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금태섭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08 19: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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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전 의원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 깊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특히 법률가로서 그와 관련해 법적으로 꼭 짚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는데도 (사실은 모를 수 없는데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회피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나는 그게 말도 못하게 한심해 보인다.

 

 

 

어떤 자연인에게 공개적으로 ‘한심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생각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제목을 붙였다.

모욕죄와 관련된 판례에서 ‘한심하다’는 표현은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즉 아무리 써도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 배상을 해야할 위험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법 소지나 법적 책임의 우려가 없다고 해서 함부로 막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떤 표현의 위법성은 단어 하나만 떼어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취지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하므로, 기존의 판례에 의해 ‘한심하다’는 표현이 허용된다고 해서 이 글에서 사용한 ‘한심하다’는 표현이 절대로 위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이 글에서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해 ‘한심하다’는 표현을 쓴 것이 기존의 판례와는 달리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으며, 만약 쟁송이 이루어져 그런 판단이 내려진다면 내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을 마땅히 질 생각이다.  

 

 



표현에 대한 법적 책임은 영향력의 크기에 비례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진 모 씨에 대해 민사소송에 대해 금 전 의원은 "사실 관계가 구체적인 점에서 틀린 비판도 있었지만, 그런 걸 금지하거나 처벌하면 공직자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풍자가 불가능하다”며 “표현의 자유에 가장 앞장섰던 민변 출신 국회의원이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낸다”고 비판했다.

어제(7일)는 소송 당사자인 진 모 씨가 “‘똘마니’ 표현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해 이 소송이 알려졌으므로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었다. 김용민 의원은 금 전 의원의 글에 대해 “진 모는 매우 강력한 스피커를 가진 분으로 합리적 근거도 없이 모욕적인 언행을 사용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금 전 의원은 오늘(8일) 이에 또 글을 올려 “궤변”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 글과 관련해 첫 번째로 한심한 것은 사건이 알려진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김용민 의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이 ‘똘마니’라는 표현에 국한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은 김용민 의원의 “진 모는 강력한 스피커를 가진 분”이라는 지적에 대해 “진 모는 보통 국민이 아니고 특별 국민이라는 건가”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강력한 스피커를 가진 분”이라는 지적은 보통 국민, 특별 국민이라는 있지도 않은 개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발화자가 가진 영향력에 대한 것이다.

어떤 표현이나 주장에 대한 법적 책임은 발화자가 가진 영향력에 비례한다. 같은 얘기라도 어느 변두리 선술집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는 이름 모를 시민이 하는 것과 전직 의원에 현직 변호사면서 5,000명 한도에 육박하는 페이스북 친구를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은 그 파급 효과와 결과에 대한 책임의 크기가 다르다. 보통 국민, 특별 국민의 얘기가 아니다.

따라서 진 모 뿐만 아니라 금 전 의원은, 처음이라면 몰라도 하루가 지나 두 번째 글을 올릴 양이라면 진 모 관련 소송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얘기를 해도 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하는 책임니다. 그런데 여전히 마치 “‘똘만이’로 소송”이라는 진 모의 주장이 소송의 전부인 양 얘기하고 있다. 

 

 



소송의 핵심은 모욕적 표현 아닌 허위 사실의 주장

이 소송의 핵심은 ‘똘마니’가 아니다. 진 모는 6월 22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아래와 같이 얘기하고 있다.

“누가 조국 똘마니 아니랄까 봐. 사상최악의 국회의원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김용민 의원)랑 김남국은 절대 국회에 들여놓으면 안 된다고 했던 겁니다. 지금 상황이 무척 다급한가 봐요. 아무래도 라임사태가 심상치 않은 모양입니다. 연결고리가 체포되니, 발악을 하듯이 과잉반응을 하네요.”

김용민 의원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 전체 부분이다. 진 모는 김 의원이 라임사태에 연루된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조국 똘마니’는 그냥 단순히 폄하의 의미를 담은 표현이 아니라 라임사태와 연루된 어떤 계선의 수하로서의 의미를 담은 모욕적인 표현인 것이다. 만약 진 모가 맥락도 없이 ‘조국 똘마니’라는 표현을 썼다면 기분은 나빠도 “내가 왜 조국 똘마니냐”며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금 전 의원에게 그냥 ‘한심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법적으로 면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만약 금 전 의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자가 검찰의 사주를 받아 조국 때리기에 앞장서다니 한심하기는 ㅉㅉㅉ... 혹시 뒷돈이라도 받은 거 아냐?”라고 글을 올렸다면 이는 중벌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는 금 전 의원이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숭상하고, 정치인으로서 일반인에 대한 법적 조치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무한히 너그러운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사안이다. 사회 정의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형사보다는 민사’... 표현 관련 법적 다툼의 지향

그 다음 한심한 것이 “모욕죄로 고소할 수도 있을 사안을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김용민 의원의 언급을 “민사소송이라 괜찮다는 주장”이라고 왜곡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금 전 의원은 “민사소송 당하면 변호사 선임하든지 직접 답변서 써야하고 재판도 받아야 한다. 그게 부담되어서 다들 입을 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마도 피고의 입장에서는 형사보다 민사가 훨씬 더 귀찮고 버겁고 괴롭다는 얘기인 것 같다.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김 의원이 얘기한 “모욕죄 고소보다 민사소송”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와 관련된 얘기다. 김 의원은 친절하게 “언론개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논의되는 맥락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여 그 뜻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이에 연동하여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논의는 더욱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률가로서 ‘표현의 자유’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어떻게 김 의원의 “형사가 아닌 민사”라는 언급에 대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더 괴롭히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면서, 더 나아가 노동자에 대한 재벌의 손해배상 소송과 연결할 수가 있나.

금 전 의원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 깊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특히 법률가로서 그와 관련해 법적으로 꼭 짚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는데도 (사실은 모를 수 없는데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회피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나는 그게 말도 못하게 한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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