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검찰 하명 취재’에 여념이 없으신 기레기님들께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9 08: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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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여러분들. 오늘도 검찰의 하명(下命)을 받아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수사를 ‘하명 수사’로 몰아세우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청와대가 경찰로 첩보를 넘긴 것이 ‘하명’이라면, 검찰이 빨대를 통해 여러분들게 정보를 넘기는 것도 ‘하명’이라고 봐야겠죠? 제가 ‘하명 취재’라는 말을 썼다고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청와대가 경찰에 관련 첩보를 보낸 것이 통상적 업무냐 하명이냐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경찰, 그리고 수사 주체였던 황운하 전 울산청장의 진술이 대개 일치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 여러분의 상사인 검찰과 검찰의 수하인 기레기 여러분들의 주장이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백원우 전 비서관/New1
백원우 전 비서관/New1


靑 “첩보는 우편을 통한 투서”… 기레기들 못 들은 척


그런데 여러분이나 검찰이나 단순히 첩보를 전달한 행위만 가지고 ‘하명’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좀 모자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과 최소한의 지능은 남아 있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렇죠. 그게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하명이라는 걸 입증하려면 관련자들의 머리 속을 뒤져봐야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좀 어렵겠죠. 그래서 여러분들은 백원우 당시 비서관이 통상적으로 첩보를 입수해서 전달한 게 아니라 첩보를 만드는 것부터 관여를 한 것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시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의 상사인 검찰도 그러고 있겠죠?


이 부분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김 전 시장 첩보는 우편으로 접수됐다"며 "백 전 비서관이 만든 게 아니라 우편으로 온 것을 그대로 (감찰 담당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했습니다.


혹시 청와대가 이 얘기를 오마이뉴스에만 해줬나 했는데 같은 내용을 SBS도 보도를 했더군요. 그리고 서울신문도 슬쩍 흘리듯 “우편으로 온 ‘익명의 투서’ 형태로 접수됐다는 입장”이라는 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다른 기레기 여러분도 똑같이 이 설명을 전해 들으셨을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이 세 매체 말고는 죄다 묵살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야겠죠. ‘하명’이라고 주장하려면 이 첩보가 ‘우편으로 온 투서’의 형태여서는 곤란하겠죠. 그러니 못 들은 척 하는 걸 겁니다. 이해합니다. 여러분은 ‘진실’이나 ‘사실’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시니까요. 오히려 ‘진실’이나 ‘사실’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주 귀찮고 거추장스러우실 겁니다.



“백원우가 첩보 생산” 주장하고 싶은 검찰과 기레기


그래서 여러분은 어떻게든 ‘하명 수사’로 몰고 싶은 여러분의 상사인 검찰의 뜻을 받들어 마치 백원우 비서관이 직접 첩보를 생산했거나, 첩보 수집 단계부터 ‘하명’에 의한 것인 듯하게 열심히 냄새를 만들어서 부채질을 하고 계시더군요.


동아일보는 “백원우 당시 비서관이 5,6명 가량의 별도 팀을 운영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 외에 감찰 성격의 업무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누군가의 증언을 전하고 있구요, 또 같은 기사에서 “지역 사정이 소상히 기재된 점, 보고서 표현과 작성 방식을 감안하면 수사기관 종사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쓰고 있군요.


저도 이 기사를 쓴 김정훈 외 2인의 기레기님들의 지능이 수준 이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백원우 전 비서관이 직접 감찰팀을 운영하면서 관련 첩보를 수집했거나, 아니면 더 간 크게 경찰을 시켜서 “김기현의 뒤를 파보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냄새를 풍기려는 해당 기레기님들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상사인 검찰은 여러분만 보면 참 뿌듯하겠어요. 근거를 댈 수 없으면 이렇게 냄새를 피우는 짓이라도 서슴지 않고 해대니까요.



관계없는 것 엮어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청와대, 백 전 비서관, 경찰, 황운하 대전청장의 진술과 여러분의 상사인 검찰이 빨대를 통해 여러분께 흘려준 하명의 내용이 뭔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고 계시더군요.


SBS 김정윤 기레기님께서는 “박 비서관은 검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문건만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직접 건네받았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첩보와 섞이지 않고 오직 김 전 시장 관련 문건만 별도로 전달받았다는 겁니다. 울산시장 관련 사건만 특정해서 전달한 건 아닐 것이라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해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하셨더라구요.


백원우 전 비서관이 한 “울산사건만을 특정하여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말은 민정비서관실이 어떤 형태로든 입수하게 되는 여러 첩보를 통상적으로 전달했다는 얘기지, “울산사건 첩보를 반부패비서관실에 넘길 때 다른 첩보들과 함께 묶어서 넘겼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제 생각이 틀린 건가요?


그리고 조선일보의 이동휘 기레기님도 똑같은 내용으로 보도했습니다. 어떻게 “여러 첩보를 통상적으로 전달했다”는 말과 “김기현 첩보는 다른 것과 섞이지 않고 직접 전달받았다”는 얘기가 “차이가 나는 설명”이 되는 것이죠? 제가 볼 때는 아무 관계도 없는 얘기처럼 보이는데 말이죠.


TV조선은 앵커 멘트로 “청와대도 황청장도 '하명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나서 “단순히 경로만 보면 그렇습니다만 문건의 형식과 내용 전달 방법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지 유심히 봤습니다.


그런데 TV조선의 보도 내용은 보기 드물게 충실한 것이었습니다. 해당 첩보가 전달될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관, A 행정관이 직접 첩보를 들고 특수수사과장을 방문해 노란 행정 대봉투에 봉인된 상태였다”고 얘기해서 뭔가 심각한 느낌을 주려고 그러나 싶었는데 바로 “통상적으로 청와대 첩보가 전달되는 절차”라는 설명을 바로 붙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첩보가 울산지방경찰청으로 이첩된 건 연말인 12월 28일입니다. 청와대로부터 첩보를 전달받은 뒤 경찰청이 한 달 넘게 사건을 쥐고 있었다”고 해놓고 "당시 큰 사건이 많아 사건을 유보하고 나중에 판단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는 해명을 또 바로 붙여놨습니다.


“문건의 형식과 내용 전달 방법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고 한 게 도대체 뭘 가지고 한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시청자로 하여금 자세한 내용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청와대의 해명이) 얘기가 다르다”는 것만 기억해서 널리 퍼뜨려주기를 바라고 한 건 아닐까요?



‘별건 수사’를 따라 하는 ‘별건 취재'


그리고 중앙일보의 김민상 기레기님은 상사의 특기인 ‘별건 수사’를 이어받아 ‘별건 취재’를 열심히 해놓으셨던데요. 송철호 시장의 사위인 김 모 검사가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들어갔다느니, 송 시장이 2012년 민주통합당 소속 후보로 울산 중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을 당시 조 전 장관이 선거대책 본부장을 맡았다느니 두 분의 관계가 원래 가까웠다는 것을 강조를 해놨더군요.


뭐, 그것까지는 기레기님들의 습성으로 볼 때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기가 막히는 것은 이 부분입니다. 야당 관계자가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을 지휘하면서 현직 검사들은 대체로 멀리했는데 송 시장의 사위인 현직 검사를 최측근에 앉힌 것을 보면 둘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가늠이 간다”고 했다는 말을 인용했더군요.


그런데 그 바로 위에는 송 시장의 사위인 검사가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다 올해 2월 법무부 기획검사실로 발령이 났다”고 써놓았어요. 이게 “조 전 장관이 송 시장 사위를 최측근에 앉힌 것”으로 볼 수 있나요?


사실은 기레기 여러분들의 ‘하명 취재’ 활약이 너무나 눈부셔서 쓸 얘기가 더 많은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상사인 검찰의 뜻을 받들어 ‘하명 취재’에 열심히 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생들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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