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김기현 측근 비리, 검찰이 먼저 내사해놓고 '청와대 하명 수사'?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19-12-01 07: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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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 사실 숨기고 의미 축소하는 검찰
황 청장은 '덮어주기 수사' 특검 요구 중
황운하 대전경찰청장/News1
황운하 대전경찰청장/News1


"'청와대 하명 논란' 김기현 내사, 검찰이 먼저했다"


28일 저녁 부산일보의 단독기사다. 경찰이 김기현 수사에 나서기보다 이전에, 검찰이 먼저 내사에 나섰었단다. 조국 전장관과 청와대, 경찰까지 무차별 난도질해온 검찰과 언론들의 지금까지 행태들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사실이다.


"검찰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촉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사건을 경찰에 앞서 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경찰이 청와대 첩보를 하달받아 단독 수사했다는 의혹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검찰과 경찰이 지방선거를 수개월 앞둔 시점에 시차를 두고 같은 사건을 수사했다는 얘기다"




"경찰이 수색 자료를 토대로 울산시 주무부서 등을 조사하다가 시청 직원으로부터 “검찰이 이미 조사한 내용인데, 경찰이 왜 또 조사하느냐”는 항의성 질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 관련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한발 앞서 같은 사건을 조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검찰에 사건 관련 기록을 열람 또는 복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경찰에 “내사 중인 사건이어서 사건 기록을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다수의 경찰 관계자가 동일한 진술을 하고 있다."


이 단독보도는 지금까지의 김기현 '하명수사' 이슈의 판을 뒤집어놓는 민감한 내용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청와대-경찰로만 엮어놓고 조국 전 장관이 키인 권력형 비리인 것처럼 몰아왔는데, 사실은 김기현 수사에 경찰보다 먼저 검찰이 등장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 스스로도 관여되어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이 단독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철저히 숨기고 청와대와 경찰을 양손에 쥐고 철퇴를 휘두르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어처구니가 없는일이다. 경찰 수사가 문제라면 검찰 내사도 역시 문제였을 수 있고, 검찰 내사가 문제 없는 거라면 경찰 수사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검찰은 지금껏 김기현 내사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검찰은 만 하루가 지난 29일 오후 늦게 해명성 발표에 나섰다.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내사를 벌였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내사를 벌였던 곳은 '울산지검'이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김 전 시장 비서실장 사건 관련 진정이 2017년 11월 접수돼 처리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넓은 의미에서 내사라고 할 수 있다"고 29일 밝혔다"




공식 해명도 아니고 익명의 "울산지검 관계자"가 '슬쩍' 흘린 이 기사에는, 지금까지 검찰이 몰아왔던 방향에서 시각을 바꿔보아야만 하는 의미심장한 단서들이 여럿 있다.


"진정은 비서실장의 직권남용으로 피해를 봤다며 레미콘업체 측이 제기했다"
"검찰에 진정이 들어와 내사한 시기는 청와대가 관련 첩보 문건을 경찰청으로 보낸 때와 비슷"
"진정 내용은 비서실장 A씨가 울산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울산지검이 내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레미콘업체"의 진정이었다는 것은, 청와대 역시 같은 "레미콘업체"의 진정을 받고 경찰에 이첩했다는 강력한 정황이다. 시기도 거의 비슷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같은 내용을 보도한 KBS에서는 해당 레미콘업체 관계자를 찾아 인터뷰를 했는데, 대검찰청 외에 '여러군데' 했다고 발언했다. 이쯤 되면, 이 레미콘업체는 당연히 청와대에도 진정을 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다.


"우리가 이렇게 진정을 여러 군데 해놓으니까 움직이구나, 아 그 때 당시에 제 기억에도 그래요."


즉 레미콘업체 관계자가 청와대와 대검찰청 등에 같은 내용의 진정을 동시에 냈고, 대검찰청은 울산지검에 직접 하달하면서 내사가 먼저 시작되었고, 청와대에 접수된 진정은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서로 전달되면서 경찰의 수사 착수가 검찰 내사보다 늦어진 것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News1
김기현 전 울산시장/News1


이쯤 되면 야당인사에 대한 표적감찰 냄새를 풍기려는 검찰의 속내와는 정반대로,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이었을 가능성이 커보이게 된다.


덧붙여, 다수 법조팀 기자들이 '청와대는 지자체장에 대한 감찰 권한이 없다'라며 '청와대 감찰'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국민의 진정이 접수되었는데 청와대가 '감찰 대상이 아니다' 라며 접수도 안한 양 깔아뭉개야 한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우리 소관이 아니니 다른 데에 다시 진정하세요' 해야 한다는 말인가? 청와대가 감찰을 한 것이 아니라, 해당 진정을 경찰로 '토스'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내려갔던 '첩보 원본'은, 울산경찰청에서 울산지검으로 송치하면서 검찰로 넘긴 상태이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이 이 사건을 가져갔으므로, 현재 그 '청와대 첩보 원본'은 서울중앙지검에 가 있다.


이 '청와대 첩보 원본'은 최초 대검찰청에 접수됐던 것과 동일한 '레미콘업체측의 진정'일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므로, 검찰은 자신들이 김기현 내사를 했던 경로와 청와대가 경찰에 전달한 첩보의 경로가 동일한 것임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그에 대해 지금껏 철저히 함구하면서 마치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로 별도의 야당인사 감찰이라도 한 것인 양 구린내를 풍겨대고 있는 것이다.


'불법포경 공범 울산지검 고발'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왼쪽), 황현진 공동대표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회원들이 13일 울산지방경찰청 앞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포획 고래고기를 환부한 울산지검은 진실을 밝히라"며 "불법 고래고기를 업자에게 돌려준 울산지검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2017.9.13/뉴스1
'불법포경 공범 울산지검 고발'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왼쪽), 황현진 공동대표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회원들이 13일 울산지방경찰청 앞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포획 고래고기를 환부한 울산지검은 진실을 밝히라"며 "불법 고래고기를 업자에게 돌려준 울산지검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2017.9.13/뉴스1


그런데 "울산지검 관계자"의 발언에서 또 하나 눈에 밟히는 부분이 있다. "넓은 의미에서 내사라고 할 수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내사였다고 인정하기 싫다는 의미로 들리지 않는가. '사실관계 확인' 같은 건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 조직들이나 하는 것이지, 대검찰청에 접수된 진정이 하달되어 조사를 착수한 것은 내사 아니면 공식 수사 둘 중 하나다.


울산지검이 명백한 내사를 해놓고도 내사라고 인정하기 싫어 말을 돌려대는 것은, 일단 검찰이 경찰 수사를 문제삼고 있기 때문에 당시 김기현 내사를 내사라고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과연 그것 뿐일까. 김기현 내사 당시부터 '내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울산지검 관계자의 발언은 얼마든지 그렇게도 해석이 된다. 이것은 곧, 울산지검이 진정을 하달받아 내사를 벌였으면서도 속내로는 불기소 처분을 내리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


실제로 울산지검은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를 뒤엎고 김기현에게 무혐의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김기현을 검찰에 송치한 것은 지난해 5월인데, 울산지검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은 무려 10개월이나 지난 지난 3월이다.


그 사이 울산지검은 수사를 했던 울산경찰청에 세차례의 보완수사 지휘를 내리는데, 진술 외에 증거를 찾아내라, 무혐의로 송치하라는 등 경찰의 송치 의견을 바꾸려고 압박했다. 애초부터 김기현을 무혐의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것이다.


더욱이 현행법상 검찰은 기소권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에 스스로 불기소 처분을 하면 간단한 일임에도, 굳이 기소의견 송치를 한 경찰에 의견을 바꾸라고 압박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불기소를 하면서도 그 책임을 검찰이 아닌 경찰에 미루려고 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것이다. 향후 대검찰청의 감찰 가능성이나 재정신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책임을 미루려 했을 수도 있어보인다.


지방의 판사, 검사들이 토착세력 등과 유착하는 의심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중에서도 지자체장의 경우가 가장 흔하다. 애초 김기현 의혹 자체가 명백한 유죄였음에도 울산지검이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의 비리를 덮어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울산경찰청과 부딛혔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울산경찰청이 제대로 수사해서 기소의견 송치했는데, 울산지검이 결정을 10개월간이나 미루며 울산경찰청에 불기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어거지를 쓰다 결국 스스로 불기소처분으로 덮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것은 당시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11월 27일 오후 대전지방경찰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을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수사했다는 논란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11.27/뉴스1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11월 27일 오후 대전지방경찰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을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수사했다는 논란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11.27/뉴스1


황운하 청장은 현재 김기현 수사 관련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검찰과 경찰 사이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특검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매우 합당한 주장이다. 현재 검찰의 스탠스는, 검경이 책임을 다투는 일인데도 그 결론은 검찰이 내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경찰을 수사함으로써 말이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경기를 하는데 두산 감독이 주심을 맡아도 되는가? 독립적인 특검이 임명되어 이 모든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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