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7-08 12:57 (수)
SBS는 왜 그렇게 ‘직인 파일’에 집착할까?
상태바
SBS는 왜 그렇게 ‘직인 파일’에 집착할까?
  • 고일석
  • 승인 2020.06.01 0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차 기소 물증 토대로 한 것” 강조한 9월 7일 오보
“물증 토대로 한 1차 기소” 재강조한 해명 아닌 해명 보도
재판부 석명 요청 ‘표창장 파일’을 ‘직인 파일’로 바꿔서 보도

“1차 기소, 물증 토대로 한 것” 강조한 9월 7일 보도

SBS는 작년 9월 7일, 즉 검찰이 소환 조사도 없이 정경심 교수를 전격적으로 기소한 다음 날 <단독/청문회 중 전격 기소…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에 있던 PC에서 총장 직인을 컴퓨터 사진 파일로 만들어서 갖고 있던 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는 ‘부실’의 의혹이 있던 9월 6일 기소가 사실은 ‘확증에 가까운 물증’을 토대로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소환 조사도 없이 기소를 하다니” vs “설마 아무 증거도 없이 기소를 했겠느냐” 사이에서 “검찰이 물증을 가지고 기소했다”는 확신을 주게 된 것이었다.

이후 ‘총장 직인 파일’은 9월 17일 조선일보의 <[단독] "조국 가족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수법, 영화 기생충과 닮았다"> 보도를 통해 검찰이 주장하는 정경심 교수의 ‘위조 행위’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2019년 9월 7일 SBS의 오보

 

검찰이 밝힌 SBS 오보

그런데 지난 4월 8일 열린 정 교수의 9차 공판에서 SBS의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검찰은 총장 직인과 관련해 정 교수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 모 씨를 신문하면서 “사실은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이 발견됐다는 SBS의) 보도내용과는 다르게 이 PC에는 총장 직인이 발견된 건 아니었는데, 보도내용 진위는 알 수 없었지요?”라고 물었다.

검찰의 논리는 정경심 교수가 사실이 아닌 SBS의 보도를 토대로 "상장에 총장 직인을 찍을 때 인터넷 이미지를 사용해 엎어서 찍고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 “표창장이나 상장의 인주가 번지느냐” 등을 물은 것은 “위조 범행이 들켰다”는 자격지심에 의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와 박 처장의 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검찰 기소 전이었다. 즉 정 교수는 기소 이전에 모처로부터 “검찰이 총장 직인의 이미지를 찍어서 위조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그럴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박 처장에게 물어본 것이다.

즉 정 교수가 “직인의 인터넷 이미지”를 물어본 것은 SBS의 보도를 보고 나서가 아니라 그 이전이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의 이해 없이 정 교수와 박 처장과의 통화 내용만 놓고 본다면 정 교수가 제 발이 저려서 자신의 ‘범행 수법’이 학교에서 통용되고 있는 방법인지를 박 처장에게 물어본 것이 된다.

SBS 오보의 의도와 배경이 무엇이었든 외형적으로는 “정 교수가 박 처장과의 통화를 통해 본의 아니게 범행 수법을 이실직고하게 된 밑밥”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정 교수가 박 처장에게 물어본 이유는 최성해 총장으로부터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박 처장에게 물어보라”는 언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물증 토대로 한 1차 기소” 재강조한 해명 아닌 해명 보도

SBS는 4월 8일 이후 이에 대해 전혀 해명이 없다가 5월 7일에 이르러 해명도 뭣도 아닌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뉴스의 제목도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으로 마치 남의 얘기를 하는 분위기였다.

이 보도를 요약하면 “당시 보도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맞지만, 검찰이 기소 전에 총장 직인 파일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SBS는 이 보도에서 그 정황을 매우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우선 “9월 6일 기소의 결정적 근거가 9월 5일 검찰이 확보한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됐다”고 단정지어 얘기하고 있다. 그 ‘결정적 근거’는 9월 5일 확보된 ‘아들 상장 파일의 총장 직인’과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표창장 사본 총장 직인’을 분석한 결과 두 직인이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아들의 상장과 딸의 표창장에 찍힌 총장 직인이 (중략)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이를 근거로 아들 상장의 총장 직인 파일 등을 이용해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는 마치 ‘지난 해 9월 7일 오보’에 대한 해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보도가 그랬듯이 “검찰의 9월 6일 기소가 확실한 물증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보도가 있었던 5월 7일 공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 측에 강사휴게실 PC에서 발견된 파일의 소명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처음에는 그 파일을 ‘표창장 파일’이라고 보도했다가, 저녁 뉴스에는 ‘직인 파일’로 고쳐서 보도했다.

 

'표창장 파일'을 '직인 파일'로 바꿔 보도한 5월 7일 SBS 뉴스

 

또 '직인 파일' 강조한 [취재수첩]

그 이후 유튜버 ‘빨간아재’가 12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출연해 "5월 7일 재판부에서 석명을 요구한 것은 '표창장 파일'이 왜 그 컴퓨터에 들어 있냐고 설명을 요구한 것인데, 지금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은 전혀 별개의 파일로, 잘못 보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BS는 22일 인터넷판에 <[취재파일] 공고한 진영 논리 속에서 '공판 중심 보도'는 가능하긴 한 걸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 빨간아재의 지적을 ‘진영논리’, ‘해석의 오류’, ‘왜곡’ 등의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며 반박했다.

SBS는 이 기사에서 “5월 7일 재판에서 재판부가 ‘표창장 파일’이라고 했는지 ‘총장 직인 파일’이라고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21일 재판에서 재판부가 변호인단의 의견서와 관련해 ‘총장 직인 파일’이라는 말을 하여 5월 7일 재판부의 언급에 ‘총장 직인 파일’이 포함돼 있었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못을 박고 있다.

이 기사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것이었다. 유튜버 빨간아재가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SBS를 특정하여 얘기한 것도 아니었다. 또한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것이 ‘직인 파일’이라고 보도한 것이 SBS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SBS가 그 지적이 ‘해석 오류’이며 ‘왜곡’이라고 들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이 [취재파일]에서 강조한 것은 또 '직인 파일'이었다.

 

SBS [취재파일]을 반박한 유튜브 빨간아재

 

SBS가 ‘직인 파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런 보도들을 엮어서 보면 SBS가 유독 ‘직인 파일’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더브리핑에서 몇 차례 지적했듯이 검찰이 공소장에서 제시한 핵심 증거로서의 ‘파일’은 ‘직인 파일’이 아니다.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이라고 되어 있는 상장의 ‘하단부’다. 이는 검찰이 재판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의 상장을 PPT로 띄워가며 육안으로 제시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상장 하단부’라는 명확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외면한 채 ‘총장 직인 파일’이라며 ‘직인’ 부분만 오려낸 파일인 것처럼 쓰고 있지만, SBS는 다른 언론보다 더 유별나다.

SBS가 이토록 ‘직인 파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9월 7일 보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첫 번째 추정이다. 비록 오보로 판명나고 해명 아닌 해명까지 하게 된 처지지만, 그래도 끝까지 ‘직인 파일’을 밀고나가고 싶은 것이다.

두 번째 추정은 “검찰이 9월 6일 기소 이전에 ‘(위조에 사용된) 총장 직인 파일’을 확보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작년 9월 7일 보도, 5월 7일의 해명 아닌 해명 보도, 그리고 5월 7일 이후부터 5월 22일에 이르는 ‘표창장 파일’ 관련 보도가 모두 결과적으로는 “검찰이 1차 기소 이전에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보면 첫 번째 추정보다 더 유력하다.

 

SBS 5월 22일 취재수첩

 

‘검언 유착’의 또 다른 형태

그렇다면 SBS는 왜 계속 “검찰이 1차 기소 이전에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을 은연 중에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SBS의 이러한 행위는 ‘공소장 변경’을 위한 검찰의 집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 검찰은 여러 과정을 통해 “위조의 핵심 증거를 1차 기소 이전에 확보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면서 “두 기소의 동일성 여부는 추후에 판단하겠다”고 말미를 남겨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기소의 동일성을 ‘증거 확보의 시기’를 통해 입증하고 싶은 것이며, SBS는 (9월 7일 오보는 빼더라도) 재판 보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직인 파일’을 강조하고, 검찰이 그것을 확보한 것이 1차 기소 이전이라는 것을 재차, 삼차 강조하면서 검찰의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즉 ‘두 번째 추정’에 따르면 SBS가 ‘직인 파일’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유리한 인상을 재판부와 국민들에게 심어주려는 ‘검언 유착’의 또 다른 행태일 가능성이 높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