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었다”“안 먹었다”“따로 먹었다”... 김경수 ‘우군’ 된 갈팡질팡 증언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3 20: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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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수 없는 시간 8시 7분~23분
식사 여부 핵심 쟁점이 된 항소심 재판
“안 먹었다, 모르겠다”로 말 바꾼 증인들
빼도 박도 못하는 조 모씨의 증언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0.6.22/뉴스1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0.6.22/뉴스1

“닭갈비 포장이 100% 맞다”


항소심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재판이 ‘닭갈비’ 집 주인 홍 모씨의 증언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닭갈비 포장이 100% 맞다”는 홍 씨의 증언으로 “식사 시간을 감안할 때 ‘킹크랩’ 시연을 볼 시간이 없었다”는 김 지사 측 주장이 보다 더 확실하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은 그동안 김 지사 보좌관의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영수증, 드루킹 김 씨 부부의 텔레그램, 그리고 당시 참석한 경공모 회원들의 와이파이 기록 등을 근거로 “경공모 산채에 7시 쯤 도착해 8시까지 함께 식사를 하고 9시까지 브리핑을 받은 다음 드루킹과 잠시 독대한 뒤 9시 15분에 산채를 떠났다”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하고 “특검이 주장하는 당일 8시 7분부터 23분까지 ‘독대 상태에서의 킹크랩 시연’은 있을 수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김 지사 측과 특검, 그리고 드루킹 일당의 주장이 일치하는 것은 “1시간 브리핑 후 10~15분간 독대 후 출발”이었다. 특검과 드루킹은 “‘독대’ 상황에서 킹크랩 시연이 있었으며 이를 김 지사가 함께 봤다”는 것이며, 김 지사는 “잠시 독대를 한 것은 맞지만 시연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시간 8시 7분~23분


네이버 로그 기록 상 킹크랩이 구동된 시간이 8시 7분에서 23분까지이므로 이 시점은 움직일 수 없었다. 1심 때만 해도 양측 모두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못했으므로, 특검 측이 개략적으로 제시한 “7시 도착, 8시까지 브리핑, 8시 30분까지 독대 및 시연, 8시 40분 경 출발”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그러나 1심 판결 후 김 지사가 구속된 상태에서 당시 김 지사를 수행했던 비서진의 구글 타임라인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확인된 김 지사의 시간별 동선은 “7시 도착, 8시까지 식사, 9시까지 브리핑, 잠시 독대 후 출발”로 "킹크랩을 본 적이 없다"는 김 지사의 일관된 주장이 입증된 것이다. 김 지사 측의 타임라인에 따르면 네이버 로그 상의 킹크랩 구동 시간은 브리핑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1심 판결에서는 그 날 브리핑 자료가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4부가 킹크랩에 대한 설명으로, 브리핑 말미에 킹크랩에 대해 강조한 뒤 곧바로 자리를 물리고 시연을 실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킹크랩 시연이 브리핑 중간에 끼어들 수도 없는 것이었다.



'포털 댓글 공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와 관련한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4.19/뉴스1
'포털 댓글 공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와 관련한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4.19/뉴스1

“먹었다, 안 먹었다”가 핵심 쟁점이 된 항소심 재판


1심 때만 해도 식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변호인단은 워낙 수시로 뒤바뀌는 드루킹 측 증인들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식사 여부를 빠짐없이 물어봤다. 증인들의 답변은 “먹었다”“확실히 먹었다” “잘 모르겠다”로 그때그때 바뀌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김 지사 측이 증거를 가지고 “1시간 식사 후 1시간 브리핑”을 주장하기 시작해 식사 여부가 중요해졌다. 드루킹은 “닭갈비를 포장해왔지만 김 지사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와서 회원들끼리 미리 따로 먹었다”고 주장했다. 즉 자신들은 먼저 식사를 하고 김 지사는 식사를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브리핑에 들어가 1시간 뒤인 8시 이후부터 시연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어제(22일) 재판에서 드루킹의 동생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드루킹은 1심 과정에서 식사와 관련된 진술을 한 적이 없기에 이런 주장이 가능했지만, 워낙 중구난방이었던 다른 참석자들까지 갑자기 “김 지사 도착 전 따로 식사” 주장으로 입을 맞추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들이 택한 것이 “안 먹었다” 혹은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였다.



허익범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항소심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9/뉴스1
허익범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항소심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9/뉴스1

“안 먹었다, 모르겠다”로 일제히 말 바꾼 증인들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식사와 관련해 김 지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 적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그게 중요하지 않았을 뿐이다. 드루킹 측 핵심인물 중 하나인 ‘서유기’ 박 모씨는 2018년 7월 5일 특검 조사에서 “2016년 가을경 드루킹의 초대로 김경수가 산채에 방문했고,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같은 층 홀로 옮겨서 대기하다가 (드루킹과 김 지사, 경공모 회원들이) 강의실로 이동했다”고 진술했고, ‘둘리’ 우모씨는 지난해 7월12일 “저는 그날 김경수 의원과 식사를 같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은 7월 26일자 수사보고서에서 김 지사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공모 회원들끼리만 닭갈비 가게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 이 수사보고를 기점으로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들은 증언이 번복된 이유에 대해 “김 지사의 첫 번째 방문 때 식사를 같이 했는데 그것과 헷갈린 것”이라며 “두 번째 방문이었던 11월 9일에는 같이 밥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둘러댔다.



김경수 지사가 재판정으로 향하면서 잠시 미소를 짓고 있다. 2020.6.22/뉴스1
김경수 지사가 재판정으로 향하면서 잠시 미소를 짓고 있다. 2020.6.22/뉴스1

빼도 박도 못하는 조 모씨의 증언


그러나 빼도 박도 못하는 증인이 한 명 있었다. 어제 재판에서 재판부가 ‘위증죄’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던 조 모씨였다. 조 씨는 수사 과정과 1심 증언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유달리 명확하게 밝혔다. “내가 확실히 기억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1심 당시 특검 신문에서는 묻지도 않았는데 “식사를 했다”고 했다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는 “분명히 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어제 재판에서는 "제가 저녁 먹은 것을 여러 번 다시 생각해봤는데, 저녁을 먹지 않았던 것 같다"며 "닭갈비를 먹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다른 증인들은 “첫 번째 방문과 헷갈렸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는데 조 씨는 그럴 수가 없었다. 조 씨는 외국에 있다가 10월에 입국해 김 지사의 11월 9일이 김 지사를 직접 본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 씨의 특검 진술과 1심 진술은 “김 지사와 회원들이 함께 식사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언이 된다.


드루킹의 주장대로 “닭갈비를 포장해온 것은 맞는데 회원들만 따로 먼저 먹었다”는 게 특검 측의 유일한 탈출구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특검은 수사보고서에 “경공모 회원들끼리 닭갈비 가게에서 따로 먹었다”고 사실과 전혀 다르게 기록을 해놨고, 다른 증인들은 차마 지금에 와서 “김 지사 오기 전에 따로 먼저 먹었다”고 진술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수사 초기부터 1심과 항소심을 거치는 동안 수시로 뒤바뀌면서 김 지사 측을 괴롭혔던 경공모 회원들의 오락가락 갈팡질팡 증언 번복은, 항소심 막판에 이르러 김 지사 측을 돕는 가장 확실한 ‘우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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