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19차 공판①] 재판부, 부실 공소장 조목조목 질타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2 13: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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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증거인멸, 교사(敎唆) or 공모(共謀)?
② 금감원 거짓 보고, 일시와 구체적 내용 없어
③ 檢, 운용보고서 위조 입증 안된 채 기소
④ 부산 A 호텔 인턴 확인서 작성 주체도 오락가락
18일 열린 19차 공판에 출석 중인 정경심 교수/뉴스1
18일 열린 19차 공판에 출석 중인 정경심 교수/뉴스1

18일 열린 정경심 교수 19차 공판의 증인 출석 대상은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이상훈 전 코링크PE 대표였다. 김미경 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 청문회 당시 인사청문단의 신상팀장으로 소환된 것인데, 김 비서관이 청와대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했다.


재판부는 오전 재판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에 여러가지 석명(釋明) 요구 사항들을 내놓았다. 특히 검찰 측으로는 뼈아픈 주문이 많았다. (석명 요구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재판부에서 공판 진행을 위해 변호인이나 검사 측에게 묻는 공식 질문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석명'을 '설명'이나 '성명'으로 잘못 듣는 분들도 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대놓고 "공소사실에 해당하지는 않고,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 사실에 해당한다"라고 규정하고, 검찰의 공소사실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석명을 요구했다.



① 증거인멸, 교사(敎唆) or 공모(共謀)?


언론 보도로 많이 알려진 '공모' 문제에 대한 지적부터 살펴보자.


임정엽 재판장 : "피고인(정경심) 또는 조국 씨가 코링크 관계자들에 대한 (증거위조) 교사범에 해당하는지,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검찰은) 설명해주기 바랍니다. 교사범이면 처벌하는데, 공동정범이면 처벌이 안 되죠"


오해의 여지가 많은데, 이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사이의 공모'를 말한 것이 아니다. 검찰 주장에서 증거 인멸이나 위조를 '지시받은' 코링크 내부인들과 정 교수(혹은 조 전 장관)가 공모를 한 거라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언론보도들 대부분이 이런 오해를 유도하는 제목을 달았다.)


이런 질문이 나온 배경을 설명하자면, 조국 부부에 대한 두 공소장들의 내용이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검찰 주장대로라면 마치 교사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함께 범죄를 실행한 공동정범인 것처럼 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즉 '교사'가 아닌 본인이 직접 증거 인멸, 위조 등을 함께 실행한 수준으로 써놨다.


엄밀하게는 이런 재판장의 선언이 조금 적절치 않다고 보이기도 하는데, 본인의 범죄 증거를 인멸, 위조하는 것은 처벌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범죄 자체가 아니다. 형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변호인측은 이런 범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의 허술함으로 인해 부실 기소임을 질타한 것이다.



② 금감원 거짓 보고, 일시와 구체적 내용 없어


부실 공소장에 대한 질타는 더 이어졌다. 블루펀드 관련으로 금감원에 거짓 변경보고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범동과 공모했다는 일시와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금감원 보고를 한 일시와 방법 등이 몽땅 다 빠져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공소장에서 해당 혐의의 실제 공소사실은, 금감원에 보고한 문서에 적힌 내용들만을 적시하며 그게 허위라고 주장한 것뿐이다. 그런 보고 내용에 정 교수가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조차 없다. 정 교수가 동생과 함께 직접 변경정관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는데 그렇게 볼 수 있는 경위가 통째로 빠져있다.


정 교수가 코링크 상주 직원도 아닌데 어떻게 정 교수가 직접 정관을 작성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느냔 말이다.



③ 檢, 운용보고서 위조 입증 안된 채 기소


심지어 청문회 당시 작성된 코링크의 운용보고서와 관련해서는, 정 교수든 누구든 누가 관여했다는 것인지 부터가 빠져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공소장을 보면, 어처구니없게도 실제 정 교수가 지시했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 언제 어디서 왜, 이런 내용이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정 교수에 대한 공소사실인데 정 교수가 그랬다는 문장 자체가 없는 것이다.


권성수 판사 : "증거(위조됐다는 운용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도록 한 사람이 사전에 피고인 측에서 누가 관여했는지가 안 나타나요.(중략) 검사님 설명대로면 보고서 제출해달라는 건 청문회준비단의 사모펀드 담당자가 직접 코링크에 요청하니까 이걸 만들어서 일단 보내기 전에 피고인과 협의했다고 하는 상황이어서…"


그런데 이에 대한 검찰측 답변이 걸작이다.


검사 : "(해당 보고서를) 특정해서 사전에 지시했다는 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수사했지만, 명확하게 입증이 안 된 상태인 것은 맞습니다."


아, 입증이 안된 혐의를 기소하셨다고 명시적으로 시인을 하셨네. 그러면서 변명이랍시고 한다는 소리가, "전후 맥락을 고려할 때 포괄적인 위조 지시가 있었던 걸로 보여서" 기소했단다. 단적으로 말해서, 증거도 경위도 전혀 모르지만 밑도 끝도 없는 '검사의 심증으로' 기소했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검사들의 악의는 물론, 무능의 극치 아닌가.



④ 부산 A 호텔 인턴 확인서 작성 주체도 오락가락


부산의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십 관련으로도 작성 주체가 정 교수였었다가 조국 전 장관 공소장에서는 조 전 장관이 인턴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동일 혐의에 대해 두 사람에 대한 공소장에서 혐의자를 각각 다르게 주장을 한 것이다.


검찰은 한 사건에 대해 두 개의 공소장으로 두 사람을 따로따로 처벌하겠다, 이런 셈이다. 그렇다고 공범인 것도 아니고.


재판부의 이런 주문들은, 검찰이 쓰레기차가 폐기물을 쏟아내듯이 무더기로 재판부에 던져놓은 수많은 혐의들 중 따져볼 가치가 적은 혐의들을 배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검찰이 적당한 수준에서 스스로 철회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실제 일부에 대해서는 검찰측이 인정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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