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근 칼럼] 고용참사는 없었다

최성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12-17 0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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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은 변화한 게 없고 올해도 최저임금은 두 자릿수 인상됐는데 오히려 취업자 수는 30만 명 이상 꾸준히 증가했고, 고용지표는 역대급으로 좋아졌다면 언론들이 주장한 소득주도성장에 의한 고용참사는 분명 왜곡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2018년 8월 18일 조선일보 1면
2018년 8월 18일 조선일보 1면


지난해 그리고 최근까지도 각 언론의 경제면을 장악하다시피 해왔던 표현 중의 하나는 바로 ‘고용참사’일 것이다. 정확히 용어도 정의되지 않은 채 그저 실업자가 넘쳐나 고용시장이 참사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극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신문, 방송, 그리고 포털에까지 범람하면서 어느새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우리 고용상황이 정말 나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고용지표가 역대 최고 수준인 최근까지도 고용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론들이 말하는 대로 우리 경제에 과연 고용참사는 일어났을까?



2018년, 양호했던 실업률 역대최고 고용률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용참사는 없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고용 상황을 평가하는 지표는 실업률이 기본이다. 실업률과 함께 고용의 양적지표로서 고용률이라는 지표를 함께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언론들이 고용참사라면서 난리를 쳤던 2018년 실업률은 3.8%로 OECD 평균치인 5.3%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2018년 OECD 실업률
2018년 OECD 실업률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호조라는 미국조차도 당시 실업률은 3.9%로 우리보다 높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고용참사라고 말한다면 최소한 미국도 고용참사라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언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미국 경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 한국 경제는 온통 망한 것처럼 보도했다.


고용률을 보더라도 2018년 기준 우리 고용률은 66.6%로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이었으며, 고용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군인, 학생, 주부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아 고용률 수준 자체가 OECD 평균치보다 낮다. 그러나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 이전 해와 동일한 수준임에도 갑자기 고용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2018년 고용률 역대 최고치
2018년 고용률 역대 최고치

당시 언론들이 주목했던 고용참사의 근거는 전년대비 신규취업자수가 급감했다는 것인데, 이 는 고용지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발생한 오류에 가깝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규취업자 수라는 것은 해당 시기에 통계 조사 상 ‘취업 상태’에 있는 취업자 숫자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 혹은 줄었는지를 비교한 지표다.


2017년 기준으로 연간 총 취업자 수는 2672만5천명으로 전년대비 31만 6천명 증가했다. 그런데 2018년도 들어서자 2월 기준으로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10만4천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자 각 언론에서는 고용참사라면서 당시 크게 인상된 최저임금과 연계하여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기사를 어마어마하게 쏟아냈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여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서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취업 수가 전년 대비 10만여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논리다. 게다가 7월로 가면서 신규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5천명, 8월에 3천명으로 줄어들자 급기야 고용참사라는 용어를 거의 모든 언론에서 헤드라인으로 뽑아내면서 고용시장에 엄청난 충격과 위기가 불어닥친 것처럼 보도했다.



2018년 9월 13일 중앙일보 1면
2018년 9월 13일 중앙일보 1면

이와 더불어 연초 공무원 시험이나 대학졸업자들이 몰리면서 계절적으로 실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업자수가 100만 명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도 함께 보도됐다. 그러나 실업자라는 것은 정의상 공무원 시험을 포함해 구직 활동이 활발하게 되면 급증하게 된다. 하지만 언론에서 고용참사라면서 앞뒤 설명하나 없이 그저 실업자가 100만 명이라는 숫자와 함께 고용참사라는 일방적인 주장만 쏟아냈다.


그러나 실업자 수가 평균 100만 명대를 돌파한 것은 이미 2016년부터 나타난 현상이며 2018년엔 전년 대비 실업자가 겨우 5만 명 늘어났을 뿐이다. 신규취업자 수는 증가한 숫자를 따지고, 실업자는 총인원 수를 사용하는 데서 발생한 오류다.



인구효과ㆍ사드사태ㆍ과도한 건설경기 부양


그럼에도 2018년에 신규취업자 수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배경은 바로 인구 효과이다. 2018년 15~64세에 해당하는 소위 생산가능 인구는 역대 처음으로 전년대비 6만 4천명 감소했다. 통상 15만 명 정도 늘었던 생산가능인구가 이렇게 급격히 감소하게 되면 취업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규취업자와 생산가능인구
신규취업자와 생산가능인구. 2018년은 생산가능인구가 6.3% 감소했지만 취업자는 9.7% 증가했다.

게다가 2018년 법정 퇴직연령에 달한 60세 이상 인구는 전년대비 무려 53만 2천명 증가했다. 이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59세 연령층이 60대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59세였던 취업자와 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가 60세로 분류되는 것이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용률은 2018년 기준으로 31.4%로 생산가능인구의 고용률 67%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이는 60세로 편입되는 53만여 명 가운데 67%였던 취업자 수(약 35만 명)의 절반 이상이 취업자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사드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자영업 업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은 사드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6년 한해 방문객만 거의 600만 명에 육박하면서 국내 여행업계는 물론 자영업도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다가 사드 보복조치 이후 중국 관광객은 2017년에는 그 절반도 채 안 되는 28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자 관광객 급감을 예상치 못한 자영업자들이 2017년 이후 불황을 맞이하였고, 이듬해 2018년부터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한쪽에서는 자영업자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하다고 지적하면서 한쪽에서는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다 죽는다는 웃지 못 할 기사들이 넘쳐나기도 했다.



2018년 3월 18일 MBC 보도
2018년 3월 18일 MBC 보도

세 번째로 과도하게 부양된 건설 경기 조정에 따른 후유증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소위 ‘빚내서 집사라’며 부동산 및 대출 규제를 풀고 기준금리까지 급격히 인하하면서 결국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광풍을 불러왔다. 그 결과 죽어가던 건설업 경기가 전체 경제성장률의 50% 가까운 기여도 나타내면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었지만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은 대부분 부동산 자금으로 쏠리게 됐고, 그 결과 가계 부채는 1500조원을 넘어서 연간 GDP와 맞먹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결국 현 정부 들어서 광풍같던 부동산 투기를 바로잡고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 및 건설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게 됐다. 문제는 건설업이 여타 제조업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이다 보니 주택 경기 하락과 함께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상황이 이전에 비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2018년 초반 성동조선과 GM 대우 군산공장 등 대형 제조업 사업장의 구조조정 및 폐업의 영향으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면서 앞서 지적한 건설업과 함께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매일경제 2018년 8월24일자 3면
매일경제 2018년 8월24일자 3면

"소득주도성장에 의한 고용참사" 명백한 왜곡 주장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들이 배경에서 작용했음에도 언론보도는 오직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고용시장을 악화시켰다는 마녀사냥에 가까운 기사들을 마구 쏟아냈다. 또한 엄밀히 말해 전년대비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줄어든 것이지 총 취업자수는 10만여 명 늘어나면서 증가추세는 유지됐고, 고용률과 실업률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결정적으로 만약 지난해 고용참사라는 보도가 옳았다라고 한다면 정부의 기조가 유지되는 올해에도 취업자수 증가는 부진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최근 고용지표를 보면 취업자수는 2751만 5천명으로 전년 대비 33만 1천명 증가했고, 고용률은 67.4%, 실업률은 3.1%, 청년실업률은 7.0%로 거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 정책은 변화한 게 없고 올해도 최저임금은 두 자릿수 인상됐는데 오히려 취업자 수는 30만 명 이상 꾸준히 증가했고, 고용지표는 역대급으로 좋아졌다면 언론들이 주장한 소득주도성장에 의한 고용참사는 분명 왜곡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2019년 12월 17일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2019년 12월 17일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취업자 수 증가 지표는 기저효과라던지 인구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올해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한 만큼 내년에는 그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구 추계상 2020년에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예상을 고려하면 총 취업자 수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취업자 수 증가가 부진하다고 그것이 곧바로 고용 부진이나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더욱이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자와 퇴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크게 증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이러한 표면적인 수치만을 갖고 작년에 그러했던 것처럼 고용참사라는 표현을 내년 총선 시기를 앞두고 다시 쏟아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우리 경제에 고용참사는 없었다. 다만 경제 지표를 왜곡한 보도참사가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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