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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쉼터'에 대해 알아야 할 3가지② 시골에서 집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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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쉼터'에 대해 알아야 할 3가지② 시골에서 집 사기
  • 박지훈
  • 승인 2020.05.17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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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낮은 쪽으로만 말하는 건축비
‘내 맘에 들게 지은 집'은 팔기 어렵다
땅보다도 훨씬 천차만별인 집 가격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뉴스1

항상 낮은 쪽으로만 말하는 건축비

앞의 글에서 시골 부동산 중 '땅'의 특이성을 썼는데, 이번에는 주택 '건축'의 특이성을 말해보겠다. 중앙일보는 최초 건축한 박모씨가 스스로 인터뷰 기사에서 스틸하우스 건축비를 "평당 350만원에서 400만원 내외"라고 말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이 발언의 최초 소스가 "한국철강협회 스틸하우스클럽"으로 건축업자들의 모임이고, 박모씨 역시 건축업자다.

이렇게 업자들은 당연하게도 건축주 수요자를 대상으로 발언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건축비'는 항상 낮은 쪽으로만 설명한다. 더 중요한 단서가 그 발언 바로 앞에 있었다.

"스틸하우스 건축비는 내외장재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국철강협회 스틸하우스클럽 통계에 의하면 평당 350만원에서 400만원 내외로 지어지고 있다"

"내외장재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거 어마어마한 단서다. 스틸하우스건 목조건 콘크리트건 조립식주택이건, 평당 하한선은 있어도 상한선은 없다. 평당 1천만원짜리 집 비일비재하다. 하한선이 평당 400만원이라고 할 때 1천만원과의 차이 600만원은 '내외장재'와 인테리어 비용이다.

스틸이든 목조든 콘크리트든 그 구조 각각 자체에선 건축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외장재와 인테리어에 따라 건축비는 상한선이 없다. 맘만 먹으면 평당 1억짜리인들 왜 못 만들겠는가.

하한선 쪽도 마찬가지다. "평당 350만원에서 400만원"이라고 말한 자체가, 건축비가 그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 전혀 아니라, 350만원도 400만원도 둘 다 하한선이다. 입지나 여러 다른 조건에 따라 하한선 비용이 50만원 정도 오가는 것이다. 즉 업자답게 하한선 자체를 350만원~400만원이라고 교묘하게 설명한 것인데, 그걸 건축 문외한은 하한선과 상한선 사이의 범위라고 오해하게 된다. 물론 업자는 예비건축주가 그렇게 오해할 것을 알면서 그렇게 설명한다.

 

평당 건축비보다 훨씬 더 들어가는 기초공사비와 내장공사비

다음으로, 저 '350만원~400만원'에다 평수를 곱하면 집이 만들어지냐면, 전혀 아니다. 아무리 아껴도 평당 50만원 이상, 많으면 1백만원 이상 추가로 들어간다. 건축업자들은 글자 그대로 집의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만 딱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집을 실제로 쓰기 위해 필수로 들어가야만 하는 필수 부대비용을 빼고 설명한다. 가령 전기인입비, 수도 인입비, 외부 배수공사비, 최소한의 토목공사비 등등이 다 빠진다. 심한 곳은 아예 기초공사비를 빼버리는 매우 악의적인 곳도 흔하다.

그러니까, 평당 400만원 건축비로 계약을 하고 집을 짓고 나중에 결산을 해보면, 적어도 평당 500만원 이상이 들어가 있어서 당황하게 된다. 물론 업자가 건축 과정에서 집을 인질삼아 추가 비용을 요구해서 그런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그렇다. 그건 현실이 그럴 뿐, 문제삼을 일이 못된다.

집을 지은 김 모 대표는 자기가 살 목적으로 비싼 자재를 많이 썼다고 했다. 그게 어느 정도까지 진실인지 알려면 세부 건축 내역서를 검토해봐야 하지만(나한테 갖다주면 다 분석해줄 수 있지만), 그 말 자체는 충분히 일리 있고 사실이다.

나는 건축비를 아낄 요량으로 집 외장재로 저렴하면서도 가성비가 높은 시멘트사이딩을 썼다. 그걸 대리석 판재로 바꾼다? 평당 몇십만원 높아지는 건 껌이다. 내장재로도, 벽지 대신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있는 히노끼로 다 도배해버린다? 역시 몇십만원이 더 뛴다. 싱크대나 욕실 인테리어도 너끈히 건축비를 올려놓을 수 있는 중요 팩터다. 이런 건축비 인상 요인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내가 살 목적으로 비싼 자재를 썼다'라고 주장하면, 그 자체는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사실이다.

건축비가 올라갈 수 있는 요인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건축설계를 유명 건축가에게 맡긴다? 군청앞 허가방 건축사무소에 맡기면 2~300만원이면 해결될 수 있는 설계비가 수천만원으로 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중앙집중식 열교환환기장치를 달면 그 자체 비용에 설치비까지 최소한 500에서 1천만원까지 더 들어가고, 운치 있는 화목난로도 몇백만원 하는데다가 그거 설치하는 데에도 또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사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전혀 무의미하다.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뉴스1

‘내 맘에 들게 지은 집'은 팔기 어렵다

내가 만으로 7년전 이 가평 설악으로 이사 올 당시 땅을 소개해주던 부동산 업자는, 그럴듯하게 지어진 전원주택을 보여주며 처음에는 3억을 불렀다. 집 구조가 우리 가족에게 잘 안 맞는다고 하자 즉각 2천만원을 깎아 2억8천을 불렀다. 아무래도 아니라고 했더니 이번엔 3천을 깎았다. 도저히 아니라고 돌아서 나올 때에는 2억 2천으로 떨어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 다시 1억9천이면 사겠느냐고 전화까지 왔다. 그러나 사지 않았다.

나는 2억에 땅을 사고 2년 전 다시 2억을 들여 집을 지었으니까, 만약 1억9천에 그 집을 샀더라면 2억1천이 굳었다. 그 집은 면적도 작지 않았고 자재도 꽤 고급이었다. 건축 지식이 많이 쌓인 지금은 그 집의 내부를 알 수 없다는 이유가 더 크겠지만, 당시에 호가가 매우! 저렴했어도 사지 않은 이유는, 원 주인의 취향대로 설계된 때문이었다.

전원주택에서 개인화, 혹은 커스터마이즈는, 처음 짓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매력이다. 누구에게나 무난한 설계로 일관되는 도시 아파트와 달리,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우리 가족의 필요와 로망에 딱 맞는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팔 때는 정반대로 독이 된다. 내가 보기에 그 3억에서 1억9천까지 떨어졌던 그 집은 우리 가족의 수요에 전혀 맞지 않았다. 먼저 방 갯수가 맞지 않았다. 원 주인은 자식 다 떠나보내고 부부만 살려고 지은 집이었기 때문에, 주방과 거실은 쓸데없이 엄청나게 크고 방 갯수가 한 갠가 두개였던가, 어쨌든 한참 부족했다. 아들이 둘이나 되고 한참 커가는데, 아들들에게 줄 수 있는 방이 천정이 크게 낮은 다락방 뿐이었다. 방 갯수 뿐만 아니라, 구조가 영 맘에 안 들었다.

큰 돈을 들였다는 정원 조경도 젊은 우리 취향과 정반대였다. 우리가 들어가서 살려면, 이것저것 고쳐야 할 것이 엄청났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집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다시 지어야 했다. 원 주인은 땅을 1억5천을 들여 샀고 건축비만 2억, 조경 비용도 수천만원을 들였다는데, 우리 부부에게 그 집은 땅 가치 1억5천짜리였다. 그래서 집과 조경을 포함해 1억9천도 너무 비쌌던 거였다.

거꾸로 보면, 집 구조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거나, 이전 주인의 취향과 목적이 비슷한 구매자가 산다면, 원 건축비를 거의 다 보전하는 가격으로 비싸게 파는 경우도 흔히 있다. 반대로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오래간만에 문의한 매수 후보자는 구조의 불만으로 안 사려고 한다면 호가는 마구 떨어지게 된다.

 

땅보다도 훨씬 천차만별인 집 가격

정리하자면, 시골에서 땅의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집의 가격은 그보다 더 천차만별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집을 지어놓은 순간 그 전체 부동산의 가치는 일단 폭락한다고 보면 정답이다. 집이 개인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기본 이해가 되었다면, 중앙일보의 기사를 다시 보시라. 도시민의 시각에서는 매우 그럴듯하게 들리던 그 주장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시골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얼치기 지식에 기반한 것이다.

중앙일보 유지혜 기자는, 실제 땅의 매매 가격도 모르고, 실제 건축비가 얼마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도 티끌만큼의 단서도 없는 상태에서 비슷한 시기 전혀 무관한 땅의 매매가격과 현실에 맞지도 않는 평당 건축비 전제만 갖고 제멋대로 실제 가치에 비해 7억5천은 부풀려졌다 주장한 것이다.

나보다 더한 시골 부동산 전문가, 땅 개발 전문가들이 널리고 널렸지만, 또다시 덜 전문가인 내가 설명을 하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 역시 지난해 8월 조국죽이기 사태의 초반과 똑같다. 실제 '더 전문가'들은, 괜히 나섰다가 욕을 먹는 주인공이 되기 싫어서 나서지 않는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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