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巨與 독주’ 맹폭하는 언론, 과거에는 어땠을까?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7 15: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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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한 준수” 외쳤던 19대 국회
18대 국회 때도 민주당만 비판했던 언론들
21대에 이르러 야당 비판 사라져

미래통합당의 거부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통한 원 구성 완료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6개 상임위만 우선 위원장을 선출하자 어느 언론이랄 것도 없이 여당을 맹폭하고 있다.


그 요지는 “‘슈퍼 巨與’가 ‘협치를 깨고’, ‘완력·힘(의석수)을 사용’해 박정희·전두환 때도 안했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53년만에 ‘강행’해 국회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방 ‘독주·폭주·폭거’를 저지르고 끝내 법사위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6월 16일 원 구성 관련 언론 보도>


○ 조선일보
- 수퍼 여당 결국 법사위 가졌다 (1면)
- [사설] 법사위원장 가져간다고 울산 선거공작 진실 못 막는다


○ 중앙일보
- 176석 완력,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1면)
- 상임위원장 쪼개기 선출, 박정희·전두환 때도 안 해(2면)
- [사설] 협치 없이 일방 독주하는 거대 여당, 우려스럽다.


○ 동아일보
- 巨與, 법사위장 단독 선출…野 “폭거”/與, 53년만에 野 불참속 표결 강행(1면)
- 다수결 믿고 협치 깬 슈퍼여당…주호영 “상임위장 다 가져가라”(3면)
- [사설] 의회주의 역사 거꾸로 돌린 與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 매일경제
- 與, 결국 법사위원장 가져갔다(1면)
- 슈퍼與 원구성 강행에 정국급랭… 野, “헌정사 오명 남길 폭거”(6면)


○ 한국경제
- 결국 법사위원장 가져간 巨與/상임위원장 53년만에 단독 선출(1면)
- 슈퍼 여당의 院구성 폭주…21대 국회 초반부터 ‘파행’(6면)
- [사설] 끝내 밀어붙인 거대 여당…‘브레이크 없는 독주’ 서막인가


○ 서울경제
- 힘으로 관철시킨 巨與…野, 국회 보이콧하나(8면)
- [사설] ‘법사위 장악’ 강행한 與…협치 깨버린 폭주 정치다



“법정 기한 준수” 외쳤던 19대 국회


여당인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127석을 차지했던 19대 국회(2012년) 때 언론은 한 입으로 “법정 기한 준수”를 외쳤다.


이 때의 보도를 요약하면 “준법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위법으로 임기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법정시한’인 6.5일에 ‘무조건 개원’을 해야 하는데, 여야가 원구성을 ‘법대로’ 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흥정·협상하고 싸우면서’ 처리하느라 임기 시작부터 법을 ‘위반’하고 ‘개점휴업’·‘지각 개원’ 하여 매일 ‘국민 세금 5억5천만원’을 까먹는 ‘악습을 반복’했으니, 개원일을 지키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2년 19대 국회 개원 관련 보도>


○ 조선일보
- 19대 국회 첫날부터 ‘기싸움’ 파행, 매일 세금 5억5000만원 까먹는다(’12.6.6.)
- “OECD중 국회 개원(開院) 협상하는 나라 한국뿐/19대 국회 3주 넘게 공전… 24년째 악습 반복(’12.6.21.)
- 美, 여당이 상임위원장 독식…英, 별도 위원회가 배분/외국선 국회 개원 어떻게(’12.6.21.)
- [사설] 국회 開院日 지키도록 법으로 강제를(’12.6.26.)


○ 중앙일보
- [사설] 19대 국회 내일 개원하라/상임위원장·국정조사 싸움은 변명 안돼(’12.6.4.)
- 새누리·민주당 이해 다툼에 묶여 보름 넘게 문도 못 연 19대 국회


○ 동아일보
- [사설] ‘6월 5일 개원’ 국회법부터 어기는 19대 국회(’12.5.30.)
- 여야 상임위장 배분 충돌/법 안지키는 입법부...법정시한 오늘 開院 가물(’12.6.5.)
- 19대 開院 본회의 무산…출발부터 ‘국회법 위반’ (’12.6.6.)
- 19대 국회도 초장부터 싹수가 노랗다 (’12.6.6.)
- ‘법대로 해야 할 院구성’ 여야 멋대로 흥정(’12.6.15.)


○ 매일경제
- 19대 국회도 제때 개원 물건너갈듯 (’12.5.25.)
- 국회 문 안열고 ‘무더기 법안’ 생색(’12.5.31.)
- 입씨름만 하다 또 ‘지각 국회’ (’12.6.5.)
- 매번 늦는 원 구성, 해법 없나 (’12.6.7.)
- (한경) 19대 국회 출발부터 위법 (’12.6.6.)

○ 한국경제
- [취재수첩] 고질병된 국회 공전(’12.5.23.)
- 19대 국회 출발부터 위법/어제 법정개원일 못지켜(’12.6.6.)
- [취재수첩] 2주째 개점휴업 국회(’12.6.18.)
- [취재수첩] 일할 생각 없는 국회(’12.6.28.)


o 서울경제
- 19대 임기 내일부터 시작되는데… 또 텅빈 국회(’12.5.29.)
- 먼지 쌓인 일자리·경제살리기 법안 하루빨리 처리를…(’12.5.31.)
- 19대 국회도 지각 개원 불가피(’12.6.5.)
- [사설] 19대 국회의원은 오늘 오전10시 등원하라(’12.6.5.)



18대 국회 때도 민주당만 비판했던 언론들


2008년 총선으로 구성된 18대 국회는 현재 21대 국회의 여야 구성과 가장 대비되면서 유사했던 국회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가운데 친박연대 14석, 여당 성향 무소속 18석 등으로 범여권이 185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야당인 민주당은 85석에 그쳤다.


이때는 18대 국회 임기 개시 전인 5월부터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가 정국을 강타할 때였다. 여당이 범여권 185석을 차지하고도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가운데 진행됐던 개원협상은 법정 기한보다 34일이 지연된 7월 10일에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7월 31일에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이 타결됐으나, 타결안 중 ‘장관후보자(3명) 인사청문특위 구성’에 대해 청와대에서 거부 의사 표명하여 결렬되어 8월 26일에야 최종적으로 원 구성이 완료됐다.


이 당시에도 언론은 “역시나 ‘상임위 싸움’ 때문에 ‘지각 개원’으로 ‘법과 원칙마저 무시’하면서 ‘위법’을 저지르고, ‘민생현안’은 ‘뒷전’에 쌓아만 두며 국회를 ‘공전’·‘표류’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말 안 되는 ‘장외투쟁’하느라 ‘국회는 등지고’, ‘서민 고통’은 ‘외면’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며 야당이었던 민주당만 노골적이고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2008년 18대 국회 개원 관련 보도>


○ 조선일보
- 어제 18대 국회 개원식 불발/與도 野도 리더십 ‘진공’…속절없이 쌓이는 민생현안(’08.6.6.)
- 지각 개원 국회, 상임위 싸움에 표류(’08.7.21.)


○ 중앙일보
- [사설] ‘제1당 민주당’의 부끄러운 마지막 나날들(’08.5.19.)
- [사설] 민주당 장외투쟁 말 안된다(’08.5.31.)
- [사설] 가축법은 국회 공전의 이유가 될 수 없다(’08.18.)


○ 동아일보
- [사설] 국회 등지고 제주도서 활짝 웃는 민주당 사람들(’08.6.20.)
- 법 만드는 의원님들, 오늘도 법위반 사실 알고 계십니까/법 위에 국회의원?...‘문 닫은 34일’ 위법(’08.7.31.)


○ 매일경제
- 지각개원 18대국회 김형오 의장 선출(’08.7.11.)
- 여전히 놀고 있는 국회(’08.7.23.)


○ 한국경제
- 서민 고통 외면하는 18대 국회/개원 지연으로 ‘고유가 민생대책’ 내달 집행 물건너가(’08.6.19.)
- 국회 원구성 두달째 표류…氣 싸움에 민생 ‘뒷전’ (’08.7.28.)


○ 서울경제
- [사설] 법과 원칙마저 무시하는 뻔뻔한 국회(’08.8.2.)



21대에 이르러 야당 비판 사라져


21대 국회 들어 여당인 민주당은 개원협상 이전부터 “법정 기일 내 개원”을 공언해왔고, 이에 따라 법정 기한인 6월 5일 국회의장을 선출했으며, 8일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통해 원 구성을 마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야당의 거부와 의장의 중재로 처리를 미룬 끝에 15일에 18개 상임위 중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의 일부를 진행했다.


과거 언론들은 “‘법정 개원시한(6.5일)’을 ‘준수’하라”며 야당을 압박하다가, “입법부인 ‘국회’가 ‘민생현안’과 ‘서민 고통’은 ‘외면’하며 오히려 ‘위법’을 저지르고 ‘개점휴업’·‘지각 개원’하며 일하지 않고 ‘노느라’ 매일 ‘국민 세금 5억5천만원’을 까먹고 있다”는 식의 극언에 가까운 비판을 반복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 이르러 이러한 언론의 단골 레파토리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개원’과 ‘상임위원장 선출’ 모두에 대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없이, 오히려 ‘법정시한’을 준수해 6월 5일 개원하고 국회의장을 선출한 여당(민주당)에 대해 “협치 없이 ‘독주’”하고 “단독으로 ‘반쪽 개원’”을 했다며 윽박지르고 있다.


과거에는 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법을 안 지킨다고 공격하다가, 이제는 법을 지킨다고 공격하는 것이다.


여당의 ‘독주’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법정 기한을 준수하는 것보다 여야의 타협에 따른 국회 운영을 주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과거에 내뱉은 말들을 대한 어느 정도의 일관성은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의 야당에 대해서도 “‘민생현안’과 ‘서민 고통’은 ‘외면’하며 오히려 ‘위법’을 저지르고” 있으며, “일하지 않고 ‘노느라’ 매일 ‘국민 세금 5억5천만원’을 까먹고 있다”는 비판의 10분의 1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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