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공소장①] '공업탑 기획위'는 송병기 개인 사무실

박지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2-10 08: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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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공업탑로터리
울산 공업탑로터리

앞뒤 다른 공소장... 앞에는 ‘선거사무실’, 뒤에는 ‘송병기 사무실’


검찰의 송철호 저격은 이 '공업탑 기획위'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송철호 시장과 그 주변에 대한 팩트체크 역시 이 '위원회'를 시발점으로 해야 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공업탑 기획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2017년 8월이다. 당시 송철호 현 울산시장, 송병기, '민주당 울산시당 정책위원장 C', 그외 A, B씨가 포함된다. 검찰은 이 시점에 구성된 공업탑 기획위를 송철호 시장의 '선거캠프'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정말 송 시장의 선거캠프가 맞는지부터가 매우 의심스럽다. 아니, 실제로 존재했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 당장 송 시장은 이 위원회에 대해 검찰 수사 착수 이후에야 처음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선 혹은 예비 성격의 캠프라도 맞다면, 아니 적어도 본인이 관계라도 되어 있다면, 처음 듣는다는 말은 나올 수가 없다. 그럼 이 '공업탑 기획위'란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 실마리는, 역설적이게도 검찰 공소장의 후반부에서 튀어나온다. 길고 긴 공소장을 여러 검사들이 각 파트별로 조각조각 따로 작성한 흔적이 역력한 이 공소장의 후반부, 5. 송철호 등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부분에 이 공업탑 기획위에 대한 힌트가 있다.


"피고인 송철호와 피고인 송병기는 2017년 9월경부터 울산 남구 공업탑 하트랜드 오피스텔 OOOO호에 있는 피고인 송병기의 사무실에서 매주 2회 가량 소위 ‘공업탑 기획위원회’라는 회의를 갖고".


공소장의 서두에서는 2017년 8월이라고 주장했던 것이 갑자기 2017년 9월로 바뀌었다. 당연히 두 파트를 작성한 두 검사들의 손발이 안맞은 결과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시기'가 공소사실 전체의 서막인데도 검찰 스스로 언제인지 특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결과적으로 이 불일치가 두 시기 모두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뉴스1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뉴스1

‘공업탑기획위’란?... ‘공업탑 오피스텔’에 있는 송병기 개인 사무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송병기의 사무실"이라는 부분이다.


당초 자유당과 언론들이 떠들어댄 프레임은, 이 사무실이 송철호 시장의 사전 '선거캠프'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소장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를 작성한 검사는 이 사무실이 '송병기의 사무실'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모든 게 하나씩 풀려나간다. 당초 언론들은 이 사무실이 송철호의 선거캠프라고 주장한 자유당과 검찰의 주장을 받아쓰다보니, 그 사무실 비용(매월 50~55만원)을 송병기가 낸 것부터 문제 삼았다. 하지만 송병기의 사무실이라지 않는가.


게다가, 해당 송병기 사무실이 있었던 '공업탑 하트랜드' 오피스텔에서 해당 월세에 해당하는 룸의 면적을 찾아보면 전용면적 10평이다. 10평. 딱 개인 사무실 용도에나 적당한 크기다. 아무리 사전 단계라도 여러명이 상주해야 하는 '선거캠프'를 꾸릴 공간이 전혀 못된다.


그러면 이 '공업탑 기획위'는 도대체 누구의 입에서 처음 나온 것인가. 지난 기사들을 검색하면, 처음 언급한 것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12일 새벽 3시에 송고된 기사 "檢, 송철호 선거캠프 전신모임 첩보수집 활동 주목"에서, 밑도 끝도 없이 "울산지역 관계자"라는 매우 의도적으로 모호한 이의 명의로 "캠프 발족 전부터 공업탑 기획위를 중심으로 물밑 선거 준비가 이뤄졌다"라고 주장했다.



송병기 전 부시장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공업탑 하트랜드 오피스텔
송병기 전 부시장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공업탑 하트랜드 오피스텔

‘공업탑 기획위’ 발설자는 검찰과 곽상도


그런데 이 기사는 바로 그 다음 단락에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이 '공업탑 기획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울산지역 관계자'가 수사중인 검찰 담당 부서까지 알려줬을 리는 만무하고, 이건 상식적으로 서울중앙지검 공공2부 검사들이 흘려준 것이다. '울산지역 관계자'는 검찰 소스를 숨기려는 매우 얄팍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인 12월 12일 저녁무렵 세계일보가 다시 '공업탑 기획위'를 거론하며 해당 사무실 비용을 송병기가 냈다는 [단독] 기사를 냈는데, 이번엔 출처가 자유당 곽상도 의원이다. 즉, 만으로 하루가 안되는 동안 이전에는 언론에서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공업탑 기획위'가 등장하고, 그 보도의 배후가 검찰과 곽상도였던 것이다. 짧은 시간 사이인 것을 보면 검찰과 곽상도가 최소한 사전에 논의를 했다고 볼 수 있고, 사실상 공모관계가 의심스럽다.


이쯤 되면, 이 '공업탑 기획위'라는 것이 실제 존재했는지가 매우 의심스러워지는 것이 정상이다. 공소장 후반부에서 스스로 '송병기 사무실'이라고 표현한 곳이고, 검찰이 주장한 6명이나 되는 인원이 선거캠프를 차리기엔 턱도 없는 10평짜리 사무실이다. 검찰 주장에 따르면 그 선거캠프의 주인공이어야 마땅할 송철호 시장은, 아예 처음 듣는다고 완전히 부인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뉴스1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뉴스1

실체 없는 ‘공업탑 기획위’


나는 이 '공업탑 기획위'라는 것이 전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고 본다. 설령 2017년에 그에 해당하는 모임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그 모임은 송철호와 무관한 송병기의 개인적인 모임이었을 것으로 본다. 해당 사무실은 송병기의 개인 사무실이었을 뿐이고, 송철호의 사전 선거캠프라는 검찰의 주장은 완전한 허위인 것으로 본다. 공소장에서도 마치 지어낸 얘기처럼 일방적인 서술만 있을 뿐, 그런 서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전혀 없다.


'공업탑 선거캠프'설는 사실무근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그러면 이 시기에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는 과연 선거 관련으로 최소한의 연관성이라도 있기는 했을까. 송 시장은 '공업탑 기획위'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울산에 대한 통계 등 전반적인 공부를 하는 모임을 몇 번 가진 적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몇 번 만난 적은 있다, 하지만 당시 시점에서 함께 선거캠프를 꾸렸다 어쩌구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 국면인 2018년으로 넘어가기 전에,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에 두 사람이 '의미 있게' 엮인 적이 있다. 2017년 10월 11일에 두 사람이 함께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장환석을 만난 것이다. (이 장환석도 함께 기소되었다) 검찰은 이 회동에 대해 선거 관련의 청탁을 했다고 프레임을 만들었다.


송철호와 송병기가 함께 청와대 인사를 만났다는 이 회동이 검찰이 주장하는 '공업탑 기획위원회'라는 2017년 '선거캠프'설의 유일한 근거다. 이에 대해서는, 이 파트가 아닌 향후 다시 다룬다. 미리 결론만 써두자면, 당시 회동에서 선거대책을 청탁했다는 검찰 주장은 완전한 허위이고, 송철호가 송병기가 함께 간 것도 '선거캠프' 차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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