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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칼럼] 언제나 그랬듯 검찰 측 증인이 뒤집은 검찰 측 주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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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칼럼] 언제나 그랬듯 검찰 측 증인이 뒤집은 검찰 측 주장②
  • 박지훈
  • 승인 2020.03.19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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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외국인 연구자가 아내의 출입증을 이용해 KIST에 들어가 성추행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2017년 외국인 연구자가 아내의 출입증을 이용해 KIST에 들어가 성추행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 [박지훈 칼럼] 언제나 그랬듯 검찰 측 증인이 뒤집은 검찰 측 주장①에서 이어짐

 

4. 방문증 아닌 '임시출입증' 발급 사실

검찰은 지금껏 줄곧 조민 씨는 방문증으로만 출입했고 다른 출입증 등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 방문증 기록을 근거로 실제 인턴을 한 기간이 7월 20일, 21일 이틀간이라고 주장했다(12일은 인턴기간 전). 또한 정병화 박사도 조민 씨에게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았고, 출입증 발급 전에 인턴을 취소시켰다고 검찰에 진술했었다.

이와 관련 논란이 한참 벌어지던 당시, 익명의 'KIST 관계자'는 "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문증으로 출입했을 것"이라고 멋대로 떠들기까지 했다. 이런 익명의 발언들이 쌓여 '방문증 뿐', '실제 출석은 겨우 이틀' 이런 억측이 객관적인 사실인양 돌고 돌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달랐다. 이날 변호인 측은 조민 씨가 7월 19일에 임시출입증 발급신청서를 제출한 KIST 전산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임시출입증은 7월 21일에 실제 발급되었고, 8월 12일에 반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은 인턴기간에 대해 검찰과 언론들이 정교수와 조민 씨를 공격하던 두 가지 '가설'을 허물어뜨렸다. 먼저, 조민 씨는 서류를 제출하고 신청해서 임시출입증을 받았다. (익명의 KIST 관계자 즐!)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았다는 정 박사의 주장도 엉터리였다.

 

5. 인턴 수행 기간은 2일인가 5일인가

다음으로, 실제 인턴 수행 기간이 이틀뿐이라는 검찰 주장도 함께 무너졌다. 검찰은 당초 KIST 전산 기록상 조민 씨의 KIST 인턴 출석일이 7월 20일, 21일까지 이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언론에도 그렇게 뿌렸다. 그런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슬그머니 22일을 조민 씨의 방문증 출입 기간에 집어넣어 주장했다.

그 이유가 바로, 조민 씨가 7월 22일에 KIST에 있었던 관련 진술이 나와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7월 22일, 조민 씨는 방문증이 아닌 전날에 정식으로 발급받은 출입증(임시 출입증)으로 KIST에 출입한 것이다. 그래서 22일에는 방문증 기록이 없었던 것이고.

그뿐만이 아니다. 당시 공식 인턴 기간은 7월 20일부터가 아닌 18일부터였다. 실제 학교의 전산 기록도 그렇게 되어 있다. 정 박사 역시 조민 씨가 월요일부터 나온 걸로 기억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2011년 7월 18일이 바로 월요일이었다.

게다가, 조민 씨가 임시출입증 발급신청서를 제출한 날짜가 7월 19일이었다. 즉 조민 씨는 7월 19일에 어떤 방법으로든 KIST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보안시설은 보안 통제된 출입문 밖에서 출입증 발급신청을 하는 경우는 없다. 일단 어떻게든 입장한 후에야 출입증 신청서와 보안서약서 등을 제출하는 것이다.

즉, 검찰이 뭐라고 주장하든 무관하게, 방문증이든 다른 방법이든, 어떻게든 조민 씨는 7월 19일에 KIST에 입장해 있었다는 증거다. 더욱이 정 박사 본인도 월요일(18일)에 처음 본 것 같다고 했다. 이것은 방문증 기록이 없으니 조민 씨의 방문증 기록이 20일, 21일 이틀뿐이니 이틀만 인턴을 한 것이라는 그간의 검찰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오히려 7월 18일부터 인턴을 수행했다고 볼 근거가 된다.

실제 KIST의 자체 설명으로도, 조민 씨의 인턴 수행 기간은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검찰 주장과 달리 이틀이 아닌 5일간 인턴을 한 것으로, 월~금요일이므로 일주일간이다. 적어도 인턴기간의 1/3은 채운 것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기간에 못나가게 된 것은 내부 분란 때문에 집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한 연구원의 잘못일 뿐이다.

(방문증이라도 발급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주장들도 있는데, 지난 2017년에 출입이 취소된 외국인 전직 연구원이 아내의 출입증으로 KIST를 몇 달이나 멋대로 드나들며 성추행까지 한 사건까지 있었다. 동행하거나 인솔하는 내부 관계자가 조민 씨를 들여줬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6. 정박사의 7월 22일 인턴 취소 관련 의문

정병화 박사의 주장은 7월 22일에 조민 씨가 출근하지 않아 인턴을 중단시키고, 급여도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연구원이 집에서 대기하라 지시' 사실은 무시하더라도) 조민 씨의 출입증 기록상 22일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가 된 12시 이후에 퇴근한 기록이 남아있다.

정 박사의 주장이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이다. 정 박사는 조민 씨에게 출입증도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발급을 받았던 사실도 확인되었다.

더욱이, 인턴기간 3주 중 1/3에 해당하는 1주를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급여지급은 전액을 취소 처리했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는데, 정 박사는 “당시 내가 화가 많이 나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이 문제는, 앞서 살펴본 '연구실 내 분란' 문제와도 연결되어 생각해볼 문제다. 스스로 화가 많이 나서, 그러니까 스스로 설명했던 다른 연구실과의 분쟁 문제로 '홧김에' 인턴 취소를 했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오전에 출근을 했었는데도 (오후에 돌아간 사유는 몰랐다 하더라도) 오후에 안 보인다고 해서 인턴을 아예 취소시켰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조민 씨를 성실하다고 평가하고는 다시 다른 연구원의 '엎드려 자고 있더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났었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봐도 이 검찰 측 증인은 도무지 신빙성이 있는 증인이 아닌 것이다.

 

7. 그래서, 조민 씨는 과연 인턴증명서 자격이 없었나

어떻게 된 일이든, 결과적으로 조민 씨가 당초 예정했던 3주보다 훨씬 적은 날짜만 출근한 것은 사실이다. 그 사유는, 이전부터 책임자인 정 박사에게 양해를 구했던 케냐 봉사활동 건과, 집에서 대기하라던 연구원의 지시 두 가지가 겹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애초 기간보다 훨씬 적은 날수만 출근했기 때문에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을 자격이 없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 변호인은 다시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검찰이 임의제출받은 증거들 중에, KIST의 전산시스템 학생 정보가 있다. 거기에 조민 씨의 인턴기간이 나온다. 그러면 해당 기간 동안의 증명서 출력이 가능한 것 아닌가. 이에 대해 정병화 박사는 "그럴 수도 있다"라고 대답했다.

즉 인턴을 취소시켰다고 주장한 정 박사가 스스로, 인턴증명서 발급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민 씨와 정경심 교수의 입장에서도 인턴증명서 발급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변호인의 이런 변론은, 비록 담당 교수인 정병화 박사가 아닌 무관한 이광렬 박사가 발급하기는 했지만,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 문제로 이광렬 박사가 징계를 받은 상태이지만, 그건 이 박사의 책임 문제일 뿐 조민 씨나 정경심 교수의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보다시피, 이번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은 검찰이 그동안 언론을 동원해 퍼뜨린 악의적 왜곡을 조목조목 반박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변호인단이 그동안 법정에서만 반박하기로 방향을 정해 철저히 언론에 해명을 하지 않았을 뿐, 변호인단에겐 다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KIST 인턴 건은 정교수에게 유일하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 변호인단의 변론이 어떻게 진행될지 큰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었던 문제다. 내 상상의 폭을 훌쩍 뛰어넘은 대반격 변론에 감격할 지경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큰 고비를 넘었으니, 이제 비교적 순탄한 길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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