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2차공판⑤]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던 윤석열은 어디로 갔나?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1 20: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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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윤석열식 수사 스타일 :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


경향신문 유 모 기자와 함께 ‘친(親)검찰 법조기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겨레신문의 강희철 기자는 ‘친(親)검찰 법조기자’라는 딱지가 하나도 억울하지 않을 기사를 올린 적이 있다. 2019년 12월 5일 <‘윤석열 검찰’은 왜 청와대를 향해 칼을 뽑았나>라는 칼럼이다. 본인의 이름을 붙인 <강희철의 법조외전>의 79번째 글이다.


이 칼럼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청와대를 겨눈 검찰의 수사 행보가 실로 거침없다. 대통령의 임기 말도 아닌데, ‘살아 있는 권력’의 심장부가 타깃이 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육군 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 내 면담한 뒤 관련 자료를 분실했다는 정아무개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에 대한 무징계 면직 처리 의혹까지 검찰은 확전 일로를 걷고 있다. 4일엔 비록 임의제출 형식이긴 하나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묻는다.


“그래서, 다시, “검찰은 왜?”, “윤석열은 왜?”라는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조국 대전’ 때 빗발쳤던 그 물음이다. 검찰은 왜, 무슨 생각으로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은 정권의 심장부, 청와대를 조준한 것일까.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이 초유의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의 답은 “윤석열식 수사 스타일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권력과의 관계가 어떻든, 정권의 입장이 어떻든 수사할 거리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좌충우돌하면서 수사를 한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댓글 사건’ 때도 “새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건드릴 수 있는 예민한 사안”으로 “웬만큼 눈치 빠르고 출세를 생각하는 검사였다면 대충 끝내고 말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윤석열의 조국 수사와 청와대 수사는 달리 무슨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수사하다 보니 뭐가 나와서 정권 눈치 보지 않고 그냥 수사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윤석열을 이보다 더 멋지게 포장할 수는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

익성의 우회상장 계획과 횡령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검찰


1월 31일 있었던 정경심 교수의 2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이헌주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헌주씨는 익성 이봉직 회장의 아들로 경영수업 차원에서 코링크PE에 상주하면서 자질구레한 업무들을 맡아서 했다.


변호인은 “경영과 관련된 이런 복잡한 내용을 정경심 교수가 알 수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조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와는 또 다른 관점의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조서는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던 ‘화이트보드 메모’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검찰은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는 내용을 토대로 익성, 웰스씨앤티, IFM으로 연결되는 우회상장과 익성 이봉직 회장이 법인자금을 쓰기 위해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코링크와 웰스씨앤티의 자금을 빼내는 과정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또한 그렇게 자금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이헌주씨가 수표에 배서한 내용과, 익성, 웰스씨앤티, IFM으로 연결되는 우회상장을 익성의 음극재 아이템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계획이라는 내용을 묻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이 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위해 출석,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조국 장관 5촌 조카 조 모씨 등과 함께 WFM·웰스씨앤티 등 투자기업 자금 5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19.9.17/뉴스1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이 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위해 출석,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조국 장관 5촌 조카 조 모씨 등과 함께 WFM·웰스씨앤티 등 투자기업 자금 5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19.9.17/뉴스1

그리고 또 있다. 이창권 익성 부사장에 대한 검찰의 진술 조서다. 검찰은 “2017년 7월 쯤 블루펀드로 투자금이 들어오면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조범동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정리한 메모”를 놓고 이 메모를 작성한 이창권 부사장에게 물었다.


변호인은 이 메모에 있는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11억원 정도의 채무가 있다고 얘기했다”는 내용과 이헌주씨의 조서와 같이 “이 복잡한 내용을 정경심 교수가 알 수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조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조서에서 이창권 부사장이 진술하고 있는 내용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던 우회상장을 위한 자금 순환 계획이었다. 또한 IFM을 별도로 설립하여 음극재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던 이유가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내용도 진술하고 있다.


하도 복잡해서 따라 적을 수도 없었던 이 부분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요약한 내용을 풀어쓰는 것이라 원문과 다를 수 있다.)


"블루펀드에서 16억원을 웰스에 투자하고 그 중 얼마를 IFM에 투자하고, 또 어디서 2억 원을 투자하고, 또 누가 얼마를 더 투자해서 그 돈을 상환을 하고, 1대 주주와 2대 주주는 이봉직 회장의 차명이고, 나머지 주주는 익성 관계자들이고..."


이렇듯 코링크PE, 블루펀드, IFM, WFM 등 듣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 모든 회사들, 그리고 넝쿨처럼 얽혀있는 이들 간의 자금 거래가 모두 우회상장을 위한 것이며, 그 정점에 익성이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의 진술 조서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정경심 교수가 WFM과 KBS아트비젼이 MOU를 체결한 후 WFM에 겸직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2019.10.17/뉴스1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정경심 교수가 WFM과 KBS아트비젼이 MOU를 체결한 후 WFM에 겸직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2019.10.17/뉴스1

핵심 혐의를 파악하고도 그냥 덮어버린 검찰


이 내용은 사실 소위 ‘펀드 수사’의 핵심 혐의다. 기소 단계에서 정 교수는 이런 ‘거대한 작업’을 미리 알고 그 옆에서 ‘부당 이득’을 취한 것 정도로 혐의가 약화됐지만, 검찰이 ‘펀드’를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던 이유는 ‘펀드 거래’에서 우회상장을 통한 주가조작과 횡령이 있었다는 것이었고 이것을 정 교수나 조 전 장관이 주도했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작전'이 실제로 있었다. 검찰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범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익성 회장의 아들이면서 실무자인 이헌주씨를 추궁하고 상장 업무를 담당했던 이창권 부사장에게 물은 것이다.


이 조서를 보면 검찰은 그냥 궁금해서 묻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헌주씨에 대한 신문은 이미 파악한 내용에 대해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이헌주씨는 처음에는 능동적으로 답변하다가 우회상장과 횡령에 대한 내용을 묻자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 우물거리는 모습을 길지 않은 조서에서 보여주고 있다.


조서의 내용만 보면 이것은 정경심 교수 사건에 대한 참고인에 대한 조서가 아니라 '익성 펀드 사건'의 피의자들에 대한 진술 조서다. 검찰은 '우회상장을 통한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를 잡고 혐의자와 관계자들을 추궁한 것이다.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던 윤석열은 어디로 갔나?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는 것이 윤석열의 스타일이라는 강희철 기자의 말이 맞다면 이것은 윤 총장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주 작은 것만 봐도 “익성의 자금을 쓰기 위해 코링크와 웰스씨앤티의 자금을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빼냈다”는 건 더 물어볼 것도 없이 ‘횡령’이다. 그 규모도 10억원을 넘어간다.


그런데 그 쪽은 싹 덮어버리고 1억 5700만원을 이자로 지급한 것을 횡령이라며, 그것도 돈을 뺀 사람이 아니고 그 돈을 이자로 받은 사람을 붙잡고 횡령이라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던 윤석열은 어디로 갔나? 기자들에게 사진 찍히려고 점심 먹으러 갔나? 혹시 검사들은 수사를 더 하려고 했는데 윤석열이나 간부들이 수사를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윤석열 검찰이 사문서 위조 만큼이나 좋아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아닌가.


상황이 이렇다면 익성의 불법행위를 덮어주거나, 혹은 더 추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조범동씨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은 검찰 신문에서는 약속한 듯 매끄럽게 답변하다가 변호인의 반대 신문에서는 예외 없이 버벅거리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아마도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도 똑같은 모습이 연출될 것이다.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는 윤석열은 이 부분을 확실하게 수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렇게 분명히 나와 있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고 덮어버린 것에 대해 수사 담당자는 물론 본인 스스로도 처벌해야 한다.


만약 증언과 관련된 거래가 있었다면 더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윤석열 이하 그들의 수하들이 무슨 십계명 외듯이 맨날 얘기하는 ‘법과 원칙’이 그냥 맹탕으로 하는 헛소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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