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민통제 원칙 일깨운 윤석열의 망언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2 22: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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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통제의 원칙을 거부하는 검찰지상주의자들의 망동을 제어하고 검찰을 국민에 봉사하는 권력기관으로 바로 세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역으로 문민통제의 원칙을 더욱 강화하여 그 가치를 더욱 뚜렷하게 하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22일 국감에서의 발언은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검찰지상주의자의 자기 고백이었다.

윤 총장은 최초 “법리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라고 발언했다가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을 근거로 한 여당 의원들의 추궁에 “법 상으로 지휘·감독을 받는 관계”라며 자가당착적인 변명을 이어갔다. 법 상으로 지휘·감독을 받는 관계라면 법리상으로도 부하의 위치다.

법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상관과 부하 이외의 다른 관계가 있을 수 없다. 

 

 

동시에 공존하는 문민통제와 검찰 독립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는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와 수사에 대한 검찰의 독립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동시에 적용되어야 한다.

검찰권은 국민의 인신과 재산에 대한 형벌을 소추하는 가장 무거운 국가권력으로서 반드시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력의 영향과 압력을 받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는 것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다. 이 조항은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면서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하게 되어 있다.

법무부장관이 “모든 사건에 대해 모든 검사를 지휘·감독”하지 않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한 것은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에 대한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예외적인 상황으로 최소화하면서도, 한편으로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규정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예외적으로 검찰에, 예를 들면 서울지검 일이라든가 광주지검 일 같은 데 대해서 장관이 어떤 입장과 의견을 낼 필요가 있을 때는 총장을 통해서 하라는 것“이라고 부연, 검찰청법 8조에 규정된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지휘·감독의 내용이 아닌 의견 표명 정도의 수준으로 격하해 해석하고 있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으로, 수사지휘권이 제한적으로 담보하고 있는 최소한의 문민통제 원칙을 부정한 것이다. 

 

 

법무부 지휘감독 인정않는 윤석열

윤 총장은 결정적으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라면 검찰총장을 둘 필요도 없고, 대검찰청이라는 방대한 시설과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고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전국 검찰을 총괄하는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가 정치인의 지위로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정치인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문민통제보다도 더 상위의 원칙인 ‘선출된 권력에 의한 국가권력의 민주적 통제 원리’마저도 부정하는 것이다. 즉 윤석열은 검찰이라는 조직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별개의 권력이라는 검찰지상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대변하고 있다.

검찰의 역사는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철저하게 정치권력에 추종하고 복종하다가,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예의 검찰의 독립을 내세우며 정권에 맞서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는 검사에 대한 인사권마저도 검찰총장에게 넘기라는 요구까지 내세웠다.

검찰지상주의자들은 그들이 국가의 중심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때로 정권에 복종하면서 내부의 권력을 키우고, 때로 정권에 맞서거나 재벌과 같은 거대권력을 단죄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켜왔다. 이에 따라 국민 일반에게도 검찰을 가장 시급한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할 존재로 보는 이중적인 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문민통제 확립으로 검찰지상주의 분쇄해야

검찰권의 남용, 선별 수사와 선별 기소, 검사 범죄 은폐, 학연·지연·근무연으로 얽힌 파벌, 범죄적인 전관예우 등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검찰의 문제들은 모두 국민이 선출한 권력으로부터의 통제에서 벗어나 별도의 권력으로 존재하려는 검찰지상주의적 사고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문민통제의 원칙을 거부하는 검찰지상주의자들의 망동을 제어하고 검찰을 국민에 봉사하는 권력기관으로 바로 세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역으로 문민통제의 원칙을 더욱 강화하여 그 가치를 더욱 뚜렷하게 하는 것이다.

문민통제 원칙을 부정하는 윤석열의 망언으로 하루 종일 뒤숭숭했던 22일, 법무부가 대검 감찰부로 하여금 검사비위 보고 누락 의혹과 수사 대상자에 따라 보고와 수사가 다르게 진행됐다는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하다.

검찰이 권력에 예속되지 않게 하되, 민주적 통제와 문민통제의 원칙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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