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7-14 17:03 (화)
[정경심 교수 16차공판③] 재판부 “대여·투자도 무관...중요한 건 ‘기능적 행위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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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 16차공판③] 재판부 “대여·투자도 무관...중요한 건 ‘기능적 행위지배’”
  • 박지훈
  • 승인 2020.06.05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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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민사’를 알아?...재판부, 민사 법리 참고
'입증' 단계의 첫걸음에서 맴돌고 있는 검찰
정의의 여신 디케
정의의 여신 디케

 

다음으로 재판부는, 투자냐 대여냐의 공방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런데 그 실질적 의미는, 명시적 의미와는 거의 상반된다.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코링크PE 자금을 횡령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검찰은 '투자'로 보고 있고, 피고인 측은 '대여'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사재판에서는 대여와 투자의 중간도 얼마든지 있고, 이를 따지는 것이 재판부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검사가 ‘민사’를 알아?

일견 괴상한 '기계적 중립'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중립이라기보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무게를 둔 선언이다. 여기서 딱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민사재판에서는" 이라는 언급이다.

형사재판에서 민사재판의 법리를 거론하는 자체가 통상적인 형사재판에서는 예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민사재판에서는". 이 워딩은 교체되기 전 재판장이었던 송인권 부장판사의 마지막 공판에서 수차 반복했던 말이다. 당시 송 판사의 발언들은 다음과 같았다.

"민사 재판에서는 투자나 대여냐를 다툴 때 원금이 보장되고 일정 수익이 지급되면 대여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를 뒤집을 확실한 증거를 내달라"

"대여나 투자는 민사에서 섞어 쓰는 개념이기는 한데 투자라면 조범동과 피고인의 지분율이나 손익분배비율을 중점적으로 설명해달라"

검사들은 형사재판 전문이지 민사재판은 한번도 주도해본 적이 없는 '민사 비전문가'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만 맡는 검사들에게 민사재판이란 변호사로 개업을 해야만 접해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재판'이 아니다.

반면 변호인들은 개업 변호사로서 전문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민사재판 경험들이 있을 것이며, 동료 변호사들과 의견을 나누든지 해서 간접적 민사 경험은 더욱 많을 것이다.

즉 전임 재판장 송인권 판사나 이번 3인의 부장판사나, 민사재판의 법리를 언급한 자체부터가 검사들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상당한 민사 경험이 있는 변호인들에 비해 크게 부족한 스펙이 바로 민사재판이니까.

 

민사 법리 참고하는 재판부

게다가 이번에 재판부가 '민사재판에서는' 이라고 꺼내든 맥락도, 송인권 부장판사가 문제삼았던 것과 똑같은 '투자냐 대여냐' 문제다. 비록 "대여와 투자의 중간도 있다", "이를 따지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라며 일정한 한계선을 긋기도 했지만, 형사재판인 정 교수 공판에서 민사재판의 일반적인 법리를 상당부분 참고하겠다는 간접적 선언인 셈이다.

도리어 그 다음의 "대여와 투자를 따지는 게 주된 목적 아니다"라는 언급은 전체 의미상 사족에 가깝다. "주된 목적 아니다"라고 했지, "대여, 투자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라고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요약하자면, 재판부의 발언의 실제 의미는, '형사재판임에도 민사재판의 눈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를 심은 것이다. 검찰측은 배설물 된 것이고 변호인측으로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일이다.

 

중요한 것은 ‘기능적 행위지배’

재판부는 "기능적 행위지배"라는,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법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법리 언급 당시 재판부의 다소 부실한 설명으로 마치 재판부의 판단 기준이 '횡령 자금임을 알기만 했다면 횡령 공범'이라는 것인 양 오인되기 십상이지만, "기능적 행위지배"에 따른 공범 관계는 단순히 알았다 몰랐다 여부로 입증되는 혐의가 아니다.

"기능적 행위지배"란, '공범'이 범행을 실행한 범인의 범행에 대해 지위, 역할, 장악력 등을 가짐으로써, 결과적으로 범행의 실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는지의 문제다. 이것은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코링크 '횡령' 공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법리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능적 행위지배'에 의한 공범관계가 성립하려면, 정경심 교수가 실제 범행을 한 조범동에 대해 범행을 하도록 하는 지위나 장악, 혹은 의도적으로 범행을 촉진하는 등의 요건이 전제조건으로 필요하고, 실질적으로 그런 영향력 혹은 위력을 행사했거나, 의도적으로 조종 혹은 촉진시키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입증' 단계의 첫걸음에서 맴돌고 있는 검찰

즉, 검찰이 지금 공들여 주장하고 있는 '정교수가 조범동이 지급한 돈이 횡령된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라는 것은, 기능적 행위지배에 의한 공범 혐의를 성립하기 위해선 만리길을 가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한 것이고, 더욱이 검찰이 입증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은 정교수가 코링크의 실소유자라는 주장을 사실상 철회한지 오래이니 실소유자로서 횡령을 압박했다 주장할 수도 없고, 친족 어른의 관계이기는 하나 그게 업무상 횡령이라는 범죄를 강압할 정도로 고압적인 관계라고 증명하기에는 턱도 없다. 심지어 그런 강압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정교수가 그런 압도적 지위를 이용해 조범동에게 횡령을 강압했다는 증명이나, 의도적으로 횡령을 조종, 촉진했다고 증명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렇게, 재판부는 너무도 갈 길이 먼 공범입증 절차에서, 검찰이 겨우 '정교수가 조범동의 횡령 사실을 알았다'는 정도의, 첫 단계의 기초적인 주장에서 빙빙 맴돌고 있는 사실을 자각시켜준 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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