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방 보도의 두 가지 관점, MBC와 KBS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6 09: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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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보도와 중립 보도, 어느 것이 중요한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관련된 일본 정부와 언론의 행동에 대한 진실 공방이 24, 25일 이틀 동안 치열하게 벌어졌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유예 조치 발표 이후 일본의 허위와 왜곡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은 최초에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한 부인 보도가 있었고, 오후에는 스가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직접 부인했다.


이런 과정을 보도하는 MBC와 KBS의 관점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MBC는 ‘진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린 태에서 그것을 바탕으로 보도하고 있고, KBS는 소위 ‘중립적’으로 쌍방의 주장을 매우 ‘공평하게’ 보도하고 있다.


우선 MBC 보도를 보자.



<日 거듭된 '딴소리'…"정부로선 사과한 적 없고…">


"일본의 사과를 받았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정부로서 사과한 적은 없다"는 억지스러운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억지 주장이 지난주 한일 양측의 합의 발표 때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일본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 고현승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일본 정부는 한국에 사과한 적 없다며 공식 부인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어쨌든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은 없습니다."


지소미아 유예와 수출규제가 무관하다는 입장도 되풀이했습니다. 이런 억지 주장은 지난 22일 발표 때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오후 6시에 동시 발표하자는 합의를 깨고 7분 늦게 발표했는데, 내용 합의도 어겼습니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최종 통보하자 일본이 수출규제 협의를 하자고 제의했는데, 일본은 이를 거꾸로 뒤집어 '한국이 먼저 협의를 제의했다'고 왜곡 발표했습니다.


[이다 요이치/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경산성(22일)]


"한국측으로부터 외교 루트를 통해 WTO 프로세스를 중단한다는 통보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또 한국 수출관리제도 운용도 확인해 수출규제 해소 방안을 마련하자고 합의해놓고선 이를 비틀어 '한국이 수출관리를 개선하려는 의욕을 보여서 협의한다'며 다른 말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은 '한국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 개별심사 허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조율 내용에도 없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까지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사과한 것까지 부인하면서도 정작 아베 총리를 향해 '지도자로서 양심을 갖고 하는 말이냐'는 청와대의 강도높은 비판에는 아직까지 반박도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같은 태도는 일본 내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정부 예산을 쓰는 행사인 '벚꽃보기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논란으로 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데, 위기 때마다 '한국 때리기'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에 강경한 입장, 외교 승리를 과시함으로써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략)


제목부터 ‘일본의 딴소리’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리드에서 ‘억지스러운 입장’과 ‘억지 주장’으로 완전하게 규정하고, 이 배경에 일본 국내 정치적 상황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사의 주제가 된 스가 관방장관의 ‘사과 부인’과 ‘지소미아 유예와 수출규제의 무관함’ 언급을 소개한 뒤 22일 발표 당시 합의를 깨고 7분 늦게 발표하고 내용 합의도 어기고, ‘한국이 먼저 협의를 제의했다’고 왜곡 발표했으며, ‘한국이 수출관리를 개선하려는 의욕을 보여서 협의한다’며 다른 말을 했다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합의를 깨고’, ‘합의도 어기고’, ‘왜곡 발표’했으며, ‘다른 말을 했다’는 식의 가치 판단이 분명한 표현을 연이어 사용했다. 또한 “일본은 사과한 것까지 부인하면서도 정작 아베 총리를 향해 '지도자로서 양심을 갖고 하는 말이냐'는 청와대의 강도높은 비판에는 아직까지 반박도 못하고 있다”며 일본의 궁색한 태도를 명확하게 지적했다.


또한 “위기 때마다 '한국 때리기'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에 강경한 입장, 외교 승리를 과시함으로써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일본의 비정상적인 태도가 정치적 배경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소위 진실 공방에 있어서 누가 옳은 말을 하고 있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에 대한 판단을 분명하게 내린 뒤에 이를 바탕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KBS의 보도를 살펴보자.


<완전히 딴소리 하는 한국과 일본…핵심 쟁점 살펴보니>


11월 22일 오후 6시.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종료 결정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발표 내용과 뉘앙스가 조금 달랐습니다. 이후 이 결정에 대한 한일의 평가는 완전히 정반대였습니다. 일본은 일본 외교의 완벽한 승리라고 평가했고 한국은 한국의 판정승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더 나아가 일본이 합의 내용을 왜곡해서 발표했다면서, 이를 일본에 공식 항의했고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냈다고 밝혔습니다. 23일 나고야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항의가 전달됐다면서 일본은 "한일 간 합의 내용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하루 만인 오늘(25일) 일본 정부는 사과한 사실이 없다고 맞받았습니다.


(중략)


한일 양국의 이런 입장 차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이 충실한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기보다는, 미국의 유례없는 압박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급하게 합의를 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한국과 일본의 중간에 서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중립적이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다. 제목부터 ‘공평하게’ “한국과 일본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표현이나 분량에 있어 대단히 정교한 대칭 구도를 그려놓고 보도를 하고 있다.


진실 공방의 배경에 있어서도 KBS는 한국과 일본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KBS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제3국 보도기관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딱 중간에 서서 중립적으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남의 일’처럼 보도할 일인가?


진실 공방에 있어서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이런 입장에 서는 것이 옳다. 또한 진실 여부와는 별도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거나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보도의 중요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인 KBS의 시청자들에게 한일간 공방의 진실이 중요한가,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서로 다른 말을 하며 대립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가? 또한 이것이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을 만큼 당연한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KBS의 시청자에게는 일본과의 대립 상황에서 누구의 말이 옳은가가 가장 중요한 관심 사안이다. 또한 명확하게 판명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도 공방에 임하는 태도와 제시하는 사실의 질과 양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은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KBS의 입장에서 누가 옳은 말을 하고 있는지 판정을 내리기 싫다면 최소한 한국이 당당한 자세로 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하며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고, 일본은 뚜렷한 사실 제시 없이 불명확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정도라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시청자들은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그것이야 말로 국민들이 정확히 전달받아야 할 ‘알 권리’의 대상에 해당한다.


KBS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라고 해서 오로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혹은 국익의 관점에서 보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 간의 공방 보도에 있어 KBS는 ‘진실’에 대해서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사안에 있어 딱 중간에 서서 중립적으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남의 일’처럼 보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오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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