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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컨테이너선 명명식에 참석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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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컨테이너선 명명식에 참석한 까닭
  • 고일석
  • 승인 2020.04.24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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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항만·조선·철강 등 국가기간산업의 중심 해운산업
자사 선박 건조 · ICT 중심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한국 해운의 ‘배 12척’
코로나19 위기를 한국 해운 도약의 기회로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에서 개최된 'HMM 제1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배재훈 HMM 대표이사(맨 우측)가 밧줄을 끊은 후 'HMM 알헤시라스호'를 바라보고 있다. (현대상선 제공)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날 명명식을 가진 컨테이너선은 현대해상이 이름을 바꾼 HMM이 발주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알헤시라스호’였다.

문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단순히 이 배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날 명명식을 가진 ‘알헤시라스호’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인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가장 상징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7년 2월 국내 1위·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16년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한지 6개월 만이었다. 갑작스런 법정관리로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됐고,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항만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하역작업을 거부하는 등의 물류대란이 벌어져 한진해운의 파산을 가속화시켰다.

세계 5위 해운국가였던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한 개 업체의 파산으로 곧바로 7위로 떨어졌다. 한진해운을 제외하면 규모가 한참 떨어지는 우리나라 해운업계 전체가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에 봉착했다.

23일 명명식을 가진 '알
23일 명명식을 가진 '알헤시라스호’(해양수산부 제공)

수출·항만·조선·철강 등 국가기간산업의 중심 해운산업

모든 산업이 그렇듯 특정 산업의 성쇠(盛衰)는 그 분야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해운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수출품의 99.7%가 해운을 통해 수출된다. 국적선사가 위기를 맞으면 자칫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한진해운의 파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류대란은 이를 입증한 것이다. 

또한 해운은 또 다른 기간산업인 조선산업과 직결되어 있다. 2016년 수주절벽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최대 위기는 국적선사의 발주 부진도 한 원인이 됐다. 조선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해운산업 2·3위 국가로 이들 국가 국적선사의 발주가 자국 조선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조선산업의 위기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주요산업인 철강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또한 조선산업은 제조업 중에 고용유발계수가 가장 높은 산업으로 조선산업의 부진은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직결된다.

이처럼 해운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엄청나게 큰 기간산업 중의 기간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알헤시라스호’ 명명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알헤시라스호’ 명명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자사 선박 건조 · ICT 중심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위기는 선박의 자사보유보다 배를 빌려 운용하는 용선(傭船)의 비율이 높은 구조적인 문제가 주요 원인이 됐다. IMF 사태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사 보유 선박들을 매각해야 했던 선사들이 해운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온 뒤에도 자사 선박 건조보다 용선 위주의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가 용선료 급등으로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그 처리 과정에서도 한국 해운산업을 약화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해운산업의 생존보다는 채권단의 채권 회수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대책으로 한진해운이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영업망과 해외터미널 등이 모두 외국 선사에 헐값으로 팔려나간 것이었다. 현대상선을 비롯한 우리나라 선사들 또한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이어서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들을 인수할 여력이 없었다. 이로 인해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우리나라 해운업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실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 해운산업 부흥대책을 마련하면서 유동성 지원 등의 생존 유지 차원의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해운산업의 구조적인 개혁과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 조선산업 진흥와 맞물려 우리나라 해운사의 자사 선박 발주를 확대하고, 자율운항선박 및 지능형 항해시스템 도입, 부산 제2신항 조속 건설, 광양항에 ‘한국형 스마트 항만’ 도입 등 해운의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중심으로 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2018년 4월 5일 발표했다. 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이 안 되는 시점이었다.

이러한 지원을 받아 HMM(구 현대상선)은 3조 5천억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하고, 그 중 가장 큰 규모인 ‘알헤시라스호’를 완성해 23일 명명식을 가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알헤시라스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알헤시라스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한국 해운의 ‘배 12척’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안에 같은 급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열두 척이 세계를 누비게 된다"라며 "400여년 전 충무공께서 '열두 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했듯, '열두 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을 되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열두 척인가? HMM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중 12척은 그 중에서도 2만3천TEU급의 세계 최대 신조 컨테이너선이다. 컨테이너선은 선복량이 클수록 운임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들 12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모두 유럽 노선에 투입된다.

현대상선 시절 HMM은 유럽 노선이 없었다. 다른 선사의 선복량을 매입하는 일종의 임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HMM은 이들 노선을 모두 자사 소유의 초대형 선박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우리나라 조선사에 발주한 것이다.

이날 명명된 ‘알헤시라스’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이름이다. 이처럼 앞으로 건조가 완료되어 유럽노선에 투입될 컨테이너선의 이름도 코펜하겐(덴마크), 더블린(아일랜드), 함부르크(독일), 오슬로(노르웨이), 로테르담(네덜란드), 스톡홀름(스웨덴) 등 HMM이 취항할 유럽 각국의 12개주요 항구도시 이름으로 정해놓았다.

이들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은 인도 즉시 유럽 노선에 투입되어 내년까지 유럽의 주요 노선을 확보하게 된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공백에 놓여있었던 유럽 노선이 비로소 정상화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알헤시라스호’ 명명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코로나19 위기를 한국 해운 도약의 기회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명명식에 참석하기 전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 해운사에 총 1조 2500억 규모의 금융지원을 확정했다. 또한 이에 앞서 해운산업에 대한 3800억원 규모의 1~3차 지원을 진행 중이다. 4차 지원은 이전 지원의 3.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HMM은 올해 9월 쯤이면 흑자 경영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한 국제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국 해운업계에는 위기이면서 기회다. 어떤 업종이든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거치고 나면 업계 판도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코로나19 판데믹은 모든 업종을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배재훈 HMM 사장은 지난 달 말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태가 진정돼 각국의 경제가 회복의 길에 들어설 때, 새롭게 생기는 시장과 기회를 누가 선점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코로나19는 수십년 동안 국가와 기업이 쌓아온 힘의 균형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이날 명명식에 참석해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제무역 촉진을 위한 협력을 합의했다”고 말하고, “해운업계가 닥쳐오는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과 끝까지 함께 하겠”으며 “세계 5위 해운강국 도약을 목표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강도 높게 추진하여 다시는 부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알헤시라스호’ 명명식 참석은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첫 성과를 확인하면서, 지금의 위기를 해운재건을 위한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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