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의 핵심 ‘민주적 통제’, 한동훈 사건으로 완성되나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7 16: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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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민주적 통제의 원칙’ 확고하게 선언
‘검찰만의 세계’를 추구해왔던 검찰
사안의 핵심은 검찰총장의 ‘측근 감싸기’
정치검찰이 자초한 법무부의 강력한 지휘·통제
참여정부 이래 추진해왔던 오랜 노력의 결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7.6/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7.6/연합뉴스

7일 법무부 입장 발표로 검찰의 찌질한 반란은 거의 진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입장은 지금까지 한동훈 검사 감찰 및 수사와 관련된 지휘와 입장 발표 등으로 이어진 법무부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하고, 그간 검찰 내부와 언론 등에 의해 제기된 소심한 반발들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불가의 논리로 제압하고 있다.



법무부가 확고하게 제시한 ‘민주적 통제의 원칙’


법무부의 입장문에서 가장 강력하게 강조한 것은 “법무부장관이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최종적인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지적했다.


법무부는 “검찰청법 제8조 규정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총장에 대한 사건 지휘 뿐만 아니라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취지의 포괄적인 감독 권한도 장관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총장의 지휘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법무부장관이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장관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검찰의 민주적 통제 원칙’을 확고하게 천명한 것으로, 요약해서 얘기하자면 “검찰은 법무부 장관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이니 잔 말 말고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검찰의 민주적 통제 원칙은 국민의 신체와 생명과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은 반드시 선출된 권력에 의해 통제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한 검찰청법 제8조다.



‘검찰만의 세계’를 추구하며 법무부 위에 섰던 검찰


검찰은 언제나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그들만의 철옹성을 추구해왔다. 이른바 사법부에 대응한다는 의미의 ‘준사법기관’으로서 인사권은 물론 예산도 법무부 예산에서 분리해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틈만 나면 펼쳐왔다.


검찰의 이러한 시도는 국민들의 인식에도 각인되어 검찰청은 정부조직에서 독립된 기구로서, 법무부 장관의 통제는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수사지휘권만을 통해 행사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다분히 존재한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된 국민도 적지 않을 정도다.


또한 법이 규정한 ‘수사지휘권’ 역시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있으며, 검찰에 대한 인사권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한 규정을 들어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사안의 핵심은 검찰총장의 ‘측근 감싸기’


그러나 한동훈 사건과 관련된 윤석열 총장의 오락가락 처신과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얕은 수작은 역설적으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과 수사지휘권이 확고하게 자리를 내리는 계기가 됐다.


법무부는 입장문에서 이 사건의 성격을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수사 대상인 사건”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스스로 지휘를 자제하거나 마땅하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검찰총장 스스로 최측근인 현직 검사장과 직연 등 지속적 친분 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였기에 대검 부장회의에 관련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을 일임하였던 것”을 상기시키고,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그 결정을 뒤집고 대검 부장회의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다”며 검찰총장의 이율배반(二律背反)이 사건의 핵심 문제임을 강조했다.



정치검찰이 자초한 법무부의 강력한 지휘·통제


어떤 권한과 권력이라도 그 행사는 제한적이고 세심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은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검찰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과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강력하게 행사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당시 김종빈 총장이 지휘에 응하면서도 사퇴로 반대의 의사를 밝힌 것은 나름 검찰 내외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행위였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의 행위는 검찰의 수사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것도 아니었으며, 사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스스로 뒤집고, 이런저런 혼란스런 수사개입 행위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게다가 검사장회의라는 비공식절차를 통해 법무부로부터 곧바로 반박될 수밖에 없는 “총장 지휘권 배제는 부당·불법”이라는 허술하면서도 타당하지도 않은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그동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검찰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도구로 활용돼왔던 ‘집단행위’마저 힘을 잃게 됐다.



참여정부 이래 민주적 통제를 위한 오랜 노력의 결과


한동훈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수사팀의 수사 환경을 보호하고 △측근이 당사자인 사건에 대한 총장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이 기득권 보호를 보호를 위해 동원해왔던 ‘수사권 개입’과 같은 주장을 펼 수 없는 사안이다.


이번 수사지휘를 계기로 법무부를 통한 검찰의 민주적 통제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검찰총장과 일부 검찰의 행위는 측근 감싸기와 함께 “검찰총장의 권한은 누구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비현실적 집착을 바탕으로 한 반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지극히 타당하고 정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추미애 장관의 정교한 대응과 검찰의 자폭과 자해행위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참여정부 이래 지속해왔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원칙’ 확립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서의 측면이 강하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주체여야 할 법무부는 민주정부 이외의 시기에 검찰과 한 통속 노릇을 해왔을 뿐이다.


참여정부 초대 강금실 장관은 비검찰 출신의 최초 여성 장관이라는 임명 그 자체가 ‘민주적 통제’의 첫걸음이었고,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구체적인 통제 사례를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장관인 박상기 장관의 재임 기간 동안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조국 장관은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감찰권 실질화 등 법무부가 검찰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추미애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특별수사단과 같은 비직제 수사부서, 특임검사의 임명 등도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하여 검찰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더욱 확대시켰다.


검찰의 난동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정교하면서도 강력한 대응은 이와 같이 오랜 기간 축적된 민주적 통제를 위한 정치적·제도적 노력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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