 필요량의 70~80%밖에” 안 되고, “의사협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모은 성금을 지원받아, 전공의들을 위해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호소했다.이 단체들의 주장은 진위를 따져볼 필요 없이 사실에 부합할 것이다. 정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현장의 불만과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위원들은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논의했다. 2020.3.12/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3.12/뉴스1

의료진 마스크 배분 책임 맡고 있는 병원협과 의협

그런데 정작 입장을 밝히고 박 장관 발언의 진위를 확인해줘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다.

정부는 마스크 부족이 현실화될 무렵인 3월 6일 의료기관에게 공급될 마스크는 공적판매망과 분리해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의협·병협·치협·한의협 등 의료계 4개 협회로 공급방식을 일원화했다.

그 이전까지는 각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마스크를 구매해왔으나 기존의 공급체계가 붕괴된 상태에서 의료진들에 대한 특별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적 계통으로 확보되는 물량 중 100만 장을 우선 할당하여 4개 협회의 수요에 따라 배분하면 이들 협회가 소속 의료기관에 배분하도록 했다.

이들 협회에 대한 정부의 공급량은 초기 일 100만 장에서, 144만 장으로 올라갔다가, 최근에는 일 180만 장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협회의 신청을 받고 물량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여 지속적으로 물량을 늘려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에서 공급을 하면 현장에 대한 적정한 배분은 각 협회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현장 배분은 협회가 책임지고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하고 공급이 현장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에 더 많은 공급을 요청하여 해결해야 한다.

13일 현재 일반국민에 대한 마스크 공적공급 물량이 하루 800만 장에 달하고 있다. 3월 9일 700만 장에서 100만 장 늘어난 물량이다. 의료기관 특별물량과 합치면 거의 1천만 장에 달하는 마스크를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이 중에서 100만 장 더 할당하여 의료기관 공급을 늘리는 것이 뭐가 그리 큰 일이겠는가. 

“공급은 충분하나 비축의 필요 때문에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장관의 발언이 나오고 이에 대해 현장 의료인력의 불만이 폭발했으면, 배분의 책임을 맡고 있는 협회가 가타부타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12일 오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 교대 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2020.3.12/뉴스1
12일 오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 교대 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2020.3.12/뉴스1

회비 납부 여부에 따라 차등 배분하고 있는 의협

특히 할 소리인지 아닌 소리인지 가릴 것 없어 날이면 날마다 뭔가 얘기하고 있는 의협은 정작 가장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13일 뜬금없이 건강한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권고안을 내놨다.

3월 6일 정부는 의료기관 마스크 공급 일원화 방침을 마련하면서 “회원·비회원 구분 없이 배포되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고, 각 협회에서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의협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 개원의나 회부를 납부하지 않은 개원의들은 의협 계통의 마스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3월 12일 <메디컬타임즈>는 “A도의사회 산하 의사회는 회비를 내지 않은 개원의에게는 공적 마스크를 분배하지 않고 있다. B광역시 의사회는 회원, 비회원에 따라 마스크 지급 수량에 차이를 두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어떤 지역은 회비 납부 여부에 따라 배송비에 차등을 두기도 하고, 회비를 낸 회원에게는 마스크를 무상 지급하고, 미납 회원에게는 마스크 한 장당 1000원씩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의협으로부터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하는 개원의들은 미리 구입해놓은 마스크를 아껴쓰던지,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에서 2장 씩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대집 의협회장/뉴스1
최대집 의협회장/뉴스1

의협은 뭘 하고 있나?

이에 대해 개원의 마스크 배분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각 시도의사회는 업무 과중과 회비 납무 여부에 따른 차별의 필요 등을 들며 마스크 배분에 차등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어떤 광역시의사회 관계자는 "회비도 안 내고 의사회가 돌아가는 데 기여한 바는 전혀 없이 권리만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무임승차"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아무런 지원도 없이 법정 단체라는 이유로 책임만 부여하고 있으니 없어도 될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개원의에 대한 마스크 배분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국광역시도의사회의 회장협의회는 이런 실정에 대한 언급은 없이 13일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마스크와 방호복 부족 사태의 원인이 바이러스전쟁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의료진에게 있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여론과 의료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고, 상급단체인 의협은 일언반구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

비상상황에서의 의료기관 마스크 공급은 정부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만약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배분의 문제라면 배분의 역할을 맡은 기관이 최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도대체 의협은 뭘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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