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유시민 강연료는 주가조작”... 녹취록 공개하며 발언 삭제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2 02:25:21
  • -
  • +
  • 인쇄
“편집 없는 전문” 강조한 21일 공개본... 핵심부분 삭제
이동재, 4차례 편지에서 '유시민 강연료' 반복해서 언급
뉴스공장만 주목한 18일 공개본의 “주가조작” 발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0.7.17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0.7.17

“편집 없는 전문” 강조한 21일 공개본... 그러나 핵심부분 삭제


이철 전 VIK 대표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 변호인이 지난 2월 한동훈 검사와 이동재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전문(全文)이라며 21일 녹취록을 공개했다.


20일 MBC가 이철 전 대표를 대상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연루 여부를 취재해보겠다는 말에 대해 한동훈 검사가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 및 해명의 성격이었다.


당초 이동재 측 변호인은 18일 KBS 보도에 반박하기 위해 녹취록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었다. 18일 공개본에는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는 부분만 공개하며 “공모가 아닌 덕담 차원”이라고 반박했었다.


그러나 20일 MBC는 그 대목 앞에 이동재 전 기자의 취재계획에 대해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고 동의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보도했고, 이에 대해 이동재 측 변호인은 녹취록의 취지가 왜곡됐다며 전문을 공개한 것이다. 특히 변호인은 해당 문건의 서두에 “녹취록 부분 공개가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전체 녹취록을 편집 없이 그대로 공개합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21일 공개한 녹취록은 변호인의 말처럼 “편집 없이 그대로 공개”한 것이 아니었다. 18일 일부 공개한 부분에서 포함돼있던 중요 내용이 삭제된 것이다.


18일 공개본에서의 문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이동재: 결국에는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천만 원씩 주고 했을 것 아니예요. 그런 것들을 한 번. 아 옛날에 한 번 보니까 웃긴 게 채널A가 그런 영상이... 협찬 영상이 VIK를... ...


■ 한동훈: 진짜 그렇게 많이 하면 그게 거기 있는 사람에게 강연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 주가조작 차원이잖아 그것도.


▷ 이동재: 옛날에 VIK영상보니까 한국당에 윤형석에 양산 쪽 그 아저씨랑 몇 분 계시더라고요 여기까지 가겠나 싶겠지만 아무튼 유시민은 좀.


■ 한동훈: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


그런데 이 부분이 21일 공개본에서는 붉은 색 표시 부분이 삭제된 채 아래와 같이 편집됐다.


▷ 이동재: 결국에는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천만 원씩 주고 했을 것 아니예요. 그런 것들을 한 번. 아 옛날에 한 번 보니까 웃긴 게 채널A가 그런 영상이... 협찬 영상이 VIK를... ...


■ 한동훈: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


즉 이동재가 유시민 이사장이 “결국에는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천만 원씩 주고 했을 것”이라고 하자 한동훈이 “강연료로 3천만 원씩 받고 이를 홍보하는 것은 주가조작 차원”이라고 응답한 부분을 삭제해버린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한동훈 검사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한동훈 검사

이동재, 4차례 편지에서 유시민 강연료 반복해서 언급


유시민 이사장의 강연료는 이동재가 이철 전 대표를 협박하여 얻어내려 했던 부분이고,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도 실제로 이 방향으로 진행됐다. 즉 이동재가 이 전 대표를 통해 알아내려 했던 유시민 이사장의 강연료에 대해 한동훈이 ‘주가 조작’이라고 정의를 내린 것으로 유시민 이사장의 강연료는 이 사건의 전 과정을 일관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동재는 한동훈과 부산고검에서 만난 바로 다음 날인 2월 14일 서울중앙지검 우체국에서 보낸 첫 번째 편지를 시작으로 이철 전 대표에게 총 네 차례에 걸쳐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 네 개의 편지에 유시민 이사장의 강연료를 빠짐없이 반복해서 강조하며 언급했다.


2020년 2월 17일(※수신일 기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대표님과 유시민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와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강연 등의 대가로 얼마나 돈을 건네셨는지도 궁금하고, 이 분들이 실제 신라젠 주식을 많이 샀었는지도 궁금합니다.


2020년 2월 20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유시민 이사장 등 정관계 핵심인사 관련 의혹이 궁금합니다. 강연 등의 대가로 얼마를 받으셨는지도 궁금하고요. 이 분들이 실제 신라젠 주식을 샀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차피 압수되어 넘어갈 주주명부도 궁금합니다.


2020년 3월 5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유시민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강연과 행사참석 대가로 얼마를 받았는지, 이후 주식 매입에도 관여했는지 궁금합니다. 주주명부도 궁금합니다.


2020년 3월 10일


대표님도 '카드'가 있을 것입니다. 유시민 전 장관 등 정관계 인사에게 강연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건넨 내역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신라젠 주식 매입 당시 정관계 인사 등이 관여한 내역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밖에 제가 모르는 장부 등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한편 이철 전 대표는 3월 20일 MBC와위 서면 인터뷰를 통해 “3월 12일 금조2부 000검사실 000에서 해외송금 관련 사건으로 진술인 조사를 받았는데, 사건과 무관한 법인계좌의 송금내역 및 저의 개인통장의 송금 내역 등을 질문했다”며 “마치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그 사람에게 현금을 전달한 것으로 예단한 질문들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의 질문은 “2013. 11. 00일경 법인계좌에서 21,000,000원이 출금 되었는데 이는 어떤 용도인가요?라는 식의 질문이 7~8개” 있었는데, “법인의 회계 장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인데 현금으로 출금되었다는 사실을 핵심으로 해서 질문의 목적을 드러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2월 14일 한동훈과 이동재가 만나 “유시민 강연료 3천만원” “강연 홍보는 주가조작 차원”이라는 대화를 나눈 뒤, △이동재는 이철 전 대표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강연료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했으며, △검찰은 이 전 대표를 소환해 2100만 원 등 법인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된 금액에 대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집중적으로 심문했다.


결론적으로 △한동훈과 이동재의 부산 만남, △이철 전 대표에 대한 이동재의 협박, 그리고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가 모두 ‘유시민 강연료 3천만원’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동훈의 “주가조작” 발언은 이런 연결고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7월 20일 MBC 보도
7월 20일 MBC 보도


뉴스공장만 주목한 18일 공개본의 “주가조작” 발언


한편 18일의 녹취록 일부 공개로 KBS는 전날 보도에 대해 사과하며 기사를 삭제했고, 모든 언론은 오로지 ‘KBS의 오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동재 변호인 측이 공개한 녹취록 일부의 전문을 게재한 매체는 많았으나 한동훈의 ‘주가조작’ 발언에 주목해 강조한 언론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유일했다.


20일 아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양지열 변호사는 “이동재 기자는 (유시민 이사장이) 고액의 강연료 3천만 원을 받고 강연을 해줬다고 했다”며 “이에 대해 한동훈 검사장은 ‘그렇게 돈을 많이 받고 거기서 강연해 주고 그걸 홍보를 하면 그것 자체가 주가조작 차원이다’라고 답변한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사건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로 인식했다면 그런 식(주가조작 차원)으로 사건을 접근했을 수는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그것만으로 물론 공모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뭔가 의혹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공개된 녹취록에서도 나온다라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공장 외의 모든 언론은 알고서 무시했는지, 인지조차 못한 것인지 ‘주가조작’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보도하지 않았다.


21일 공개본이 MBC 보도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반박의 내용은 보잘 것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동재 측 변호인의 이날 녹취록 전문 공개는 모든 언론이 ‘주가조작’ 발언에 대해 무시하거나 침묵하는 가운데 18일 공개본에서 본의 아니게 노출됐던 ‘주가조작’ 발언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저작권자ⓒ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