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공판] 허위·왜곡·유도심문... 기망(欺妄)으로 일관된 검찰 측 반대신문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8 16:58:23
  • -
  • +
  • 인쇄
검찰은 진실을 밝히는 기관이지 피고인을 때려잡아 기필코 범인으로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이를 일컬어 ‘검찰의 객관의무’라고 한다.
▲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9.24/연합뉴스

 

지난 9월 8일과 9월 24일 정경심 교수의 공판에서는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해 정 교수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정 교수 측이 신청한 증인들이었다. 검찰은 이 증언들을 무력화시키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여기에 온갖 야바위같은 방법들이 총동원됐다.

허위 사실과 근거 없는 내용 등을 반복적으로 제시해 증인을 당황하게 하거나 위축되게 하여 뜻하지 않은 답변을 이끌어내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했다. 증인과 재판부를 기망(欺妄)하기 위한 수작이었다.

표창장 발급과 관련해 그동안 검찰은 실질적인 ‘위조 행위’를 입증하는 것보다는 “표창장이 정상 발급되지 않았으므로 위조”라는 논리를 펴왔다. 이를 위해 검찰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주장은 △조 양이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고, △표창장이 상장 대장이 기록되지 않았으며, △일련번호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9월 8일과 24일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조 양이 어학원 프로그램 관련 일을 하는 것을 직접 봤으며, △조 양이 정경심 교수를 도와 봉사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 교수들이 다수 있었으며, △그 교수들이 표창장 수여를 제안했고, △어학원에서 발급하는 표창장은 상장 대장에 기록하지 않을 수 있고, △일련번호도 어학원 자체에서 그때그때 임의로 부여한다는 내용을 일관되게 증언하여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검찰이 이에 대해 조 군의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참여 여부에 대한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했다. 이는 공소가 제기되지도 않았고, 공소 사실과 관련도 없는 내용들이었다.


#1. 인문학 프로그램 출석부와 수료증 목록

9월 8일 공판. 이 모 조교는 변호인 신문을 통해 “정경심 교수가 MS워드만을 사용하고 아래아한글은 거의 사용하지 못했으며, 상장이나 수료증의 일련번호는 어학원에서 임의로 부여했다”고 증언했다.

반대신문에 들어간 검찰은 조 군이 참여했던 2013년 인문학 프로그램의 출석부 엑셀 파일과 상장 한글서식 파일이 발견돼 전달된 경위를 물었다. 이 조교는 양식을 자신이 만들어 근로학생에게 줬다고 말하고, 출석부 작성은 근로학생이 했고 출석부 파일은 자신이 만들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증인은 출석부 파일을 만들지 않았다고 하는데, 장경욱 교수는 증인이 보내준 파일을 근거로 121명 수료증 명단을 만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 조교를 혼란스럽게 하는 목적과 함께, 이 조교와 장경욱 교수 둘 중 하나는 허위의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때 변호인단이 이의를 제기했다. “장경욱 교수는 ‘이 조교의 도움으로 관련 자료를 찾았다’고 했는데, 검사는 계속 ‘이 조교가 찾아서 보내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증인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항의했다.

재판장은 즉시 증인신문을 멈추고 장경욱 교수의 증언이 나와 있는 법정 증인조서를 확인하도록 했다. 증인조서는 변호인의 말 대로였다. 재판장은 “변호인의 이의 제기에 이유 있다”며 “검찰 말처럼 ‘(이 조교가 장경욱 교수에게) 정확히 전달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검사의 질문을 수정했다.

해당 파일은 이 조교가 찾은 것이 아니었다. 2019년 8월 대학본부의 지시를 받은 김 모 조교가 장경욱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고, 장 교수는 이 모 조교에게 문의했으며, 이 조교가 기억을 되살려 조언을 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김 모 조교가 찾은 것이다.

장경욱 교수는 이런 내용을 법정 증언뿐만 아니라, 검찰 조사와 그 이후의 추가 자료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충분하게 설명을 해놓은 터였다. 장 교수의 증언을 뒤틀거나 뒤바꿔서 질문하는 식의 ’장 교수 타령‘은 모든 증인에 대한 신문에서 반복됐다.


#2 좌절된 검찰의 밑장 빼기

2013년 인문학 프로그램의 총괄진행자는 당시 교양학부장이었던 김덕환 교수였다. 김덕환 교수는 프로그램 종료 직전인 2013년 5월 28일 학교 본부에 상장과 수료식 발급에 관한 내부 공문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상장 10개, 수료증 약 120개”로 적혀 있었다. 상장과 수료증을 받을 학생들을 특정하지 않은 채, 이 범위에서 상장과 수료증을 발급할 것이라는 보고 문서였다.

검찰은 상장 수여자가 특정되어 있으면서 조 군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어떤 문서가 필요했다. 검찰은 김 교수가 기안해 제출한 위의 공문을 이 조교에게 제시한 뒤 “증인이 작성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 조교가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대답하자 다시 다른 문서를 제시했다.

그 문서는 ’상장 요청‘이라는 내용의 제목이 붙어있고 상장을 받을 학생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어 있었다. 검사는 “증인이 이 문서를 작성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변호인이 황급하게 일어나 “순번과 문서 전체를 제시하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검사가 문서의 상단 부분을 가린 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계속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재판장이 신문을 중단시켰다. “잠깐 멈춰라. 재판부도 필요하니 그 문서를 4부 복사해서 재판부와 변호인이 모두 받은 상태에서 다시 질문하라”며 경위에게는 문서의 복사를 요청하고, 속기사에게는 “질문을 삭제라하”고 지시했다.

검찰이 제시했던 문서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사업 관련 공문으로서 문제의 인문학 프로그램과는 아무 관계없는 문서였다. 이를 문서의 수신처를 가린 채 마치 이 조교가 담당하던 내부 공문처럼 보이게 한 뒤 혼란된 상태에서 답변을 끌어내려 했던 시도가 실패한 것이다. 


 

▲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9.24/연합뉴스


 

#3. 김 모 교수에 대한 2차 밑장빼기 시도

9월 24일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 모 교수를 향해 같은 추궁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시종 내부 공문의 인원은 잠정 인원으로 그 정도 범위에서 발급한다는 뜻이며, 인원과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검찰은 끊임없이 내부 공문에 인원과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느냐고 반복해서 추궁했다. 그러면서 “내부 공문에 수료증 발급자가 121명으로 돼있다”며 지나치듯 말을 하기도 했다. 121명은 2013년 자료를 토대로 2019년 8월 장경욱 교수가 따로 정리해 대학본부에 보고한 내용이었다.

그러자 김 교수는 “공문을 한 번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장은 내부 공문을 다시 확인하도록 했고, 그 결과 김 교수의 주장대로 인원을 특정하지 않은 “약(約) 120명”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착오나 실수가 아니었다. 검찰은 공문에 "약 120명"이라고 적혀 있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부 공문에 121명으로 돼있다”는 말에 김 교수가 무의식적으로 “그렇다”고 답을 했다면, 이를 근거로 또 말이 바뀐다고 물고 늘어질 심산이었다.


#4 ‘중간고사 기간’ vs ‘중간고사 보는 날’

검찰은 김덕환 교수에게 조 군이 인문학 콘서트에 몇 번 출석했는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김 교수는 3~4번 정도라고 답하고, 그 중 정경심 교수와 진중권 교수 강의가 있던 날은 참석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경심 교수의 강의가 있던 2013년 4월 27일에는 한영외고 중간고사라서 출석하지 못했고, 진중권 교수의 강의가 있던 5월 25일에는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석하느라 출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4월 27일 강좌에 대해 “조 군은 그 날 한영외고 중간고사라 서울시 청소년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사유서를 제출했다. 중간고사 때문에 서울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강좌에 참석한 것을 봤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김 교수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물러섰다. 처음 보는 자료에 잠시 당황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제출한 사유서에는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고, 4월 27일에 중간고사를 치른다는 뜻이 아니었다. 당시 한영외고 중간고사는 4월 29일(월)부터 시작이었다.

더구나 4월 27일은 정경심 교수의 부탁으로 강 모 교수가 영주터미널로 가서 조 군을 데려오기도 했었다. 검찰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영외고 중간고사 일정은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고, 강 교수가 정 교수의 강의가 있던 날 터미널로 가서 데리고 왔다는 것은 복수의 증인들이 증언해왔던 터였다.

5월 25일 역시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 청소년참여위 참석과 인문학 프로그램 출석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 발 물러서는 듯했던 김 교수는 증언 말미에 다시 “정 교수와 진 교수의 강의가 있던 날은 조 군이 출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재확인했다.

이 날 재판장은 검찰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거나 다른 질문을 하는 도중 이미 했던 질문을 다시 꺼낼 경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라”거나 “그 정도로 하자”며 여러 차례 검찰의 신문을 제지했다.

검찰은 진실을 밝히는 기관이지 피고인을 때려잡아 기필코 범인으로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이를 일컬어 ‘검찰의 객관의무’라고 한다.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나와 있는 진실도 왜곡하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반복해서 제시해, 증인으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진술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는 일제 강점기 고등계 형사들이나 하던 짓이다.

 

 

[저작권자ⓒ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