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왜곡 투성이 ‘팩트체크’...'유죄 심증' 굳히려는 의도적 왜곡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5-03 15: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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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총장 직인’ 파일
검찰 공소장 내용은 ‘직인’ 부분 아닌 ‘상장 하단부’
2019년 9월 7일 SBS보도


이 기사는 뭘 ‘팩트체크’한 것일까?


경향신문은 5월 1일자에 “정경심 PC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을까?”라는 제목의 [팩트체크] 기사를 게재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팩트체크 기사가 왜곡 혹은 오류 투성이다. 실수였을까, 의도한 것일까?


이 기사의 ‘팩트체크’ 대상은 “정경심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정경심 교수와 관련됐다는 어떤 PC에 ‘총장 직인 파일’이 있다는 것은 검찰의 공소 사실이다.


그런데 왠 팩트체크일까? 검찰의 공소 사실을 반박하거나 뒷받침하려는 것일까? 경향신문이 검사나 변호사도 아닌데 공소 사실에 대해 기사로 다툴 일은 없다. 혹시 지금까지 누구도 모르던 새로운 사실을 경향신문이 밝혀냈다면 모를까 기사 내용에는 그런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 기사의 팩트체크 대상은 “정경심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지난해 9월7일 SBS는 정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 전에 동양대 연구실에서 가지고 나왔다가 나중에 검찰에 임의제출한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가 오보인지 아닌지가 되어야 한다.


2019년 9월 7일 SBS보도


연구실 PC vs 강사 휴게실 PC


그런데 오보라는 얘기인지 오보가 아니라는 얘기인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게 기사를 써놨다. 우선 이 기사의 주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정 교수의 연구실 PC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되지 않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 교수 연구실 PC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문장을 보면 오보가 아니라는 말로 읽힌다.


그러나 바로 다음 문장 “하지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은 총장 직인 파일은 정 교수가 임의제출한 PC가 아니라(SBS 보도), 보도 이후 동양대에서 임의제출받은 PC에서 나온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오보라는 얘기로 읽히기도 한다.


몇 번 다시 읽어보면 이 기사는 “오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좌우지간 정경심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된 것은 맞다”는 것이 주제다. 위에서 인용한 두 부분 중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한 부분에 “결론부터 말하면”이라는 강한 전제를 붙인 것을 보면 더욱 더 그렇다. 그러면서 기사 전편에 걸쳐 ‘총장 직인 파일’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강조한다.


소위 표창장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라면 연구실 PC와 강사 휴게실 PC의 차이를 모를 수 없다. 연구실 PC는 소위 하드디스크 은닉으로 널리 알려진 PC이고, 강사 휴게실 PC는 문제의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PC다.


그런데 이 기사는 계속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하면서 ‘연구실 PC’라고 쓰고 있다. 이는 의도적이다. ‘강사 휴게실 PC’는 정경심 교수가 사용했는지 안 했는지도 불분명하고, 임의제출 과정의 불법성 시비도 있으며, 더 나아가 임의제출에 서명했던 조교에 대한 진술 강요 시비까지 일어나 증거능력조차 의심받고 있는 문제 많은 PC다.


그리고 직관적이지 않다. 즉 ‘강사 휴게실 PC’는 ‘정경심 교수가 사용하던 PC’라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기자는 독자에게 “정경심 교수가 평소에 사용하던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2019년 9월 7일 SBS보도


국민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총장 직인’ 파일


SBS 보도는 분명한 오보였다. 게다가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오보였다. 그러나 이 기사의 의도와 마찬가지로 오보 여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부분이다. 기사는 공소사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딸과 공모해 2013년 6월경 주거지에서 아들 상장을 스캔한 후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장 직인 부분만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 제목의 파일을 만들었다.(중략)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낸 총장 직인 캡처 이미지를 상장 서식에 붙여넣고 출력하는 방법으로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


이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초기부터 언론에 의해 강조됐던 ‘기생충’ 식의 ‘직인 이미지 오려붙이기’가 연상된다. SBS의 보도에 대한 기억이 워낙 강렬했고, 이후에 ‘기생충’에서 나왔던 방식이라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탓에 일반인들은 위 내용에 있는 것처럼 “총장 직인 부분만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 파일’을 만들고, 이를 상장 서식에 붙여넣고 출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사실은 이와 다르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록된 ‘범행 수법’은 아래와 같다.


‘동양대학교 총장 최 성 해(직인)’ 부분만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 제목의 파일을 만들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낸 ‘동양대학교 총장 최 성 해(직인)’ 부분의 캡처 이미지를 위 상장서식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 넣고“


차이를 알겠는가? 검찰이 공소장에서 “오려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흔히 알고 있듯이 ‘직인’ 부분이 아니라 ‘동양대학교 총장 최 성 해(직인)’이라고 적혀 있는 상장의 하단부 전체다. 검찰은 하단부를 오려낸 상장의 원본이 조 전 장관의 아들이 받은 상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갖고 있는 표창장 사본 이미지/뉴스1


검찰 공소장 내용은 ‘직인’ 부분 아닌 ‘상장 하단부’


SBS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지고, ‘기생충 식’ 보도를 통해 더욱 강하게 인식된 수법은 “총장의 직인만 따다가 인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런 내용으로 기소하지 못했다. 그럴 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체도 알 수 없고, 용도도 알 수 없는 어느 상장의 하단부, 즉 ‘동양대학교 총장 최 성 해(직인)’ 부분의 이미지 파일을 유일한 물증으로 삼고, 거기에 맞춰서 ‘범행 방법’을 나름대로 구성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가 오려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이미지 파일이 ‘상장 하단부’ 이미지라는 것은 공소장뿐만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수차례 강조했고, 해당 이미지 파일을 PPT로 재판정에서 공개하기까지 했다. 정경심 교수가 기소된 여러 사건 중 표창장 사건은 가장 핵심적인 사건이다. 다른 재판은 혹시 빠뜨렸을지 몰라도 표창장을 다룬 공판은 기자라면 빠질 수 없다.


따라서 경향신문 기자 중 이 재판을 방청했던 기자는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총장님 직인 파일’이 ‘직인’ 부분만 오려낸 것이 아니라 ‘동양대학교 총장 최 성 해(직인)’이라고 적혀 있는 상장의 하단부 전체를 오려낸 이미지라는 것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총장 직인 부분만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 “총장 직인 캡처 이미지를 상장 서식에 붙여넣고 출력하는 방법” 등 두 번씩이나 ‘직인만을 오려낸 것’으로 쓰고 있다. 혹시 착각해서 이렇게 썼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위에서 설명했다. 착각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직인만을 오려내 붙여넣는 방법’이라고 쓰고 이를 강조한 것이다.


2019년 9월 18일 채널A보도


‘기생충 식 수법’을 더욱 강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적 왜곡


조 전 장관을 비난하는 쪽이든 옹호하는 쪽이든, 조 전 장관 일가 사건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은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에 오버랩되어 워드 프로그램 안에서 총장의 직인 파일의 자리를 잡는 장면이 최소한 Top5 안에 들 것이다.


경향신문의 이 팩트체크는 SBS 오보 시비로 행여 이러한 인상이 흐려지거나 ‘총장 직인 파일’의 존재에 대한 회의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을 차단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을 더욱 강렬하게 불러일으키고 다시 한 번 깊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SBS 보도가 오보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하거나, “총장 직인 파일이 분명히 있다는 걸 보니 오보 아니네”라고 또 다시 오해하게 만든다면 더욱 더 금상첨화(錦上添花)다. SBS보도에 대한 기억이 더욱 명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사는 정경심 교수의 PC 하드디스크에 대해 검찰도 부인하지 않는 자명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해 9월3일 검찰은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정 교수 PC의 하드디스크 3대를 임의제출받았다. 이는 김씨가 지난해 8월31일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숨겨둔 것이었다."


이것이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면 기자가 너무 무식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차라리 왜곡으로 못을 박는 것이 해당 기자의 명예를 위해 더 나을 정도다.


정 교수 PC 하드디스크 3대는 김PB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임의제출받은 것이 아니라, 검찰의 으름짱에 김PB가 자진해서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또한 승용차 트렁크에 '숨겨둔' 것이 아니라 사우나 라커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경향은 이처럼 팩트체크를 빙자하여 기사 전체를 왜곡으로 채우고 있다. SBS 보도의 오보 논란을 희석시키고 ‘기생충’의 기억을 불러일으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유죄 심증을 더욱 굳히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처럼 ‘팩트’도 없고 ‘체크’도 없는 왜곡 투성이의 ‘팩트체크’ 기사를 쓸 이유가 없다.


2019년 9월 18일 채널A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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