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아재 vs SBS] ‘사실’을 얘기하자는데 ‘해석’만 늘어놓는 SBS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2 13: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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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인 파일’ 아닌 ‘표창장 파일’”을 ‘왜곡’이라고 했던 SBS
매우 간단한 쟁점, ‘표창장 파일’이냐 ‘직인 파일’이냐
‘사실’을 왜곡해 ‘해석’만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폭력


“‘직인 파일’ 아닌 ‘표창장 파일’”을 ‘왜곡’이라고 했던 SBS


SBS 박원경 기자는 6월 1일 <[취재파일] 정경심 교수 재판부의 5월 7일 석명 대상은 무엇이었나?> 기사에서 “해당 취재파일(5월 22일자 기사)에서 빨간아재님과 관련해 쟁점이 된 부분은 5월 7일, 정경심 교수 사건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이 포함됐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5월 22일자와 6월 1일자 취재파일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판사가 ‘표창장 파일’이라고 했는지 ‘직인 파일’이라고 했는지 여부는 받아 적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이 포함됐는지 여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형적인 논점 이탈이다. 박원경 기자는 “판사가 석명을 요청한 것은 ‘직인 파일’이 아니라 ‘표창장 파일’”이라는 빨간아재의 말에 대해 “실상은 정반대”라며 ‘해석의 오류’,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그가 말한 ‘정반대’의 내용은 “(7일 재판에서 판사가 뭐라고 그랬든) 21일 재판에서 판사가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이라는 언급을 했으므로 7일 재판에서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대상에 ‘총장 직인 파일’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7일 재판에서 판사가 (구두로) 석명을 요구한 대상이 ‘표창장 파일’이었는지 ‘직인 파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있다.



매우 간단한 쟁점, ‘표창장 파일’이냐 ‘직인 파일’이냐


가장 기본적인 쟁점은 판사가 말한 것이 ‘표창장 파일’이냐 ‘직인 파일’이냐다. ‘표창장 파일’은 빨간아재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이 보도한 것이고, ‘직인 파일’은 S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그 중 어느 것이 맞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SBS의 입장은 “정확하지 않다”, 혹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권성수 판사가 무슨 외계어로 말한 것도 아닌데 그게 왜 정확하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인가? 더브리핑이 정경심 교수 변호인단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7일 재판에서 권성수 판사가 석명을 요청하면서 언급한 파일은 ‘표창장 파일’이다.


판사에게 물어보거나 재판 속기록을 열어보면 가장 정확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게 안 된다면 가장 정확한 것은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SBS는 그것이 논쟁이 되고 몇 차례 주거니받거니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정확하지 않다”, “알 수 없다”고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더브리핑이나 빨간아재를 못 믿겠으면 직접 변호인단에 물어보든가, 검찰에 물어보든가 해서 그 부분부터 확정지어야 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6월 1일 SBS 보도
6월 1일 SBS 보도


‘사실’을 왜곡해 ‘해석’만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폭력


SBS의 주장은 자신들이 5월 7일 보도에서 ‘직인 파일’이라고 보도한 것이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21일 재판에서 재판부가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이라는 말을 언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재판부가 7일 재판에서 정확히 뭐라고 말했든 자신들은 ‘직인 파일’이라고 ‘해석’을 했고, 그에 따라 ‘직인 파일’이라고 보도했으며, 21일 재판을 보니 그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해석할 수 있다. 해석해서 보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재판부는 ‘표창장 파일’을 얘기했지만 SBS는 이러저러한 논리로 그것이 ‘직인 파일’을 포함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SBS가 ‘표창장 파일’이라고 보도한 다음 그게 ‘직인 파일’을 포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면 ‘보도’로서의 문제는 없다. 사실을 보도한 후 이를 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가 ‘표창장 파일’이라고 얘기했는데 SBS가 이를 ‘직인 파일’로 해석했다고 해서 <“직인 파일 왜 정경심 컴퓨터에 있나” 반문한 재판장>(SBS 5월 7일)이라고 보도하면 이것은 분명한 ‘왜곡’이다.


‘해석’은 ‘사실’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언론이 전하는 ‘사실’을 놓고 시청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여러 방향으로 해석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해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 자체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들이 자유롭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재판부가 ‘표창장 파일’에 대해 석명을 요청한 ‘사실’에 대해 시청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SBS 기자들처럼 그것이 ‘직인 파일’을 포함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처음부터 ‘직인 파일’로 보도해버리면 해석의 방향과 내용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표창장 파일’이라는 사실을 기초로 이루어질 수 있는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버린다. 이것은 언론의 폭력이다.



‘사실’을 얘기하자는데 ‘해석’만 무한정으로 넓히려는 SBS


SBS 박원경 기자는 1일 [취재파일]에서 “이런 내용을 토대로 빨간아재님과 주로 그분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보이는 분들에게 여쭙겠다”며 아래 사항들을 열거했다.


▲5월 7일 재판부의 석명 사항에 '총장 직인 파일'이라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여전히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러하다면 5월 21일, 재판부와 정경심 교수 변호인 측이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과 관련한 문답을 주고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정경심 교수 변호인 측은 석명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에 대해서도 석명에 대한 의견서에 포함했을까요? ▲그리고 '표창장 파일'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시나요?


좀 안타깝다. ‘사실’에 대해 얘기를 하자는데 ‘해석’으로 응답하더니, 이제 그 ‘해석’의 대상과 영역을 더 넓혀가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5월 7일 판사가 얘기한 것이 ‘표창장 파일’이냐 ‘직인 파일’이냐”는 간단한 문제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으로 끌고가서 결국 뭐가뭔지 알 수 없게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표창장 파일’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시나요?”라는 질문에서는 절망스럽다. ‘표창장 파일’은 ‘정의’의 대상이 아니다. 존재하는 실체다. 개념이 아니다. 그게 뭔지는 판사, 검사, 피고인과 변호인 밖에는 모른다. 박원경 기자나 빨간아재나 나나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른다. 모르면 그냥 모르는 거지 무슨 ‘정의’를 내리나? 그게 뭔지 짐작하고 추측하는 것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왜 ‘정의’를 내리며, 또 그걸 재판관계자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묻는 것인가?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일부분. 검찰이 주장하는 '위조'의 증거는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 즉 상장의 '하단부' 이미지를 얘기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 파일의 이름은 '총장님 직인'이다. 언론이 얘기하는 '직인만 오려낸 이미지 파일'이라는 의미의 '총장 직인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표창장 파일’ vs ‘직인 파일’


5월 7일 재판부가 ‘표창장 파일’이라고 했느냐 ‘직인 파일’이라고 했느냐 대해 SBS 박원경 기자는 “정확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임찬종 기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을 수 없고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표창장 파일’이라는 말에는 재판부에 피고인에 대해 석명을 구하는 의도와 맥락이 담겨 있다.


언론은 재판부가 피고인 측에 석명을 요구하고 의견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 모두에게 석명을 요구하고 있다. 검사에게는 “위조했다면”이라는 전제에서 관련 사실들을 묻고 있는 것이고, 피고인에게는 “정상적으로 발급받았다면”이라는 전제에서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사실들을 요구하는 것이다.


‘표창장 파일’은 조 민씨의 표창장에 담긴 내용들이 수록된 파일을 얘기한다. 검찰이 ‘완성본 파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재판부는 “표창장을 직원을 통해 발급받았다면 ‘표창장 파일’이 직원 PC에 있든지 해야지 왜 (정경심 교수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강사휴게실 PC에 있느냐. 강사휴게실 PC를 정 교수와 직원들이 같이 쓴 것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 맥락에 언론이 ‘위조의 증거’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 ‘직인 파일’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SBS가 “내 말이 맞다” 혹은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근거로 얘기하는, 21일 재판에서 권성수 판사가 언급한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디지털 서식에 쓰이는 ‘말끔한 직인 이미지 파일’을 얘기하는 것이다. 검찰의 주장으로 “다른 상장의 하단부 이미지를 오려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최소한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언론이 줄창 언급하고 있는 ‘기존의 상장에서 총장 직인만 오려내 위조에 사용한 이미지 파일’이라는 의미의 ‘직인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SBS와 일부 언론 법조기자들의 마음 속에만 있을 뿐이다.


바로 그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는 직인 파일’에 대해 가장 심각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SB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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