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유발을 향한 불굴의 의지... 중앙일보의 연이은 "의료진 홀대" 보도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3-31 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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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할 수밖에 없는 현장 의료수당 체계
'주휴 및 위험수당 포함' 명기된 신청서
이해할 수 없는 공공의료기관 차별 사례
중앙일보 3월 31일 보도
중앙일보 3월 31일 보도


복잡할 수밖에 없는 현장 의료수당 체계


중앙일보는 지난 27일 <"와주면 예우" 호소하더니···의료진 수당 슬쩍 깎은 당국> 기사에 이어 31일에는 <"수당 바꾸고 단기 근로자 취급" 의료진 홀대, 한 곳만이 아니다>를 실었다. 27일 기사에 대한 후속 보도인 셈이다.


정부는 중앙일보 27일 보도에 대해 "현장 의료진들에 대한 처우와 배려 등에 대해 정부의 기준 세부화 내용이 현장에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31일 기사는 현장의 불만인 듯한 여러 사례가 소개되어 있으나 결국 "현장 의료진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업무 강도에 따른 수당차이 때문이 아니다. 이에 대한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제대로 된 안내 부족 탓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아무 알맹이 없이 그냥 하나마나한 얘기를 중언부언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 놓고 제목은 <"수당 바꾸고 단기 근로자 취급" 의료진 홀대...>로 험악하게 달았다. 어떻게 해서든 현장 인력이 홀대받는 것으로 오해받게 해 기어코 갈등을 유발하고, 정부가 고생하는 현장 의료진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것처럼 폄하하려는 불굴의 의지가 돋보이는 기사다.


1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별관 비상대책본부 앞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벽면 가득 붙어 있다. 2020.3.18/뉴스1
1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별관 비상대책본부 앞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벽면 가득 붙어 있다. 2020.3.18/뉴스1

 

현장 의료진에 대한 대우는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그냥 퉁쳐서 '의료 현장'이지 그곳에는 온갖 다양한 직종의 인력에 의해 여러 가지 과제와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종만 해도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요양보호사 등이 있고, 이들의 신분에 따라 민간 의료인력과 군인/공보의/공공기관 등의 공공 의료인력으로 구분된다. 또한 병원 내에서 치료에 투입되는 인력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담당하는 인력으로도 나눠지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또 나누어진다.


당연히 복잡한 수당 체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파견된 의료인력의 지원·운영 지침>만 해도 33페이지에 달한다. 이 내용들이 오해 없이 세세하게 전달되어야 하겠지만 혹시 잘못 전달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런 '소통 오류'가 주된 내용이지만, 터무니없는 내용도 있다.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파티마병원 일부 병동에서 다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응급의료센터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2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파티마병원 일부 병동에서 다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응급의료센터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온 2개 병동은 현재 코호트 격리 상태는 아니며 해당 병동에 추가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의료진 전면 교체 후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3.26/뉴스1


'주휴 및 위험수당 포함' 명기된 신청서


이 기사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에는 별도 지침이 적용되어 확진자에 대한 치료가 주 업무가 되는 병원의 자원 의료진과 수당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먼저 소개한다.


중수본에 따르면 민간 자원 간호사는 하루 30만원 수준, 간호조무사는 20만원의 보수가 지급되는 식이다. 위험 수당 등을 포함한 것으로 병원 내 확진자 진료, 보건소 내 선별진료에 투입된 경우에 해당된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에는 별도 지침이 적용된다. 하루 수당은 간호사가 16만7000원, 간호조무사는 9만3000원 등이다. 근무 강도 등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했다고 한다. 여기엔 위험수당 등이 다 녹아 있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업무 강도에 따른 수당차이 때문이 아니"며, "이에 대한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제대로 된 안내 부족 탓"으로 "좋은 뜻으로 나선만큼 충분히 설명만 해줘도 마음 상할 일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구의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C씨는 "처음엔 파견 기관마다 수당이 다르다는 언급이 없다가 나중에 임시 선별진료소는 위험 수당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자부심으로 일하는 의료인들을 차별 대우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P3 주차장에 마련된 차량선별진료소에서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방문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2020.3.20/뉴스1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P3 주차장에 마련된 차량선별진료소에서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방문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2020.3.20/뉴스1

 

이 보도에 대해 방역당국의 관계자는 "파견 기관마다 수당이 다르다는 언급이 없었을 수는 있다"면서도 "신청서에는 각 직종별(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1일 수당 금액이 명시되어 있고, 금액 옆에 '(주휴수당 및 위험수당 포함)'이라고 함께 명기되어 있기 때문에, 기사 인터뷰 처럼 '나중에 임시 선별진료소는 위험수당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별진료소 근무를 위한 「의료인 등 인력 지원 신청(확인)서」 양식에는 이 관계자의 말처럼 혹시 신청 업무를 맡은 관계자가 이 내용을 도드라지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주휴수당 및 위험수당 포함)'이라는 내용이 도저히 못 보고 넘어갈 수 없는 위치에 적혀 있다.


중앙일보의 취재에 응한 '대구의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C씨'는 정말 "임시 선별진료소는 위험수당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얘기했을까? 혹시 누군가 대리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현장에 참여한 게 아니라면 그럴 일은 없어보인다.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에서 런던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외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2 터미널에 각각 8개씩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는 하루 최대 2천명 정도를 검사할 수 있다.2020.3.31/뉴스1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에서 런던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외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2 터미널에 각각 8개씩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는 하루 최대 2천명 정도를 검사할 수 있다.2020.3.31/뉴스1


자기 모니터링 기간 주지 않으면서 확진자 취급?


기사는 "정부 지침에 '공공병원 등에서 온 근무자들이 파견 종료 후 격리를 희망하면 14일간 유급휴가를 주도록 해당 기관에 협조 요청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지침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자가 격리 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사례로 든 내용과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대구에서 근무한 공공병원 간호사 E씨는 "병원 사정이나 관리자 압력으로 격리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소속 병원은 대구 파견자를 확진자 취급한다"며 "환자와 밀접접촉 많은데도 곧바로 복귀하면 혹시 모를 집단감염의 짐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접촉은 꺼리면서 쉬지는 못하게 하는 셈이다.


우선 지침은 자기 모니터링을 위한 자가격리를 위해 군인 공무원은 공가를 사용토록 조치하고, 민간 의료진에게는 2주간 기본 근무수당을 지급하는데 반해 공공기관은 2주간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가 어떤 확정된 조치가 아닌 '협조 요청'에 그치는 이유는 아무리 공공기관이라도 정부가 특정 조치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의료인력을 파견한 공공기관에는 의료진 공백기간의 수입 감소에 대해 기관 손실을 보상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는 '차별'이나 '홀대'가 아닌 기관 간 특성에 따른 것이며, 만약 공공기관 의료 인력이 대구 자원 근무 후 자기 모니터링 기간을 보장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면 이는 해당 기관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기관이든 기사에 있는 대로 "확진자 취급을 하면서 자기 모니터링 기간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킨다"는 것이 공공 의료기관에서 가능한 일인가? 확진자 취급을 한다면 해당 인력이 자기 모니터링 기간을 요청하지 않아도 강제로라도 격리를 시켜야 할 판 아닌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위해 보호구를 착용한 의료진이 격리병동으로 향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0.3.31/뉴스1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위해 보호구를 착용한 의료진이 격리병동으로 향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0.3.31/뉴스1


급여 외의 별도 수당 vs 급여 성격 수당


가장 터무니 없는 부분은 아래 내용이다.


게다가 공공 파견 의료진의 수당은 민간 의료진의 4분의1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돈 욕심 때문에 왔다'는 따가운 주변 시선까지 견뎌야 하는 건 더 힘들다. E씨는 "(공공파견 의료진도) 가장 먼저 현장에 손들고 달려왔다. 민간 자원 간호사는 하루 30만원, 간호조무사는 20만원인데 우리는 같은 일을 해도 7만원이란 걸 동료 근무자들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사 대로 공공 파견 의료진의 수당은 민간 의료진의 4분의1에도 못 미치고, 민간 자원 간호사는 하루 30만원, 간호조무사는 20만원인데 같은 일을 하는 공공 의료기관 간호사가 7만원 밖에 못 받는다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 의료인력에 대한 수당과 공공 의료인력에 대한 수당은 그 성격이 다르다. 민간 의료인력에 대한 수당은 급여와 수입 보전의 성격이지만, 공공 의료인력에 대한 수당은 급여와는 별도로 지급되는 위험 수당의 성격이다.


즉 민간 의료인력은 원래의 근무기관에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휴직을 하고 현장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급여 성격의 수당이 지급되는 것이고, 공공 의료인력은 파견을 나와 있어도 급여가 계속 지급되므로 위험수당만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다. 당연히 금액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선 2일 오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의료진 뒤로 밤사이 쌓인 격리 의료폐기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2020.3.2/뉴스1

 

이 정도면 간단한 취재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즉 모르거나 취재가 부족해서 엉뚱한 내용으로 쓴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자원 의료인력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정부가 이 사태에서 가장 고생하는 의료인력들을 진짜 홀대하는 것처럼 몰고 가기 위해서는 이런 기본적인 취재는 일부러 외면해야 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한다.


중앙일보, 나름대로 고생이 많다. 뜻 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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