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주의의 비극적 종말

이정필 기자 / 기사승인 : 2019-12-04 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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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이정필) 트럼프 시대가 미국 전통의 보수주의와 공화당의 소멸을 부채질하고 있다. 보수파의 시각에선 어불성설이겠지만 보수주의 정치에 대한 사망선고는 2002년부터 예견됐다. 이념적 노선과 골수 지지자들만을 붙잡는 것으로 정치생명을 연장해온 미국의 공화당이나 TK 기반의 자유한국당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정치는 그 역사를 볼때 한국과 다르다. 시대를 거치면서 변하고 거듭났고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확대되면서 하나의 정치 문화로 발전해왔다. 헌데 현재의 미국 공화당은 20년전부터 이런 전통으로부터 임의탈퇴를 선언했다.


부시에서 오바마 그리고 트럼프까지 정상적인 정권 교체 그리고 상원 및 연방대법원의 보수파 우세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분포가 빠르게 변해온 것도 사실이며 그 변화의 결과는 매번 선거때마다 반영됐다. 내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예정이며 유권자 분포가 대선 결과에 미칠 영향력은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다. 공화당과 보수파들은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게 아니라 알고도 외면해왔다.


2020년 대선과 트럼프대통령 탄핵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념을 초월한 전문가와 학자들이 공화당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 유력 주간지 애틀란틱의 최신 기사 “어떻게 끝장날 것인가”(How America Ends)도 공화당과 보수주의가 그 명을 다했다고 단언한다. 컬럼니스트 요니 애플범박사는 돌이킬 수 없는 공화당 몰락의 명백한 이유와 근거를 짚어내며 이런 결과가 미국 사회에 가져올 심각한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애플범의 우려는 단순한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물리적 파멸까지 등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비춘다. 격변기에 놓인 미국 정치지형의 변화는 최대우방국가인 한국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다. 다음은 멸종위기에 놓인 미국 공화당에 관한 애플범박사의 글을 전문번역한 것이다.




화해하기 어려운 이념의 반목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의 뿌리는 정치적 패배를 받아들이는데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정치인들과 정당이 선거전에서 승패가 갈렸던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때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는 치열한 승부도 있었지만 불구대천의 정적을 만드는 일은 없었다. 패자는 결과를 받아들였고 다음 선거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지지 기반을 넓히면서 정책을 중심으로 실용적 발전의 길을 모색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이런 미국의 전통은 전혀 다르게 변했다.


지난 여름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그의 재선 지지자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급진좌파 정적들은 혐오와 편견과 분노를 갖고 우리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아는 미국을 망치려한다.” 재선에 임하는 현직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원하는게 정치적 파국인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민주당 하원이 대통령 탄핵 조사를 결정한 10월의 어느날 트럼프는 예의 트위터를 날렸다. “탄핵이 아니라 이건 쿠데타다. 유권자들의 권리와 자유, 수정헌법 2조(총기소유의 자유), 종교, 군사, 국경 분리벽, 그리고 하나님이 미국인에게 쥐어준 권리를 박탈하려고 한다.” 이어 “탄핵은 제2의 남북전쟁 일으켜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국가적 분단 사태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지자의 말을 리트윗했다.


지옥의 묵시록에서나 나올법한 트럼프의 언어는 미국이 처한 시대의 방향을 대변한다. 지난 25년 사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갈랐던 정치지형은 그 어느때보다 더 복잡하게 쪼개졌다. 의회만 보더라도 민주당과 공화당을 아우르던 온건중도파(Centrist)들은 사라졌고 그들의 이념적 골은 더욱 깊어졌다.



갈등의 핵, 트럼프의 극단주의


정파적 지형과 이념적 색채가 분화되면서 민주-공화당 사이의 적대감만 커지고 있다. 1960년 민주당과 공화당 성향 각 부모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녀들이 상대편 정당 지지자들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겠다고 응답한게 각각 5%였다. 최근 같은 질문에 대한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 부모는 35%, 민주당 지지 부모는 45%가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결혼을 반대하는 의견은 인종과 종교의 차이에 의한 반대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였다.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은 깊어만 가고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0%만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겠다고 답했다. 양극단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텍사스의 우파나 캘리포니아의 좌파가 똑같이 연방제 탈퇴와 분리독립 주장을 부활시키고 있다.


밴더필트 대학 정치학과의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서로를 기꺼이 말살시키겠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아예 대놓고 상대편 정당 지지자들을 동물로 묘사하고 서로의 인간성을 지적하며 손가락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정점에 트럼프 대통령이있다. 그는 유권자의 두려움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넘어선 안될 선을 넘나들고 있다. 벤터빌트대학의 보고서는 “(정치인들의 비난 성명이) 서로의 인간성을 들먹이는 순간 막말이 시작되고 이는 도덕적 해이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해꼬지 행동 수순으로 넘어간다”는 불량 패턴을 우려한다.


혼란기의 1960년대와 비교해 정치적 폭력사태가 더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 민주당 지지자는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적 발언을 문제삼아 사제폭탄을 들고 폭스 뉴스를 위협하려다 체포됐다. 또 페이스북의 공화당 박멸(Terminate the Republican Party) 그룹의 한 멤버가 공화당 의원을 공격해 부상을 입힌 사건도 있다. 정신이상자로 알려졌지만 끔찍한 사건으로 번질 뻔했다. 한편 버지니아주 샤롯빌에서 열린 보수연합 집회에서 이를 반대하던 한 여자 시위자가 살해됐고 진보세력의 반파시즘 집회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양측의 폭력사태는 서로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극대화시키며 더 큰 싸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혐오와 증오가 팽배해지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포스트 산업화에 따른 생산 업계의 붕괴와 실업 그리고 심화되는 분배 불균형. 게다가 가짜뉴스 유통과 확대재생산의 통로가 되는 소셜 미디어가 손바닥에 있고 대통령은 최악의 선동가를 자처한다.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의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살인할 이유가 있는 것처럼 제각각의 분노가 감지되고 있다.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분포의 변화


그러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바로 인구분포의 변화다. 미국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치를 주도했던 주류 집단이 소수 집단으로 물러나면서 정치적 소수 집단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적 주류집단은 크리스천 백인들이다. 그들의 주도권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미국 기독교인의 50%가 자신들이 종교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다고 여기고 보수파 역시 30%가 보수주의자라서 차별받는다고 주장한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미래의 변화가 더 충격적이다. 전문가들은 25년내로 이민자와 다민족계 인구 증가에 따라 비백인 인구가 미국의 주류로 부상할 것을 예상한다. 이런 인구 변화의 물결은 이미 정치판의 민감한 이슈로 부상했다. 트럼프가 앞장서서 반이민, 유색인종 차별 언어를 퍼부으며 백인들의 반감을 부추키고 그들의 두려움을 강화시켰다. 2016년 백인 노동자계층 유권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역차별이 심각한 문제이며 자가나라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투표율은 반대자들에 비해 두배이상이었다.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의 3분의2가 “2016 대선이 미국의 쇠락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했다. 트럼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확고한 지지층이 절로 생겨났다.


2002년 정치학자 루이 타이세리크와 언론인 존 주디스가 공동집필한 “민주당 시대의 부상”(Emerging Democratic Majority)은 인구분포의 변화를 통해 미국 정치지형의 재구성을 예측했다. 민주당 성향의 여성유권자, 전문직종사자, 청년세대와 소수계의 인구증가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이며 이들은 유권자의 과반이상을 차지하며 “신진보 시대”(new Progressive era)를 열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영원한 소수 정당으로 남게 될 것을 예상했다. 이런 주장은 미국최초의 흑인대통령 오바마가 등장하면서 더욱 힘을 받는듯 했지만 2014년 민주당의 중간선거 참패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빗나간 예측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승리는 꺼져가는 공화당의 마지막 불꽃


인구분포와 정치지형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한 보수파 리서치 전문기는 “민주당 시대의 부상”이 너무 일찍 나왔을 뿐이리고 말한다. 그들은 최근 조사를 통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공화당 지지도가 급속히 침몰하고 있으며 사회문화적 분위기마저 공화당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또 공화당이 구시대적 사고에 안주하는 정당으로 인식되면서 앞으로의 선거에서 승리를 보장할 길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 역시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마치 꺼져가는 촛불이 마지막을 앞두고 활활 타오르듯 쇠락의 길에 놓여있는 공화당이 잠시의 흥행성공을 누릴 뿐이다. 현재 공화당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는 노력조차 않고 있다. 오히려 투표 가능한 유권자의 투표 등록을 제한하고 투표소를 줄이는 등 선거전에서 이길 꼼수만 궁리만 하고 있다. 지난해 위스컨신주 주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53%가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민주당 주의원은 36%의 의석만 가졌다. 펜실베니아주 공화당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획 법안에 반대한 주대법원 판사를 탄핵하려다 실패했다. 트럼프정부는 또 2020년 인구조사에서 이민자들을 빼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투표권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다. 모든 정당 활동은 선거전을 향해 움직인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투표를 막고자하는 정당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초등생도 아는 사실이다.


여성유권자들과 교외거주 중산층 그리고 고학력(대졸)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총기규제다. 1년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공립학교에서의 총기난사사건으로 17명이 죽었다. 이후 올해 현재까지 미시건주 오하이오주 텍사스주 지역에서 학내총기사건이 유행처럼 번졌고 이런 사건에 사용된 총은 자동화기다. 모두가 원하는 총기규제를 공화당과 트럼프는 애써 못본 체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마저 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달라스와 휴스턴 남부보수벨트지역이 공화당을 버렸다.



공화당과 보수주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트럼프


미국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주도권을 쥔 정치세력이 새롭게 부상하는 힘없는 소수계 유권자들을 상대로 때로는 유화적으로 때로는 겁박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양자사이의 협력 관계가 구축됐다.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고집스러운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이슈에 따라 유연성을 갖고 계속해서 변해왔다. 종교나 인종이나 사회계층이 다른 유권자라 해서 각각의 정치적 성향이 하나로 고착된 적이 없었다. 어제의 적이 내일의 협력자가 되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이런 선거결과가 패배한 정당의 몰락을 가져올 만한 일은 아니라는게 전통이였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 공화당의 위기는 또 다른 위기를 파생시킨다. 과거 공화당 보수주의는 진보주의를 상대하는 안정적인 정치이념으로 인정받았고 견고한 위상을 구축했다. 보수주의의 정체성은 굳이 정치공학적 셈법을 따지지 않는데 있다. 포용적이고 유연하고 단순명료한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과 보수주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갔다. 그가 탄핵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지금까지 보여온 자신의 언행은 재선의 실패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실패는 공화당이 직면한 그 모든 정치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것이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구분포의 변화는 그들에게 더 큰 절망으로 닥쳐오고 있으며 그들의 두려움은 결국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상 최대의 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권력을 향유해오던 그룹이 더 이상 그 권력을 가질 수 없을 때 파괴적고 퇴행적인 행동이 따라온 것을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동유럽과 남미 민주주의를 연구한 애덤 프레즈보르스키박사는 민주국가의 생존 비결은 정치판의 모든 세력에게 선거를 통해 승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치적 패배도 멋지게 받아들여야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현재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장악한 정치적 주도세력이지만 미래의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파멸의 기로에 돌아섰다는 패배감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점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우려스러움을 확대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남북전쟁 당시를 돌아보면 정치경제적으로 한때 강력한 주도권을 쥐었던 남부가 유권자 숫자에 밀리면서 더 이상 정치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



남북전쟁, 나치 독일... 그리고 트럼프


트럼프시대 공화당의 몰락은 전혀 다른 정치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 법은 없다. 정치학자 다니엘 지블라트 박사는 그의 최신 논문에서 20세기 역사에서 증명됐지만 민주주의를 염두했던 진보세력이 전체주의적 시도를 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기득권 경험을 가졌던 재벌, 군인, 고위공무원등으로 구성된 보수세력이 코너에 몰렸을 때 그들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며 사회를 파국으로 몰고갔다. 나치독일이 그 대표적이며 남북전쟁이 미국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12년 밋 롬니가 대선에서 패배후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변하지 않으면 정치적 자멸 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공화당이 히스패니계 아시안계 흑인계 인디언계 그리고 여성과 청년세대 유권자를 끌어들여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방안을 담았다. 보고서가 지목한 이 다양한 인종그룹은 2012년 대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75%였다. 반면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한 보수파 저술가 마이클 앤튼은 2016년 대선을 항공기 탑승자들이 테러리스트를 공격했던 것처럼 “공격이 아니면 죽음”이라며 공화당을 독려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공화당 지지기반은 88년부터 계속 무너져왔고 우리의 적수는 너무 커졌다. 제3세계 이민자 유입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헤어나올 길이 없다”며 오히려 반이민정책을 지지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 상충된 두가지 비젼을 갖고 고민했다. 인구분포 변화에 따라 다인종 포용정책과 함께 새로운 가치관 개발. 다른 하나는 대선에서의 과반수 득표가 가능한 조직개편. 그러나 둘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앤턴의 보고서는 다인종문화가 미국을 위협한다는 전제로 공화당의 정책을 만들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에게 공화당의 지지층 확대전략은 스스로 굴욕적인 백기투항이나 다름 없었다. 공화당이 선거에 진다는 의미는 다수 국민들의 저항과 반대에 처형당한 것으로 이해했다.


트럼프 임기가 끝난다해도 공화당의 상황은 달라질 게 없다. 2013년부터 생각있는 공화당 고위층은 다인종 포용정책을 서두르자고 했지만 트럼프 시대는 그 반대로 크리스천 백인계를 겨냥한 반이민정책의 국수노선을 고집했다.



미국 보수주의의 종말... 트럼프가 떠난다고 해도 달라질 것 없어


보수주의는 미국정치사의 유산이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위대한 문화의 한 축이었다. 시대마다 이민자 물결이 있었고 이민자들은 미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받아들이면서 미국의 전통을 함께 세웠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대계 카돌릭계 이슬람계 이민자들과 지도자들은 대결을 하다가도 이해의 광장으로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냈다. 농부와 노동자들은 미국식 가치를 지지하며 자본주의를 발전시켰고 새로 도착하는 이민자들은 계속해서 미국의 평등주의를 지지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오늘의 미국을 이끌었다.


이민자 문화가 미국식 이상주의를 포용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미국의 전통 엘리트들은 계층갈등 없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미국을 주도하는 문화는 계속해서 새롭게 변했고 그 영역을 확대시켰다. 최초 미국의 주도세력은 백인 프로테스턴트 영국계였다. 철천지 원수같았던 웨일즈와 스코트랜드 출신 이민자도 있었지만 그들의 적대관계는 미국문화속에서 빠르게 증발해버렸다. 이후 유대계와 아일랜드계 이탈리아계의 이민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백인들과 이민자들은 기회의 땅에서 스스로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당시 교회가 앞장서서 서로 다른 종교를 포용하기 시작했고 크리스천의 부흥을 가져오기도 했다. 기존 다수파는 서로 다른 소수문화를 이해하는 것으로 새로운 다수파로 탈바꿈했고 이런 피동적 적응 태세는 미주류사회의 강점으로 부각됐다. 그리고 그 가운데 공화당이 있었다.


여권신장을 위한 투쟁가나 흑인을 대변한 인권운동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게이 시장이 워싱턴의 링컨기념관에서 모두 한결같이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인용했다. 미국은 매우 강한 급진적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며 미국의 발전과 성공 뒤에는 건국이념을 걷어차는게 아니라 포용해서 발전시키자는 보수주의자들이 버텨줬다. 오늘에도 그런 보수주의자들이 존재하며 트럼프 시대를 보면서 그들이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보수파 내의 이념 전쟁은 내년의 대선결과보다 더 중요하다. 종말이냐 새롭게 거듭냐느다가 달린 사활의 문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공존하는 미국 역사의 순항 속에서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다해도 상처입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를 남탓으로 돌리려는 보수주의자들이 존재하는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계속해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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