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7-14 17:03 (화)
[정경심 교수 16차공판①] '강남 건물', '불로수입'... 검찰의 못말리는 ‘언플’ 욕구
상태바
[정경심 교수 16차공판①] '강남 건물', '불로수입'... 검찰의 못말리는 ‘언플’ 욕구
  • 박지훈
  • 승인 2020.06.05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판부 “강남빌딩 얘기 그만 하세요”...당황한 검찰
‘불로 수익’이 횡령 증거?...검, 엽기적인 논리 비약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0.6.4/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0.6.4/뉴스1

 

서증조사 갱신 절차

정 교수에 대한 공판은 애초 송인권 부장판사가 맡아 진행하다가 법원의 인사이동으로 송 판사가 떠나게 되고, 3인의 부장판사가 대등한 자격으로 재판을 심리하는 대등재판부로 바뀌었다.

재판부가 교체되기 전에 재판부는 이미 사모펀드 관련의 서증조사(문서 증거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정 교수 공판에서는 지난 재판부에서 이미 다룬 서증조사를 간략히 돌아보는 '갱신' 절차가 있었다.

갱신이란 이전의 심리를 일단 무효화하고 해당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다. (재판부가 교체되었을 때 갱신 절차는 필수이고, 갱신 절차 없이 심리를 계속해서 판결을 내리면 판결 자체가 무효화된다) 하지만 기존 서증조사를 모두 무시한다기보다는, 검찰과 변호인의 지난 재판부 당시의 주장들을 요약해 양측이 변론하는 형식으로 간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강남빌딩 얘기 그만 하세요”

이날 검찰은 변론 과정에서 두 차례의 대 언론 키워드 시도를 했다. 그 하나는 지난 1월 31일 공판에서 검찰이 띄웠던 '강남 건물의 꿈'의 재점화 시도다. 검찰은 당시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기사화를 해주면서 톡톡히 재미를 봤었다. 이번 공판에서도, 검찰은 당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며 "로또가 3~4번 연속 당첨되는 정도의 수익이 있어야 가능한 일"라며 길게 이어나가려 시도했다.

이에 재판부가 강남 빌딩 얘기 그만하라, 너무 길다며 검사의 말을 제지하기에 나섰다. 이에 장광설을 뿜던 검사가 당황한 나머지 '강, 강남'이라고 실언하며 버벅대기까지 했다.

임정엽 부장판사: "검사님, 검사님. 강남 빌딩 얘기 그만 하시고 넘어가시죠. 충분히 설명 됐습니다. 이 부분이 너무 길어요."

검사: "네, 알겠습니다. 강, 강남… 다음으로 자본시장 미공개 정보 이용 부분을 설명드리면..."

법정에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가고 재판부가 제지를 해야만 했다.

 

‘불로 수익’이 횡령 증거?...검찰의 엽기적인 논리 비약

다른 하나는 정 교수와 조국 전 장관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불로수익"이 언급된 것을, 검찰이 조 전 장관이 횡령 범죄를 인식하고 있었던 증거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이 문자메시지 내용은, 정 교수의 재판은 아니지만 조범동의 재판에서 지난 1월 20일 공판에서 증거로 제출됐던 것과 동일한 것이다. 이 대화는 2018년 5월의 기록으로, 검찰은 이를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코링크 '컨설팅비 횡령'을 알고 있었던 증거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그 문자메시지 내역 전문이다.

정경심: 종합소득세 2200만원대 나와서 세무사가 다시 확인 중 폭망이야.

꾸기: 완전 거액이네!

정경심: 융자받아야 할 정도 ㅠㅠ 부동산, 이자 배당수입의 약 30~40퍼가 세금.

꾸기: ㅠㅠ

정경심: 약 6~7천만 원 정도가 불로수입ㅜ 할 말 없음.

꾸기: 그러니 작년보다 재산 총액이 늘었지. 그렇게 쓰고도.

보다시피, 이 내용은 이번 공판에서 새로 드러난 내용이 아니다. 당장 위 메시지 내용 인용도 지난 1월 20일 기사에 실린 것이고, 조중동을 포함한 대다수 주요언론들이 함께 기사화했다.

그런데 그때나 이번이나 전혀 다르지 않은 동일한 문자 메시지가 법정에서 공개됐고 기사화도 되었는데도, 언론들은 이번엔 전혀 다르게 보도했다. 어제 언론들 다수는 이것이 조국 전 장관이 코링크와 관련한 불법 행위, 즉 '횡령'에 대해 알고 있었던 증거라는 제목들을 달아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재탕도 좋아” 받아쓰기에 신난 언론들

1월이나 지금 6월이나 '팩트'인 문자메시지 내용은 동일하다. 심지어 검찰의 주장 취지도 동일하다. 당시에도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의 관여 주장을 했었다. 그런데 당시의 언론 기사 제목들과 이번의 기사 제목들은 너무도 크게 다르다.

1월 20일 언론 보도들

조국·정경심 문자 공개…"그렇게 쓰고도 재산 늘어" - TV조선
김경록 “투자처 찾아보자” 정경심 “남편에게 물어볼게” - 중앙일보
“남편에게 물어보고…” 검찰이 공개한 정경심 문자보니 - 동아일보
정경심 카톡 "세금 2000만원 폭망ㅠㅠ"에 '꾸기' 조국 "거액이네!" - 뉴스1

6월 5일 언론 보도들.

정경심 재판 2라운드 돌입… "불로수익 할 말 없네" 조국 메시지 - 조선일보
검찰 “조국, 정경심 횡령 알았다”…'불로수익' 문자공개 - 동아일보
“불로수입 할 말 없네” 조국-정경심 문자메시지 공개-국민일보
檢 "조국·정경심 문자메시지서 '불로수입 언급'…횡령 인식" - 세계일보

보다시피 1월 보도에서는 단순히 문자메시지 내용 일부를 인용하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어제 보도에서는, 검찰이 특히 강조한 '불로수입', '조국이 알았다'가 일제히 제목으로 달렸다.

다시 말하지만, 똑같은 팩트와 똑같은 검찰 주장에 대한 기사들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달라졌나. 차이라면, 이번엔 검찰이 지난 1월에 비해 조 전 장관의 관여 주장을 좀 더 강하게 강조했다는 정도다.

 

팩트 아닌 검찰 주장만 보도하는 언론들

즉, 이들 언론들은, '팩트'를 보도한 것이 아니라 검찰의 주장을 보도한 것이다. 기자들은 동일한 팩트를 보고도 검찰이 '불로수익'과 '조국'을 가리키자 이구동성으로 검찰이 제시한 방향대로 기사화한 것이다.

게다가, 조선일보, 서울신문 등 일부 언론들은 아예 '불로수입'이라는 말을 조국 전 장관이 발언한 것으로 오보를 내기도 했다. 위 대화 내용에서 보다시피 제출된 증거상으로 조 전 장관이 아닌 정경심 교수의 메시지였다. 그것도, 문맥상 스스로 크게 늘어난 세금을 그대로 수긍하는 취지의 의미다.

이는 검찰이 조 전 장관이 관여한 증거라며 강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기자가 검찰이 제시한 '조국'과 '불로수입'이라는 키워드에 넘어가 최소한의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고 검찰의 의도대로 받아쓰기에만 집중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검찰의 주장만 받아쓴 것도 아니라 검찰의 속내까지 읽어 기사화하기까지 한 것이다.

요컨대, 언론들이 팩트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의식 따위 없이 검찰의 주장을 받아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또 한번 여실히 증명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