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①] “검찰 증거 1호 PC... 은폐·누락·오염·기망으로 얼룩진 불법 증거”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2 19: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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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열린 정경심 교수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1심에서 검찰의 핵심 증거인 강사휴게실 PC에 대해 세 가지 허위 사실을 입증해냈다. 즉 검찰이 중요 사실을 누락하거나 은폐하고, 허위로 가공된 사실을 별도의 포렌식 과정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첫째 강사휴게실 PC가 2013년 6월 방배동에 있었다는 주장의 증거인 ‘22개의 137 아이피’, 둘째 강사휴게실 PC 임의제출 직전 검찰이 USB를 접속한 흔적, 셋째 임의제출 요구의 근거가 된 ‘컴퓨터 뻑감’. 이 셋이 모두 허위이거나 증거 오염 행위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별다른 항변을 할 수 없었고, 재판부는 포렌식과 관련된 피고인의 종합 의견을 5월 26일까지 정리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작용을 했던 강사휴게실 PC에 대한 포렌식을 전면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될 당시의 정경심 교수의 PC 2대



검찰 증거 “2014년 이전 22개의 아이피”는 허위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방배동 자택에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조에 사용된 PC는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PC다. 검찰은 이 PC가 2013년 6월 16일 당시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근거로 컴퓨터를 포맷한(실제로는 윈도우즈 업데이트) 2014년 4월 이전 2년 동안 끝자리가 137인 아이피가 22번 발견됐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137 아이피는 방배동 자택에서 사용한 공유기의 아이피로 추정된다. 즉 ‘범행’ 시점인 2013년 6월 16일의 접속 기록은 복원되지 않았지만 2014년 4월 이전 2년 동안 동일 아이피가 22회 발견됐으므로 장소 이동 없이 방배동에 계속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1심 이후 자체 포렌식을 통해 22번의 137 아이피 접속 기록이 시기적으로 1년 가까이 비어져 있고, 그 빈 공간에 끝자리가 112인 아이피가 6개월 가까이 연속적으로 접속된 기록을 발견했다.

즉 22번이나 있다는 137 아이피 접속 기록 외에 다른 아이피의 접속 기록이 더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공유기의 특성상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아이피로 접속했다는 것은 PC 자체를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2014년 4월 이전에 22개의 137 아이피가 확인되므로 강사휴게실 PC는 2013년 6월 16일에 방배동에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 ▲ 변호인단 포렌식을 통해 새로 확인된 강사휴게실 PC의 아이피 접속 기록. 가운데 붉은 색 112 아이피 부분이 새로 발견한 부분.



“2013년 6월, 강사휴게실 PC는 방배동에 없었다” 


특히 137 아이피와 112 아이피는 사용 기간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137 아이피는 2012년 7월까지 기록이 있다가 1년이 넘은 2013년 8월에 다시 나타난다. 그 사이에 112 아이피가 14회 접속한 기록이 확인됐다.

이러한 기간 구분은 강사휴게실 PC의 사용장소에 대한 정경심 교수의 초기 증언과 일치한다. 정 교수는 “2012년 선물을 받고 방배동에서 사용하다가 2012년에 동양대로 옮겼고, 다시 2014년 경 방배동으로 다시 가져와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2013년 8월과 2014년이라는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동양대로 가져갔다가 다시 방배동으로 가져왔다는 맥락은 일치하는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아이피 접속 기록이 오히려 “강사휴게실 PC가 2013년 6월 16일에는 방배동에 없었다”는 것을 역으로 입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112 아이피의 존재를 숨긴 채 22개의 137 아이피만 증거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나 정상도 법원에 제출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 이것을 ‘검사의 객관의무’라고 부른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 사건에서 이러한 객관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 

 

 

▲ 검찰이 강사휴게실 PC 임의제출 전 PC에 접속한 USB와 동일한 기종dls 삼성 포터블 SSD T3



검찰, 임의제출 전 USB 접속으로 증거 오염

변호인단은 또한 검찰이 강사휴게실 PC를 임의제출 받기 전 약 1분간 USB 드라이브를 접속한 기록을 확인했다. 또한 검찰이 이 시간에 김 조교를 밖으로 내보냈다는 것도 확인했다. 즉 검찰이 스스로 ‘PC의 관리자’로 지목한 김 조교를 내보낸 채 수사관들만 있는 상태에서 USB를 접속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증거 오염’에 해당한다. 증거는 최대한 발견 시점 이후에 어떠한 외부 접촉이 제한된 채 발견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그 이후의 접촉은 증거 내용의 변질, 누락, 추가 등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거 오염’은 그 가능성만으로 증거 능력 배제의 사유가 된다. 또한 증거로 채택돼 판결이 이루어진 이후라도 오염 가능성으로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사휴게실 PC의 경우는 디지털 증거로서 USB를 1분 넘게 접속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심각한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심지어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어떤 ‘증거’를 심어넣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자료를 선별해서 가져가기 위한 목적으로 포렌식 프로그램이 설치된 USB 장치를 연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영장도 없이, 임의제출 절차도 없이 현장에서 포렌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불법행위다.
 

변호인은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저장용량 250GB 이상이 되는 USB가 정상종료 전까지 1분13초 동안 연결됐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원본 오염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동양대 강사휴게실/아주경제 김태현 기자 제공



임의제출 위한 거짓말 “컴퓨터가 뻑갔다”


“컴퓨터가 뻑갔다”는 것은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구동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2019년 9월 10일 강사휴게실에 방치돼있던 PC에서 이른바 ‘조국 폴더’를 발견한 후 파일을 살펴보다가 “컴퓨터가 뻑갔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가져가야겠다”며 임의제출 절차를 거쳐 서울로 가져왔다.

그리고 컴퓨터에 있는 오만가지 파일을 다 뒤져보며 없는 사건을 만들기도 하고, 피의사실과 관계도 없는 사생활 관련 내용을 임의로 공개하며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명예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포렌식 결과 “컴퓨터가 뻑갔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른 거짓말임이 확인됐다. 검찰은 불법적으로 컴퓨터를 압수해가기 위해 컴퓨터의 관리자로 지목한 김 조교와 학교 관계자들을 기만한 것이다.

“컴퓨터가 뻑갔다”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종료되어 재구동 또한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만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이 컴퓨터의 종료와 구동 기록은 모두 정상 종료와 정상 구동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임의제출 절차가 진행된 2019년 9월 10일 오후 7시 30분부터 그 이후 재구동까지 비정상 종료와 비정상 구동 기록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정경심 교수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주장은 허위와 은폐, 왜곡, 취사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거의 대부분을 기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건에서 검찰은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증거에 있어서 수집에서부터 처리, 제출에 이르기까지 허위와 기만으로 일관해왔던 것이다.

 

☞[정경심 항소심②] “PC 임의제출 전 USB 접속”... 당황한 검찰의 횡설수설 해명

☞[정경심 항소심③] 모두가 낚였던 ‘마비노기’의 진실... 검찰의 현란한 눈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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