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공정’ 일까요?

임주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3 10: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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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자본의 오래된 전략입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차고 넘쳐야 낮은 임금으로 고분고분한 노동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한국노총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의 협력사 직원 정규직화, 보안검색요원 직고용 결정 등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다. 2020.7.9/연합뉴스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가 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그리고 원청업체에 비해 1차 하청업체의 평균 임금은 약 60%, 2차 하청업체는 약 40%, 3차 하청업체는 약 25%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일자리는 3~4% 밖에 만들지 않는 재벌 100대 기업이 전체 이익의 60%를 차지하면서도 비정규직 일자리는 더욱 늘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분배의 몫은 줄이면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북유럽 국가들은 전체 일자리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정도 됩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21.3%입니다. 우리는 최근에 좀 올랐는데도 OECD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9%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인천국제공항공사 전체 직원 중 정규직 직원은 약 1,500여명이고 비정규직 직원이 10,000여명이나 됩니다. 직원의 90% 정도가 비정규직이고 간접고용상태인 것입니다.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부모가 소득 하위 10%이거나, 상위 10%인 경우에 그 자녀들도 부모와 똑같은 계층에 머물 확률이 90%가 넘어서고 있고, 부와 가난이 더 견고하게 세습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삼성 이재용은 27세 때, 아버지 이건희로부터 60억 원을 증여받았습니다. 그런데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으로 60억 원이 20년 새 9조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먹고살기 위해 아침에 일터로 나갔는데, 저녁에 싸늘한 주검이 돼서 돌아오는 노동자가 믿기지 않겠지만, 해마다 2,000여명이나 됩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또 무심한 하루가 지나가면 우리 옆에서 약 6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떨어져서, 벨트에 끼여서, 또 질식해서 그렇게 이 순간에도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부모였던 그들 대부분은 비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직원들입니다. 가장 힘든 일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공정한 것일까요?


네 분노해야 합니다. 하지만 분노의 방향이 틀렸습니다. 우리는 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분노해야 합니다.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되는 것이 비례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분노할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고 고착화된 노동시장의 이중화에 분노해야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고용안정성의 극심한 차별에 분노해야 합니다.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어 심화되는 경제적불평등과 양극화에 분노해야 합니다. 저임금 노동자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 위해 노노갈등과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기는 재벌 자본가 및 보수언론 등에 우리는 분노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기존 정규직 직원의 일자리는 줄지 않습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밝혔지만,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공기업의 신규채용이 과거에 비해 오히려 대폭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실과 다른 거짓으로 기존 정규직 직원과 취업준비생을 분노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노동자끼리 경쟁하고 질시하고 갈등하게 만들어 노동자들을 가장 싼 임금으로 착취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하고 좋은 일자리 찾기가 힘이 들어야 시키는 일에 순응하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착한(?) 노동자가 만들어진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자본의 오래된 전략입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차고 넘쳐야 낮은 임금으로 고분고분한 노동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연대하고 서로 협동해야 합니다. 우리가 분노하고 싸워야 할 상대는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기고, 질시하게 만들고 서로 싸우게 만들어 편익을 취하려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보수언론이든, 보수정당이든, 기득권의 배부른 자본이든 그들이 누구든 간에 우리는 그들을 향해 분노하고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탓해” 라는 말에 우리는 답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차가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바퀴를 때려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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