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물거품 돼버린 검찰의 ‘정경심 증언 강요’ 작전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4-28 06: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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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조력 없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 교수
무참히 반박당한 ‘강남건물주의 꿈’ 언플
작은 건물의 소박한 꿈을 빌딩에 대한 탐욕으로
정경심 교수/뉴스1
정경심 교수/뉴스1

변호인 조력 없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 교수


어제(27일) 정경심 교수가 조범동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과태료 부과까지 거론한 조범동 재판부의 거듭 출석요구에 드디어 출석한 것인데, 물론 재판부는 검찰의 요구에 응한 것일 뿐 실제 정 교수를 조범동 재판부에 불러내려 안간힘을 다한 것은 검찰이다.


일단 검찰이 왜 조범동 재판에 정교수를 증인으로 부르려 애썼었는지 짚어보자. 먼저, 정교수와 조범동은 별개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검사들이 동일하다. 그리고 이 사태의 시발점을 돌아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수사는 애초에 '피라미'에 불과한 조범동을 잡아넣기 위한 것이 아닌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를 표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조범동과 정교수는 공범으로 기소되었으면서도 특이하게 재판은 따로따로 받고 있다. 공범 관계이므로 다른 범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불려나가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데, 피고인 신분이 아닌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이므로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가 없고 본인이 홀로 진술을 해야 한다.


즉, 조범동 공판에 대한 증인이라는 명목으로 정경심 교수를 불러다 변호인의 조력도 없는 무방비 상태의 정교수를 증언대에 세워놓고 수모를 줄 속셈이었을 것은 쉽게 짐작 가능하다.



무참히 반박당한 ‘강남건물주의 꿈’ 언플


그런데 회심의 '덫'을 놓은 검사들에겐 매우 실망스럽게도, 정교수는 전혀 만만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혐의로 연결될 질문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로 증언을 거부했고, 오히려 검사들이 공판 중 언플을 했던 부분들을 끄집어내 조목조목 따져가며 반박을 해버렸다.


이날 정교수는 검찰이 언플했던 여러 내용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내놓았지만,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강남건물주의 꿈'에 대한 정교수의 적극적인 반박이었다. 이 '강남 건물' 건은 지난 1월 31일에 있었던 정교수 2차 공판에서 검찰이 떠들어댔던 것으로, 검찰의 주장 요지는 '수백억 원대의 강남 빌딩을 목표로 삼았던 것은 불법적 수단으로 재산을 불리려 했던 동기'라는 것이었다.


당시 변호인측은 아무런 구체적 계획이나 자금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개인적 문자메시지 내용으로서 재판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당일 대다수 언론들은 이런 검찰의 떡밥을 제대로 물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강남 빌딩'을 제목으로 뽑으며 검찰의 의도에 충실히 봉사한 것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이틀 후인 2월 2일 입장문까지 내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정교수는 부모님 별세 이후 3남매가 함께 강북의 건물 하나를 상속받은 상태인데, 다른 재산과 대출 혹은 전세를 끼면 강남 건물을 공동으로 장만할 수 있겠다는 단순한 희망에 불과한 것을, 마치 유죄의 중요한 정황이나 되는 듯이 보도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다.



작은 건물의 소박한 꿈을 빌딩에 대한 탐욕으로


정교수가 공개한 '강남 건물'의 상세한 스토리는 이랬다. 그 문자를 보내던 즈음 정교수는 조범동을 역삼역 근처 카페에서 만날 일이 있었는데, 역삼역 대로에서 2, 3블럭 정도 들어간 4층 정도의 '작고 예쁜' 건물이었다. 이런 건물은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조범동이 40~50억 정도 한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또 조범동이 강북 건물 처분하고 이런 강남 건물 사라고 권유하기도 해서 기분이 업되어 동생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단다.


즉 검찰은, '40~50억대의 작은 강남 건물'을 '수백억대의 강남 빌딩'으로 대대적으로 왜곡해 언플을 했던 것이다. ('건물'과 '빌딩'의 어감 차이에도 유의하시라. 정교수의 문자 내용은 분명 '강남 건물'이었는데, 검찰은 슬그머니 그걸 '강남 빌딩'으로 대체시켜 주장했다. 건물과 빌딩, 어감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만 통상적으로는 규모 면에서 가리키는 대상이 다르다.)


40~50억대라면 당시 정교수 단독 재산으로도 구입이 가능한 수준이었고, 멀어서 관리하기도 좋지 않은 강북 건물을 처분하고 전세나 대출을 끼면 강남의 50억대 미만의 건물은 그닥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이런 항변 앞에서는 '불법 행위의 동기'라던 검찰의 주장은 완전히 맥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언론의 검찰 일변도 보도 달라질까


이날 조범동 공판의 주인공이 정 교수였고, 정교수가 본인 공판에서도 직접 진술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공판에서 밝혀지고 있는 진실들을 검찰 시각에서만 보도해대던 언론들도 정교수의 이런 발언들을 중점적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조중동조차도 정교수의 발언 내용을 상당부분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올려놓고는 1시간도 안 돼 제목을 다급하게 통째로 바꿔치우는 등 정교수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던 사실을 숨기려 급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정경심 증인 강요' 작전은 완전한 대실패였다. 정교수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결과,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이, 도리어 기존에 공들여 쌓아놓은 언플까지 무너져버린 것이다. 물론 이건 단지 검찰의 헛발질이었거나 요행이 아닌, 정교수가 증인 출석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증언 거부와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강조할 것인지 변호인단과 많은 준비를 한 결과일 것이다.


한 번 터진 둑은 때워도 또 터지게 마련이다. 언론들에서 검찰의 의도에 반하는 기사들이 와락 쏟아져나온 만큼, 향후로는 이렇게 정 교수 측의 항변과 증거들이 나름 충실하게 보도되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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