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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 15차 공판③] “구 모씨 ‘차명 계좌’...투자손실 보전 위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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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 15차 공판③] “구 모씨 ‘차명 계좌’...투자손실 보전 위한 배려”
  • 박지훈
  • 승인 2020.05.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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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나면 구 씨에게, 손실 나면 정 교수가 감수”
주식 매입은 구 모씨 판단...사실상 위탁운용
정경심 교수가 5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5.28./뉴스1
정경심 교수가 5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5.28./뉴스1

사모펀드 관련 증인 신문 시작

이날 공판에서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헤어디자이너 구 모씨는, 입시 의혹이 아닌 사모펀드 의혹의 '차명계좌' 및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관련 증인이다. 즉, 이날을 마지막으로 입시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측 증인 신문이 끝났고, 동시에 사모펀드 관련 검찰 측 증인 신문이 시작된 것이다.

이 구 모씨 관련 검찰의 공소사실은, 정 교수가 2018년 2월 12일경 구 모씨로부터 증권사 계좌를 빌려 2천1백4십만원을 입금하고 WFM 주식을 매수했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조범동으로부터 들은 WFM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공소사실 관련 변호인측 주장은, 해당 계좌는 실제 구 모씨의 계좌로서, 정 교수가 가까운 지인인 구 모씨에게 해당 자금을 빌려주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은 지난 2월 5일의 3차 공판에서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구 모씨는 대체로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내놓았다. 구 모씨는 검찰 조사 초기에는 정 교수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계좌를 빌려준 것이 맞다고 진술을 정정했고, 이날 공판에서도 같은 진술을 유지했다. 일단 이 자체만 보면 검찰측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이다.

다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고, 또한 구 모씨의 진술에서 도리어 검찰측보단 변호인측 주장에 더 부합하는 부분들도 여럿 있었다.

 

“수익 나면 구 씨에게, 손실 나면 정 교수가 감수”

구 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전부터 이차전지 주식을 거래하고 있던 구 모씨는 정 교수로부터 WFM을 추천받아 2018년 1월에 총 약 1천만원 어치 주식을 매수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했고, 정 교수가 물었을 때 이렇게 알리자 좀 더 투자해라는 취지로 2월 12일에 총 2140만원을 구 모씨에게 보냈고, 구 모씨는 WFM 주식 3천여 주를 추가 매수했다.

구 모씨는 그 이후로는 해당 계좌 자체를 정 교수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부터 검찰의 '차명'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게 된다.

그런데, 변호인 반대 신문에서 구 모씨는 다른 유의미한 답을 했다. 정 교수가 돈을 빌려주던 당시 구 모씨에게 '수익이 나면 자기한테 다 주고, 손실이 나면 내가 책임질께'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고 물었고, 구 모씨는 당시 정 교수의 말이 전부 다 기억나지 않지만 상당부분 맞다고 시인했다. 즉 변호인측 질문 취지는, 정 교수가 구 모씨에게 WFM을 추천해준 후로 손실을 입게 되자 그 손실 보전을 위해 구 모씨를 배려한 것이라는 의미다. 2140만원을 빌려준 것도, 이후 계좌를 운용해준 것도.

즉, WFM 주식 관련으로 정 교수와 구 모씨의 관계는, 단순히 '정 교수가 계좌를 차명으로 빌렸다'라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관계다. 구 모씨의 증언은, 애초 정 교수의 종목 추천을 받고 WFM 주식을 산 것은 자신이었고 그 자금도 자신의 돈이었다.

또, 이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은 후, 정 교수는 2140만원을 송금해줬는데(정 교수는 빌려준 것으로 인식) 그 돈으로 다시 WFM 주식을 추가로 매수한 것도 역시 구 모씨 본인이라는 것도 스스로 증언했다. 즉 이 2차례(세부적으로는 여러차례) WFM 주식 매입의 주체는 구 모씨였으므로 사실관계가 단순하다.

 

2140만원 주식 매입은 구 모씨 판단과 결정

그런데 구모씨가 해당 계좌의 운용을 정 교수에게 넘기면서 검찰의 주장과 변호인측의 주장이 뒤엉키게 된다. 검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는, 적어도 그 시점부터는 차명계좌가 된 것인 아니냐는 것인데, 애초에 시발점은 정교수가 종목을 추천해주고 다시 돈까지 빌려주어 추가 매수를 했는데, 두 번 모두 주가가 계속 떨어져 추가 손실까지 본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기술적'으로 보자면 검찰의 차명계좌 주장이 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이전 단계, 즉 정 교수가 애초에 WFM을 추천해주고 다시 돈을 빌려주어 직접 투자하도록 한 것은, 이 계좌에 대한 정 교수의 원래의 의도가 계좌를 가져다가 차명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여기까지만 해도 검찰의 공소사실과는 이미 상당히 큰 차이가 생겼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술한 구 모씨 계좌 관련 공소사실은 두 번으로 나뉘는데, 그 전반부는 아래와 같다.

"헤어디자이너 구모로부터 동인 명의 ○○증권 계좌(706*****)를 빌려 합계 21,400,000원을 입금한 다음, 이 차명 계좌를 이용하여 WFM 주식 3,024주를 21,390,329원에 매수하였다."

그런데 이 "2140만원"은 이날 구 모씨 스스로의 증언에서 정교수가 보내준 돈으로 구 모씨 본인이 주식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즉 이 부분 검찰의 공소사실이 이미 깨졌다.

 

사실상 차명계좌 아닌 위탁운용

정리하자면 이렇다. 결과적으로 이 구 모씨의 계좌가 정 교수에 의해 운용된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발점은 분명히 구 모씨 본인의 계좌 운용에서 시작되었고 WFM을 크게 두 차례 매입한 것도 구 모씨 본인이 맞다.

그 과정에서 정교수가 대여의 의도로 돈을 보내준 것도 사실로 보이므로(부담스러워한 구모씨의 인식은 별론으로 치더라도), 정 교수가 구 모씨의 계좌를 운용한 것은 '차명계좌 이용 투자'라기보다는, '구모씨 계좌를 위탁운용'해준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해보인다. 구모씨가 직접 매수한 두 차례 내역과 완전히 분리해서 보는 것이 불합리해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안이 검찰 주장과 크게 다르게 꽤 복잡해서(변호인측 당초 주장보다도 더 복잡하다), 재판부가 이 사안을 어떻게 이해햐느냐는 역시 재판부에게 달린 문제다. 기술적으로는 '차명계좌'가 맞다고는 하나, 변호인측에서는 금융실명제법상 처벌대상인 차명계좌는 불법적인 의도가 있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고, 이 사안은 그런 의도가 아니므로 처벌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구 모씨가 증언한 이전 히스토리를 감안하면, 정 교수의 재산 욕심이 아닌 절친한 지인인 구 모씨에 대한 배려로 시작했던 일이 주가 급락으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돈을 추가로 빌려주고, 구 모씨가 손사래를 치자 계좌를 맡아 운영했다는 면에서, 그 역시 자신의 몫이 아닌 구 모씨의 몫으로 인식하고 대리 운용하려 한 것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청산 잔금은 누구에게?

여기서 이 공방에는 한가지 매우 유의미한 것이 빠진 것이 있다. 해당 계좌는 2019년 9월에 해지됐다는데, 그 잔금은 누가 가져갔는가. 그리고 그 계좌에 처음 들어있던 구 모씨의 원래 자금은 주가 하락으로 많이 쪼그라들기는 했으되 0원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 돈을 포함한 정 교수가 빌려줬던 돈은 구 모씨가 가져갔나, 아니면 정 교수가 가져갔나.

구 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계좌를 청산한 주체가 구 모씨 자신이다. 정 교수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데, 그런데 남은 잔금이 어디로 갔는지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후 상황상, 만약 해지 계좌에 남은 잔금을 정 교수 계좌로 보냈다면 구 모씨가 마땅히 언급했을 만한데, 그런 언급이 없었다.

이 계좌 청산 잔금의 향방이 꽤 유의미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잔금을 구 모씨가 가졌다면, 잠시 정 교수가 단지 위탁 운영을 해줬을 뿐 실제 계좌의 주인은 내내 구 모씨였다는 상당한 주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변호인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유추하자면, 정 교수가 그 잔금을 챙겼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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