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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 vs 기본소득...프레임 전환과 의제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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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 vs 기본소득...프레임 전환과 의제 선점
  • 고일석
  • 승인 2020.05.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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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마케팅 기법에 '프레임 전환'이라는 게 있다. '구매의 프레임'을 '선택의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거다. 구매의 프레임이란 산다, 안 산다만 생각하는 프레임이다. 옷을 사러 옷가게에 들어가면 판매원은 자꾸 이 옷 저 옷을 들어보이며 "이거 어떠세요, 저거 어떠세요?"라며 권한다. 그러면 '산다 안 산다' 프레임에서 '이거 살까 저거 살까'의 프레임으로 바뀌게 된다. 

어떤 제품이건 구색을 다양하게 구비해야 하는 이유도 구매의 프레임을 선택의 프레임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다양한 제품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면 "살까 말까"의 생각은 사라지고 "뭘 살까"의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구매의 프레임에서는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지만, 선택의 프레임에서는 이걸 사든 저걸 사든 좌우지간 산다. 

'기본소득'은 2000년대 초반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이 처음 소개한 뒤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전국민들이 단발이지만 기본소득의 '맛'을 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도 장기 과제로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사회보장 정책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이 의제화됐다.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제기했고, 박원순 시장이 더욱 더 강력하게 의제화하고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기본소득에 대한 안티 테제로 제시된 것은 아니겠지만, 코로나 이후 사회보장 정책은 필연적으로 전국민 고용보험 vs 기본소득의 담론 경쟁으로 가게 됐다. 

지금까지 복지정책이나 사회정책은 모두 "된다, 안 된다" 프레임 속에서 논의됐다. 한 쪽에서 "해야 된다"고 주장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맞서는 단순 투쟁이었다. 그러나 이제 "된다, 안 된다" 프레임이 아닌 "전국민 고용보험이냐 기본소득이냐"의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둘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하게 된다. 

재난지원금이 지급 범위에 대해 보편이냐 선별이냐 논쟁이 있었지만 지급 그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듯이, 사회보장의 방식으로서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의 경쟁이 있겠지만 사회보장 자체는 묻고 따질 것도 없이 기본으로 깔고 가게 된다.

기본소득에 대한 반론은 "무조건 안 된다"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본격적인 반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던(물론 지금도 예비후보) 제주대 이상이 교수의 반대 의견이다. 이상이 교수의 반대는 지금까지의 기본소득에 대한 그 어떤 반론보다도 내용이 알차다. '보편적 사회보장'과의 비교를 통한 반론이기 때문이다. 

정치세력의 주류(主流) 여부는 담론 생산과 의제 선점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코로나19 사회보장 정책의 필요성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야권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할 수 없다. 둘 중 하나에서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단순히 국회의 의석수만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담론 형성과 의제 설정까지 완벽하게 민주당이 선점하여 끌고가는 구도로 자리를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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