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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의장의 구시대적 국회 운영,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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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의장의 구시대적 국회 운영,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 고일석
  • 승인 2020.06.13 0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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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민의’ 저버린 박병석 의장
혁명적 총선, 구태 벗지 못한 의장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지 않고 여야에 3일 더 협상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2020.6.12/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지 않고 여야에 3일 더 협상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2020.6.12/뉴스1

‘총선 민의’ 저버린 박병석 의장

박병석 의장의 국회 운영을 선출된 지 겨우 1주일 지난 지금 평가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고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21대 국회에 주어진 기대와 사명을 생각한다면 12일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흘 시간을 더 주겠다며 본회의를 산회한 것은 그가 ‘정치를 너무 오래 한 노정객’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야 교섭단체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일정 상정은 의장의 권한이다. 따라서 박 의장은 의장 고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박 의장 본인이 얘기했듯이 “국민과 국익”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며칠 사이에 국익이 크게 요동치거나 달라지지는 않는다. 며칠 더 기다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박 의장이 어떤 식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지표라는 점에서 도저히 그냥 두고 넘어갈 수가 없다.

국민은 단일 인격체가 아니다. 이런 국민이 있고 저런 국민이 있다. 그런 국민들을 모두 함께 떠받들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여당이 주어진 의석만큼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강력하게 국회를 운영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이 있고, 옛날처럼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체면 봐주고 위신 세워주고 주거니받거니 알콩달콩 밀당이나 하면서 운영되기를 바라는 국민이 있다.

이 둘의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고 한 쪽의 말만 들어야 한다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나? 바로 다수 의석을 지지한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이미 두 번이나 그런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산회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6.12/뉴스1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산회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6.12/뉴스1

혁명적 총선, 구태 벗지 못한 의장

21대 총선 결과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혁명적’이었다. 그렇다면 21대 국회는 그 ‘혁명적 민의’를 받들어 ‘혁명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21대 국회를 탄생시킨 민의는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중 분명한 하나는 이제 과거식의 국회 운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되,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구시대식의 국회에 이미 지쳤다. 그 피곤함이 분노로 바뀌어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해 180석의 의석을 여당에 몰아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원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일하는 국회’와 ‘법대로’를 외쳤다. 한두 번이 아니다. 이해찬 대표도 수차례 강조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수도 없이 반복했던 말이다. 그런데 박병석 의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여당의 공언을 공수표로 만들어버렸다.

야당은 그냥 합의를 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여당 지지자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여당의 대폭 양보안을 찢어발기고, 짓밟고, 걷어차듯이 거부했다. 그런데 그런 합의를 다시 해오라면서 나름 결의를 다지고 본회의장에 참석한 의원들을 그냥 돌려보냈다. 이게 의장으로서 할 일인가?

여당은 합의 결렬 이후 전체 상임위는 몰라도 최소한 법사위·예결위·기재위는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21대 국회 운영 전체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상임위고, 예결위와 기재위는 3차 추경을 위해 시급하고도 시급한 상임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이마저도 외면했다. 그냥 양당의 의사진행 발언만 들은 뒤에 곧바로 본회의를 산회시켰다. 여당의 마지막 공언마저도 공중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이제 여당 원내지도부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을 믿어줄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이는 국회 운영을 책임진 의장으로서 앞으로도 국회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할 것이며, 야당에 대해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런 식으로 하라는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당은 최대를 뛰어넘는 양보를 해야 하고, 야당은 무한 생떼를 부려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겠다는 운영 방침을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왜 의장은 총선 민의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원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오는 15일로 연기하자 생각에 잠겨 있다. 2020.6.12/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원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오는 15일로 연기하자 생각에 잠겨 있다. 2020.6.12/뉴스1

안 줄 것까지 다 내주고 처분만 기다리는 여당

민주당도 정신차려야 한다. 도대체 무슨 협상을 그 따위로 하는가. 이제 여당은 줄 거 다 주고, 안 줘도 될 것까지 다 내주고 나서도, 칼자루를 야당에 넘겨준 채 의장이 원하는 ‘합의’를 위해서는 야당의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가 돼버렸다.

야당의 “법사위 안 줄 거면 18개 상임위 다 가져가라”는 시위는 그냥 엄포일 뿐, 여당이 알아서 차려준 밥상을 낼름 뒤로 챙겨놓은 채 밥숟가락 뜨기 전에 속으로 희희낙락하며 있는 대로 기세를 한 번 부려보는 것 아닌가.

이제 야당이 소위 ‘가합의안’을 받아들이면 당내의 반발도 무릅쓰고 ‘대승적으로’ 합의해주는 꼴이 돼버렸다. 민주당 입장에서 당을 해체할 각오가 아니고서야 법사위를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지고 있는 카드에 속주머니의 카드까지 다 내주고 아무 것도 없는 빈손으로 야당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왜 스스로 자초하는가. 야당 체면 봐주고, 의장 위신 세워주고, 지지자들의 요구는 언제 들어줄 건가?

이런 식으로 할 것 같으면 ‘일하는 국회’니 ‘법대로’니 ‘18:0’이니 이런 말을 하지나 말든가, 국민과 지지자들의 기대는 있는 대로 한껏 높여놓은 채 이제 법사위 지키는 것 하나로 만족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인가? 그렇게 핵심 상임위에 예결위까지 다 내주고 법사위만 가진 채 ‘일하는 국회’ 만들 수 있는가? 자신 있는가?

민주당도 박병석 의장을 뽑아 박수를 보내고 꽃다발을 안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게 내버려둔다면 굳이 민주당 출신 의원을 의장으로 뽑을 이유가 없다. 국민들이 요구하고 국민에게 공언한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요구하고 압박해야 한다.

‘중용’이니 ‘타협’이니 하면서 이쪽저쪽 말 다 들어주는 것을 의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구시대적 국회 운영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지쳤다.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또 다른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여당과 의장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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