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2차공판②] 두 가지 핵심 사실, '투자 아닌 대여' '코링크 지배자는 익성'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1 19: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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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의 자동차부품업체 익성 본사/뉴스1
충북 음성군의 자동차부품업체 익성 본사/뉴스1

코링크를 촘촘하게 지배했던 익성


그런데 업무상횡령 혐의 관련으로 변호인이 내놓은 반대 증거는 이게 다가 아니다. '업무상횡령'이라는 혐의 자체는, 정교수가 법인사업체 코링크PE의 공금을 부당하게 횡령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혐의가 '절도'도 '강도'도 '사기'도 아닌 '횡령'이기 때문에, 그 의미상 정교수가 코링크PE의 임직원이거나 그에 준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반대증거가 바로, 코링크를 지배한 익성의 존재다.


정교수에 대해 업무상횡령죄를 적용한 검찰의 시나리오는 “주도적으로 코링크를 지배한 것은 조범동이되 정교수가 공범 격으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정도다. (애초 검찰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정교수 코링크 지배설'은 공소장 단계에서 크게 후퇴해서 '조범동 주범, 정경심 공범' 정도로 약화되었다) 그런데 조범동도 하수인이고 정작 코링크를 실제 지배한 것은 익성이라면, 이미 만신창이가 된 검찰의 횡령 혐의 주장이 아예 모래성처럼 와르르르 허물어지는 것이다.



정 교수로서는 알 수 없었던 코링크의 실체


이에 관련해서도 변호인 측에서 매우 강력한 반박이 연이어 나왔다. 일단 변호인 측 주장의 개요부터 보자면 “정경심교수는 최초 5억원 대여 당시에 코링크의 배후 업체로서 익성의 존재를 조범동으로부터 들어 이미 알고 있었고, 반면 웰스씨앤티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연관된 그 다음 내용이 더 결정적이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검찰 측 증거인 정 교수에 대한 피고인 조서를 제시했다. 이 조서에서 정 교수는 “조범동이 익성 이야기는 했었는데, 익성이 조범동의 스폰서인 것처럼 얘기했다”며 “자신이 익성을 위해 무슨 일을 한다, 익성이 탄탄한 자동차 부품 회사로서 국내 기아, 현대차에 1차 벤더사이고,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익성이 자기한테 일종의 전주라고 얘기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때가 "이때가 2015년 12월 경 대여금을 빌려주던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정 교수의 변호인은 역시 피고인 조서를 제시하면서 “피고인이 웰스시앤티, 가로등사업, 설립자금 등의 사용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조서에는 “(검사가) 방금 질문하신 것과 같은 실제 사용처에 대한 내용은 전혀 몰랐으며, 코링크PE가 원래 있던 회사인 줄 알았고 매우 큰 회사인 줄 알았지 1억원 정도로 설립한 곳인지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 조서에 따르면 검사는 조범동이 웰스시앤티 계좌에 자금을 송금한 내역, 조범동이 웰스시앤티에 역점을 두고 있었던 것, 웰스시앤티가 가로등 사업을 하고 있었고, 와이파이 사업을 하려고 했던 등의 내용을 계속 질문했지만, 정 교수는 “웰스시앤티라는 회사는 이번에 사건이 터지면서 처음 알게 됐고, 자동차 벤더 사업과 관련해 익성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며 그 이외의 다른 사업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가로등 자동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뉴스1
가로등 자동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뉴스1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검찰 측 증거


정 교수 변호인은 검찰 측의 주요 증거인 이헌주씨(이봉직 익성 회장의 아들)에 대한 진술조서를 들어 “정 교수가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정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찾아낸 '화이트보드 사진'이 있었다. 익성과 그 자회사 IFM, 그리고 WFM 사이의 자금 흐름을 도식화한 것인데, 우회상장을 기획했던 구조인 동시에 돈을 돌리는 과정에서 10억원을 횡령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 화이트보드 사진 건 자체는, 지난 9월 25일에 동아일보가 이미 검찰발 '단독 받아쓰기'로서 보도를 했던 내용이다. 당시 동아일보의 입을 빌려 검사들은 이 배후에 익성과 정교수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검사가 해당 화이트보드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이헌주씨를 조사해 참고인 진술조서를 남겼고, 그 주요 내용은 대략 이렇다.


1. 해당 사진을 찍은 코링크 직원 이모씨(이헌주)는, 익성 이봉직 회장의 아들이었다.


2. 해당 사진을 찍을 당시 그 회의실에는 이헌주 본인과 익성 이창권 부사장만이 있었다.


3. 익성 부사장 이창권은 아예 코링크에 상주하고 익성으로 출근은 가끔만 했다.


4. 익성 회장 이봉직도 1주일에 1,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코링크에 들렀다.


5. 정교수도 코링크 방문시에 그 익성 회장 아들을 만난 적이 있고, 조범동이 '익성 회장 아들이다'라며 과시하듯 소개했다.



동아일보 2019년 9월 25일 보도

그리고 이번 공판과는 별개인 조범동 공판이 바로 며칠 전 있었는데, 이상훈 코링크 '대표'가 검찰측 증인으로 나왔을 때 변호인이 반대심문을 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전혀 바라지 않았을 돌발 증언들이 튀어나왔었다. 그런데 이 증언 내용들이 바로 위의 1~5번과 직결된다.


6. 익성 이봉직 회장이 코링크에서도 코링크 회장으로 불렸다.


7. 코링크에서 회장으로 불린 사람은 이봉직 한 사람 뿐이었고, 코링크 회장으로 명함도 파서 갖고 다녔다.


8. 코링크의 실질 대표는 익성의 이창권 부사장이다.


9. 익성 이봉직의 아들이 코링크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경영수업을 위해' 아버지가 보내서다.


10. 코링크의 중국 200억 투자유치 건도, 조범동이 아닌 이봉직과 이창권이 추진한 것이다.


코링크의 지배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의 모든 것이 오직 '익성' 하나로 연결되는 것, 보이시는가. 아시다시피, 이게 전부도 아니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익성이 코링크의 주인일 수밖에 없는 강력한 근거 2~30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거기에 다시 10가지가 더 추가된 것이다.



익성 이봉직 대표/뉴스1
익성 이봉직 대표/뉴스1

'투자 아닌 대여', '코링크 지배자는 익성'


이쯤 되면, 조범동조차도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했다고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실질 대표 역할을 한 익성 이창권 부사장이 코링크에서 상주하고 있는 가운데, 조범동은 회사를 관리해주는 '지배인', '관리인' 정도의 역할에 가까워보인다. 이 전체 구도에는, 정교수를 끼워 넣을 조그만 틈새조차 없다. 정교수가 회사에 일정한 영향력이라도 가지고서 업무상횡령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완전히 허황된 저질 소설이 된 것이다.


이렇게 '투자 아닌 대여' 사실과 '코링크 지배자는 익성' 두 가지 사실로 업무상횡령 혐의가 완전한 빈껍데기가 되면서, 다른 대부분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들까지 연달아 무력화시키게 된다. 겨우 2차 공판인데, 공판에서 나온 증거들만 봐도 이미 사모펀드 혐의들 대부분이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어제 공판에 참석했다는 십수명의 기자들은 대부분 이런 엄청난 수준의 국면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받아쓰기 보도나 했다. 그나마도 그 대부분은 그런 받아쓰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띄엄띄엄 중요한 진술 대부분을 다 빼먹어버렸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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