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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진정 손 봐야 할 ‘살아있는 권력’은 윤석열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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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진정 손 봐야 할 ‘살아있는 권력’은 윤석열 자신이다
  • 고일석
  • 승인 2020.06.2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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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당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자세”
털면 터는 대로 털려야 했던 ‘살아있는 권력’들
온갖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또 다른 ‘살아있는 권력’
정말 엄정해야 할 ‘살아있는 권력’은 누구인가?

대통령의 당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자세”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시비가 나올 때마다 그를 감싸고도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그가 임명될 당시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자세”를 당부했던 사실을 언급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 국민들이 체감도 하게 되고, 그다음에 권력의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그동안 보여 왔던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들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 이를 가장 철저하게 잊어버리고 무시하고 있는 사람은 윤석열 본인이다.

 

털면 터는 대로 털려야 했던 ‘살아있는 권력’들

‘살아있는 권력’이란 무엇인가? 어떤 부정을 저지르고도 수사나 조사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권력을 말하는 것일 테다. 윤석열이 ‘살아있는 권력’이랍시고 먼지 털 듯 털었던 조국 전 장관은 과연 그런 측면에서 ‘살아있는 권력’이었나?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딸의 자소서 한 줄 한 줄을 다 짚어가며 하나하나 털어대는 수사를 견뎌야 했고, 공직자윤리법을 지키기 위해 적법한 방식을 찾아 투자했다가 병약한 부인이 구속 수감되는 것을 감내해야 했다. 거기에 동생에 조카까지, 말 그대로 온 집안이 풍비박산났다.

그 과정에서 수사가 방해를 받거나 제지를 받는 일은 없었다. 조국 전 장관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행세한 것을 굳이 따지자면 자택 압수수색 때 전화를 받아 “처가 불안한 것 같으니 압수수색을 하되 처의 건강문제를 챙겨달라”고 말한 것 밖에는 없다.

조 전 장관뿐만이 아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하 청와대 비서진들은 모두 억울함과 황당함을 호소하면서도 힘으로 검찰 수사를 누르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온갖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또 다른 ‘살아있는 권력’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한 번 살펴보자. 그는 법원 판결문에 나와 있는 장모의 잔고증명 위조 사실을 지적하자 “문제가 있으면 누가 고소를 하든 고발을 하든 했을 거 아니냐” 한 마디로 뭉개버렸다. 이에 대한 보도와 고발이 잇따르는데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공소시효가 임박해서야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했다.

장모와 함께 고발된 부인에 대해서는 “모녀가 공모해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증거가 없다”는 한 줄 설명만 붙인 채 무혐의 처리했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에 비춰본다면 장모의 사돈의 팔촌의 조카에, 부인의 친구, 동료, 지인까지 탈탈 털었어도 모자랄 일이었다.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가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돼, 이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녹취록’ 운운하며 감찰을 제지하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맡겼다. 민언련 등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하자, 처음에는 지휘권을 대검 부장단회의에 넘긴다고 하더니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제 혼자 결정해버렸다.

한명숙 전 총리 재판 증언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접수한 진정을 대검 감찰부로 넘기고, 감찰부가 한 달 여 동안의 조사 끝에 감찰 개시를 보고하자, 이것도 빼앗아 바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넘겨버렸다. 한동수 감찰부장이 이에 반대하여 원본 서류 제출을 거부하자 진정서의 ‘사본’으로 사건을 배당했다.

이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수감자 한은상 씨가 “조사자와 조사받을 대상이 모두 윤석열의 측근으로 한 통속”이라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거부하고 법무부 감찰부와 대검 감찰부의 조사에는 응할 뜻을 밝히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감찰부가 참고인을 조사하고 서울중앙지검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아 감찰을 진행한 뒤 법무부에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윤석열 총장은 굳이 대검 인권부에서 대검 감찰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총괄하도록 다시 지시했다. 마땅히 이 사건의 감찰을 담당해야 할 대검 감찰부장의 지휘는 끝끝내 배제한 것이다.

 

정말 엄정해야 할 ‘살아있는 권력’은 누구인가?

도대체 ‘살아있는 권력’은 누구인가? 자신이나 자신의 주변에 대한 수사와 조사를 힘으로 누르고, 회피하고, 제지하고, 방해하는 ‘살아있는 권력’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역사상 윤석열 만큼 노골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가족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고,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는 ‘살아있는 권력’이 또 있었던가?

국민들이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남몰래 손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만천하에 다 드러낸 채로 온갖 편법과 무리를 동원해 주변에 대한 수사와 조사를 무력화하려고 덤비는 ‘살아있는 권력’이 윤석열 말고 또 있었던가?

이미 바닥까지 다 드러낸 그에게 대통령의 당부를 상기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툭하면 ‘살아있는 권력’ 운운하면서 그를 싸고도는 사람에게는 꼭 묻고 싶다. 윤석열과 같은 ‘살아있는 권력’은 그냥 내버려둬도 되는 건가? 윤석열이 ‘살아있는 권력’으로서의 스스로에 대해서는 엄정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칼을 내키는 대로 휘두르는 망나니의 망동을 속절없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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