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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쉼터'에 대해 알아야 할 3가지① 시골에서 땅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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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쉼터'에 대해 알아야 할 3가지① 시골에서 땅 사기
  • 박지훈
  • 승인 2020.05.1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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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부동산의 가격 조건은 수십 가지
땅값보다 더 들어가는 토목공사비
비슷한 면적에도 천차만별인 시골 땅값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뉴스1

중앙일보 17일자 「[단독]4억 비싸게 쉼터 산 정대협···중개 이규민 "판 사람 마음"」 기사의 프레임은 시골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도시민들에겐 그야말로 '맞춤형 덫'이다. 이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안성 정의연 쉼터는 대지면적 800㎡(242평), 건물 연면적 195.98㎡(약 59평)
2. 정의연의 매입 전후에 비슷한 규모의 집들은 2억, 3.8억에 매매됐다.
3. 집을 매각한 김모 대표와 소개한 이규민 당선인, 그리고 매입한 정의연의 윤미향 당선인 셋은 지인('특수관계인'?)이다.
4. 김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스틸하우스 건축비는 내외장재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국철강협회 스틸하우스클럽 통계에 의하면 평당 350만원에서 400만원 내외로 지어지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논리대로 계산하면 쉼터의 건축비는 2.36억원이다.
5. 비슷한 시기인 2013년 6월 721㎡(약 218평) 대지의 매매가는 1억(평당 45만원)이었다.
6. 4, 5,번을 더하면 쉼터의 적정 가격은 3.5억원이다.
7.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7.5억원은 의아해한다.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 보도

시골 부동산의 가격 조건은 수십 가지

먼저 비교적 간단한 3번 부분들부터 쉽게 반박하면서 시작해보겠다. 시골의 부동산 매매는 거의 지인의 소개 혹은 지인들간의 거래로 이루어진다. 부동산 사무소? 거기 가서 부동산 소개를 청하는 사람은 100% 외지인이다. 현지인이 부동산 사무소에 갈 일은 지인 사무실에 놀러갈 때뿐이다. (물론 악의적인 현지인이 악의적인 부동산과 짜고 외지인 눈탱이 치기 위해 부동산에 모일 수도 있다)

시골의 부동산은 바로 인근, 비슷한 땅 면적, 비슷한 건물 면적이라고 해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내가 만 7년 전에 산 가평군 설악면의 우리 집 땅은 330평을 평당 60만원에 샀지만, 우리 집 바로 뒤편의 땅은 똑같이 도로를 끼고 있고 똑같은 330평임에도 지난해 평당 30만원에 매매됐다.

우리 집 땅보다 불리한 조건들이 더 있어서인데, 일단 경사가 심해서 토목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또 건축 후 배수가 불가능한 땅이다. 그래서 바로 옆의 같은 면적 땅이 두 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가격 차이는 '특수사례'가 아니라 '일반사례'다. 모든 부동산이 수십 가지 가격 결정 요인들이 있고, 그중 단 하나의 조건만 치명적이면 다른 조건이 다 좋아도 똥값이 된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조건은 공공 도로를 끼고 있느냐다. 공공 도로가 없으면 그 하나만으로도 즉각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아예 건축허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집을 짓는 게 불가능한 땅이기 때문이다.

 

땅값보다 더 들어가는 토목공사비

또 경사가 너무 심하면 그만큼 엄청난 흙을 메꿔서 토목공사를 해야 하는데, 땅값보다 더 들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흔히 '전원주택 부지'라면서 쪼개 파는 땅이 보통 이런 식인데, 현지 주민들은 공사비가 너무 많이 들고 너무 외져서 관심도 주지 않는 안 좋은 위치와 입지의 땅을 사서는, 대규모 공사비를 들여 땅의 가치를 높인 후 쪼개서 이익을 붙여 파는 것이다. 일례로 평당 30만원에 사서 토목공사비 평당 50만원씩 들여 개발해서 평당 150만원에 파는 사례, 흔히 있는 일이다.

바로 이런 전원주택 부지 개발 사례를 보면, 시골 땅의 평당 '시세'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 땅은 업자가 사들일 때는 평당 30만원짜리 땅이었지만, 개발 후 매도 호가가 150만원이 됐다. 그럼 그 업자는 무려 다섯 배의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자인가?

아니다. 그가 들인 '원가'는 매입가 30만원에 공사비 50만원을 더한 80만원이고, 거기에 개발 과정에서 들어가는 금융비용이나 각종 자재비, 부대공사비 등이 더 들어간 것(예를 들면 총 110만원)이 진짜 원가이고, 그것도 끝이 아니다. 20개의 쪼갠 부지를 평당 150만원에 매도 호가를 올렸어도, 처음 몇 개만 그 가격에 팔리지 몇 년이 지나도록 다 팔리지 않는 부지들이 여러 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리스크다.

그러면 금융비용 부담과 자금 회전을 위해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남은 부지는 결국 할인해서 판매하게 되는데, 120만원이나 100만원에 팔 수 있다. 결국 매도호가 150만원은 고정된 가격도 아니고, 한 단지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가격으로 부지를 사게 되는 사람들이 함께 살게 된다. 즉, 이렇게 평당 30만원짜리 땅을 사서 150만원에 팔아도 그닥 폭리라고 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업자의 악덕과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그 땅의 가치가 3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오른 거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자, 조중동식의 논리, 그리고 흔한 도시민들의 부동산 시세 이해에 비추면, 30만원->150만원이 된 이런 결과만 봐서는 전혀 이해가 안 된다. 업자가 나쁜 놈이네, 이런 생각밖에 안 든다. 하지만 그 세부 사정을 보면 충분히 리즈너블한 경우가 더 많고, '악덕업자'는 외견상 보이는 것보단 훨씬 적다.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뉴스1

비슷한 면적에도 천차만별인 시골 부동산 가격

위 부지 개발 사례를 가정해서 설명한 것은, 시골의 부동산 가격이라는 게 각각의 부동산에 대해 얼마나 천차만별로 다른지, 그래서 시세를 들먹이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설명하기 위해서다.

토목공사를 안 해도 공사를 한 것만큼이나 땅의 형태가 잘 빠진 땅은 당연히 토목공사를 한 결과만큼 가격이 높아진다. 대규모 공사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경우는 애초 매입 가격이 그만큼 낮게 형성된다.

또한 '지목'이 논, 밭이나 숲으로 된 땅(답, 전, 임)은 건축을 위해선 인허가 과정이 더 번거로운 데다 '농지전용부담금'이라는 추가 비용을 평당으로 국가에 내야 한다. 밭을 사서 집을 짓는 경우 이 비용이 꽤 만만찮게 부담된다. 그래서 그런 과정이 필요 없는 '대지'는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다.

사례를 말하자면, 우리 집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위치에 지난해 가을부터 RC조로 주택이 건축 중인데, 아랫집 아저씨에게 듣기로는 평당 20만원에 팔린 땅이라고 들었다. 동네의 다른 땅들에 비해 엄청나게 저렴한 것인데, 그런 이유가 있다. 일단, 그 땅은 도로에서부터 개울 너머다. 그 개울을 메꾸면 물난리가 나므로, 당장 공사를 위해서라도 먼저 다리부터 지어야 한다. 즉 다리 건축비가 추가된다.

정작 더 심각한 것은, 그 땅이 가파른 산 밑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십수 년 사이 여러 번 산사태가 났던 곳이다. 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워낙 가팔라서, 산사태가 나면 수십 년 된 나무들이 뿌리째 빠지면서 함께 무너진다. 당연히 그 밑에 집을 짓는 것은, 자살행위다. 시간문제일 뿐.

 

도시민들이 시골 땅을 비싸게 사는 이유

그럼 이 말을 듣는 외지인들 입장에선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정 모르는 도시민이 그렇게 집짓기에 매우 위험한 땅을 사가는데, 왜 말리는 사람이 없었느냐고. 답은 간단하다. 땅 매수인이 안 물어봤으니까.

직접 지인이거나 지인의 지인이 처치 곤란한 땅을 헐값이라도 팔려 하는데, 거기 개입해서 '그 땅 위험해요, 사지 마세요' 하고 설레발을 쳐줄 사람은, 아마 도시에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즉, 땅을 사려는 사람이 쫓아다니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간단한 답례 선물 같은 거라도 쥐어주면서 말이다. 내 집 바로 뒤의 헐값 땅을 산 사람도, 지난해 땅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바로 앞에 사는 젊은 사람(나)이 살고 있는데도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덥석 계약했다.

내가 왜, 나한테 찾아와 의견 한번 묻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떠나는 차까지 뛰어 쫓아가서 절대 사지 말라고, 거기 집 지으려고 하면 공사 과정에서 배수가 안 되는 점을 문제 삼아 내가 군청에 민원을 넣을 것이고, 그러면 즉각 건축중단 명령이 나온다고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하는가. 그 사람은 집을 지으려고 땅을 샀지만 결코 완공을 못한다. 인근에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 때문에.

그 사람은 싸게 샀다고 좋아했겠지만, 여러 해 후에 더 헐값으로 되팔게 될 것이다. 내 친한 동네 형님을 포함한 동네 사람들은 30만원 호가에도 아무도 안 샀고, 외지인이 30만원에 물었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건축 용도가 아닌 순수 밭 용도로 20만원이라면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즉 그 사람은, 애초에 20만원 가치밖에 없는 땅을 30만원에 사면서 좋아한 것이다.

시골 땅이 싸면 싼 이유가 있고,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다. 그걸 단시간 설명을 해줘봤자 외지인은 금방 이해를 못한다. 어쨌든 비싸게 사는 데에는 비싸게 사는 이유가 있고, 싸게 파는 데에는 싸게 팔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종종 소소한 악의나 속셈이 개입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게 지배적인 경우는 잘 없다. 대부분 지인간 거래인데, 지인을 아예 작심하고 눈탱이 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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