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 정치인 · 미필 기자들의 '막 던지기' 퍼레이드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1 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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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가 현 모씨의 단순한 '착오'에 의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만약 '의도적인 허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책임의 절반 이상은 '군대'의 'ㄱ'도 모르는 채 그들만의 망상으로 온갖 의혹을 부풀리고 남발한 미필 정치인과 기자들이 져야 한다.
▲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9월 18일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2020.9.18/연합뉴스

 

 

의도적인 병역 기피가 아니라면 병역 미필이나 단기사병, 혹은 공익근무를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 군대를 가고싶어도 못 가는 여성을 포함해 사유가 있어 면제를 받거나 단기사병으로 근무하는 것은 흠잡을 일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현역병들에게 해당되는 규정과 규율, 문화와 관행 등은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와 관련된 논란은 그에 대한 규정과 관행을 잘 아는 자들이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미필 정치인과 미필 기자들의 군에 대한 몰이해로 증폭되고 확대된 부분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2019년 12월 27일 이 문제가 일요신문 단독 보도로 처음 알려졌을 당시에는 그다지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도읍 의원이 맹렬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는데도 그랬다. 2020년으로 넘어와 2월 12일 중앙일보와 TV조선이 현 모씨를 직접 인터뷰해서 또 한 번 이슈화를 시도했을 때도 반향이 크지 않았다. 

 

4월 총선으로 21대 국회가 구성되고 한두 달 정도 야당의 반항기를 거친 뒤, 국회 법사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늘어졌지만 추미애 장관의 "소설을 쓰시네" 말고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현역병 군필자들이 보기에는 그게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카투사라도 23일이 귀대인데 이틀이 지난 25일까지 부대가 조용했다는 게 말이 되나? 현역병 출신이라면 말이 안 돼도 너무 안 되는 얘기였다. 혹시 카투사는 다른가 했지만 최근 서 씨와 같은 부대에 같은 시기에 복무했던 동료 병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우리 군이나 카투사나 그 점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9월 1일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의 '녹취록 공개'부터 이슈가 커졌다. 군 경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특히 자극적인 '보좌관이 전화'라는 새로운 이슈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불문곡직 '권력에 의한 외압'이라는 이미지가 분명해졌다. 게다가 "증빙자료가 없다"는 게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이때부터 미필자들의 몰이해에 따른 '막던지기'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 9월 1일 조선일보 보도

 


1. 군대는 사람 잡는 곳이 아니다.

 

'막던지기'의 선봉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다. 이 사람은 정말 한 1년 정도 입대시켜서 군대 구경이라도 좀 하고 나오게 하고 싶다. 나이가 있으니 훈련 같은 건 안 시키더라도 말이다.

 

하 의원의 주장은 '군대는 사람 잡는 곳'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수술을 할 일이 생겨서 병가를 얻어 수술을 받고, 회복이 늦어져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 병가를 연장하고, 그래도 회복이 안 돼 개인 연가를 써서 가료(加療)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하 의원은 군인이라면 아무리 아파도 목발짚고 귀대해 또 다른 승인을 얻어야만 추가 휴가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2차대전 때 일본군이라면 모를까 6.25 때 국군이라도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필자들은 군대를 힘들고 괴로운 곳으로만 생각한다. 군대가 힘들고 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그렇기만 한 것이 아니다. 

 

군대는 "병력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제1과제다. 그래야 전투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아픈 병사가 생기면 기를 쓰고 최선의 치료와 조치를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게다가 민주정부 이래 "군은 각 가정의 귀한 아들을 데려와 보살피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긴 이후부터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병가와 관련된 이런저런 규정은 혹시 꾀병을 부릴 가능성에 대한 장치들이 들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치료가 필요한 병사로 하여금 병가를 통해 적절하게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관련 규정의 취지다. 

 

따라서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씨가 꾀병으로 병가를 낸 것이라면 모를까, 수술을 받고 회복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 분명하다면 그와 관련된 절차들은 모두 정상적인 것이다. 

 

그것이 무슨 대단한 특혜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군대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는 망상일 뿐이다.

 

 

▲ 동계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육군 보병 31사단 장병들. 2020.1.10/연합뉴스

 


2. 명령은 말로 한다.

 

휴가와 관련된 증빙이 없다고 난리들이다. 그러나 증빙은 2차적인 것이다. 명령은 문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한다. 문서는 말로 하는 명령을 입증하는 2차적인 장치일 뿐이다. 

 

이는 신원식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당시 부대장으로 명령권자였던 지역대장 B중령이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보좌관) 네. 지원장교도 연통에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더라고.

B중령) 네. 명령지에는 누락이 됐던 거 같아요.

보좌관) 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검사가 왜 병가 관련 휴가 명령지에는 없느냐, 명령이 없이 휴가를 나간거죠 그러니까. 검사가 볼 때는.

B중령) 명령지가 없는 거죠. 명령이 없는 건 아니고. 명령은 지휘권자가 승인하면 되는 거고, 행정이 누락이 된 거죠. 동부지검에서도 그런 식의 얘기를 해줬거든요.

 

여기에서 "명령은 지휘권자가 승인하면 되는 것"이라는 부분이 이 사태의 핵심이다. 군필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이해한다. 사실은 이 사태는 신원식 의원 보좌관의 녹취록 공개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야당이건 언론이건 이 부분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그들의 경험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 '명령'이라고 하면, 일반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계통을 밟아 '품의'를 올리고 결재권자들이 층층이 도장이나 사인으로 '결재'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군대는 '명령'이 상시적으로 발동한다.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앉아라, 서라, 모두 명령이다. 진급이나 정기휴가, 제대특명과 같이 계획된 명령은 문서로 내려오고, 문서가 있어야 명령이 발동된 것으로 이해하지만, 군대에서는 그렇게 계획할 수 없는 예측불가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군대는 원래 예측불가한 비상시를 위해 존재한다. 경계와 함께 군대의 가장 큰 임무인 '훈련'은 바로 그 예측불가한 비상시를 전제로 이루어진다. 이럴 때 발동하는 명령을 문서로 할 수 없다. 군대 관련한 속어로 "까라면 깐다"는 말이 있다. 까라는 명령을 말로 하지 문서로 하지 않는다. 

 

'휴가 연장'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상시에 해당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정해진 귀대일자에 귀대하면 된다. 달리 생각할 것이 없다. 그러나 멀쩡히 있다가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병가의 경우 예정된 기간 안에 치료가 다 마쳐지지 않으면 이는 '계획되지 않은 비상 상황'이다. 

 

이에 대한 보고와 조치와 명령은 모두 말로 이루어진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는데, 무슨 품의를 올려서 결재를 받는 식으로 처리를 하나?

 

 

▲ 4월 16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열린 주한미군 2사단 최고전사 선발대회에서 카투사 장병이 소총 사격을 하고 있다. 2019.4.16/연합뉴스



3. 미필자들이 부풀려온 추 장관 아들 의혹

 

글 첫머리에서도 얘기했듯이 병역 미필 자체는 전혀 문제삼을 것이 안 된다. 그러나 미필자가 군에 대해 얘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무기로 삼는 정치인과 기자들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이 사안을 처음 보도한 일요신문과, 2월 12일 현 모씨와 육성으로 인터뷰를 한 중앙일보와 TV조선 기자들의 병역관계가 궁금하다. 군필자라면 그렇게 허술하게 취재를 했을 리가 없다. 그들이 제대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다면 사태의 양상은 자못 달랐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현 씨와 서 씨가 같은 사단본부중대였지만 알파중대와 배틀중대로 구분돼있었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를 쓰려면 그 정도까지 알아보고 써야 한다. 

 

카투사 출신이 아닌 군필자들이 이 사태를 접하고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우리 군과 다를 수 있는 카투사의 부대 편제와 명령 및 보고 체계"였다. 병가명령과 미복귀와 추가 휴가 명령, 그리고 당직사병의 역할 등은 그 내용에 대한 파악이 있어야 실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채널A의 '병장 회의' 보도로 희화화됐지만 우리 군과는 다른 카투사의 '선임병장 제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지역대대', '지원중대', '지원장교', '지원반장' 등의 편제와 역할에 대해서도 파악을 해야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군필자라면 위의 사항들을 당연히 궁금해 하겠지만, 미필자들은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태가 현 모씨의 단순한 '착오'에 의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만약 '의도적인 허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로 인해 져야 할 책임의 절반 이상은 '군대'의 'ㄱ'도 모르는 채 그들만의 망상으로 온갖 의혹을 부풀리고 남발한 미필 정치인과 기자들이 져야 한다. 

 

p.s.

 

그리고 제발 '탈영', '군무이탈' 이런 말 함부로 쓰지 마라. 이는 군 입대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현역병 군필자들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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