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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통당의 족쇄가 돼버린 김태년의 ‘통 큰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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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통당의 족쇄가 돼버린 김태년의 ‘통 큰 양보’
  • 고일석
  • 승인 2020.06.18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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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격분케 한 11대7 가합의안
미통당으로서는 더 바랄 나위 없었던 양보안
그러나 스스로의 퇴로까지 막아버린 미통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6개 상임위 가동으로는 시급한 코로나 위기 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금주 안으로 다른 상임위 원구성 마치고 추경 심사 착수해야"한다고 밝혔다. 2020.6.16/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6개 상임위 가동으로는 시급한 코로나 위기 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금주 안으로 다른 상임위 원구성 마치고 추경 심사 착수해야"한다고 밝혔다. 2020.6.16/뉴스1

지지자들 격분케 한 11대7 가합의안

지난 12일, 미래통합당에게 ▲예결위 ▲국토위 ▲정무위 ▲문화체육관광위 ▲환경노동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교육위 등 총 7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기로 했다는 ‘가합의안’이 알려지자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을 것을 내심 기대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경악했다.

곧바로 김태년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가 터져나왔다. 나눠주는 것도 못마땅한데 ‘노른자 상임위’까지 다 나눠주니 민주당이 제 정신이냐는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더구나 추경을 긴급하게 처리해야 되는 상황에서 예결위까지 주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는 주호영 원내대표로서는 여당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최상의 성과였다. 민주당으로서 어차피 다 가져올 생각이 아니었다면 최소의 카드부터 제시한 다음에 조금씩 카드의 등급을 높여가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다. 그런데 김태년 원내대표는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에 플러스 알파까지 얹어서 한 번에 던져버렸다. 소위 플랜B도 남겨놓지 않고 다 던져준 것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이를 단칼에 쳐버렸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멘탈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한 번 거부하면 더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지, 아니면 공언하는 대로 법사위를 못 가져오면 아예 18:0이 낫다고 정말로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항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주호영은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표결을 강행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020.6.15/뉴스1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항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2020.6.15/뉴스1

미통당으로서는 더 바랄 나위 없었던 양보안

하지만 여당 지지자들을 경악하고 분노하게 했던 김태년 대표의 ‘통 큰 양보’는 결과적으로 미통당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돼버렸다. 미통당이 입장을 바꾸어 원 구성에 참여하려면 12일 자신들이 걷어찬 가합의안보다 뭐라도 더 얻어내야 최소한의 면이 선다. 그러나 더 끌어낼 수 있는 카드가 전혀 없다.

20대 국회 개원 당시 연합뉴스가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기 상임위 순서는 ▲국토위(17.7%) ▲교문위(12.3%) ▲산자위(8.0%) ▲정무위(6.3%) ▲농해수위(5.7%) 순이었다. 새누리당 당선자들만 대상으로 할 때는 ▲국토위(30명) ▲교문위(13명) ▲농해수위(9명) 순이었다.

1위에서 5위까지 인기 상임위 중 산자위만 제외하고 극강의 1위 상임위인 국토위까지 포함한 모든 인기 상위 상임위를 미래통합당으로 배분한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더 양보할 여지가 없는 제안이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이 문체위를 내주고 산자위를 가져오는 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위부터 5위까지의 인기 상임위를 몽땅 가져가겠다는 얘기다. 아무리 미래통합당이지만 이건 너무 낯두꺼운 짓이다.

게다가 중소벤처기업부까지 담당하는 산자위는 집권 2기 혁신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당으로서는 절대로 내줄 수 없는 핵심 상임위다.

따라서 예결위를 포함한 7개 상임위원장 배분안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이라면 더 이상 얻어낼 것이 없는 최상의 성과였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지금이라도 못 이기는 척 민주당의 11대7 제안만 받아들여도 크게 남는 장사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6.15/뉴스1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6.15/뉴스1

스스로의 퇴로도 막아버린 미통당

그러나 지금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기에는 질러도 너무 세게 질렀다. 그들은 민주당의 제안을 그냥 거부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패대기치고 짓이긴 뒤 침까지 뱉어 걷어차 버렸다. 자신들의 퇴로를 앞뒤로 꼭꼭 막아버린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미통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내일 19일 본회의에서 남아 있는 12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완전히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즉 18:0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미 8일과 12일, 15일 본회의에서도 18개 상임위원장 전원 선출을 박병석 의장에게 요청했었다고 한다.

박병석 의장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박 의장의 결정 여하에 따라 미통당은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보든지, 아니면 7개 상임위라도 가져가기 위해 머리 숙이고 들어오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추가 협상은 없다” “18개 다 가져가라”며 큰 소리를 있는 대로 쳐놓은 상황에서 입장을 바꿀 만한 그럴 듯한 명분도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 너무 없다. 박 의장으로서도 아무리 합의의 모양새를 갖추고 싶고, 야당의 면을 세워주고 싶어도 원 구성을 무한정 지연시킬 수는 없다.

미래통합당이 김태년이 채운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족쇄를 질질 끌면서 여기저기 몰려다니는 특이취향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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