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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은 왜 갑자기 자기 말을 뒤집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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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은 왜 갑자기 자기 말을 뒤집었나
  • 고일석
  • 승인 2020.03.2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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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 건 기소 윤석열과 대검의 압박에 따른 것
박형철 불기소 땐 직권남용 논리 전개 불가능
박, 자신이 기소되자 기존 증언 뒤집어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아무도 몰랐던 박형철 기소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유재수 관련 직권남용 사건의 첫 번째 준비기일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박형철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이 이미 종료돼 사실관계 확인 및 후속조치 관련 권리행사를 방해하지 않았으며, 후속 조치는 특감반 권리가 아니라 민정수석 권한에 속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우선 박형철의 입장이 바뀐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박형철이 이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되어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게된 것도 놀랍다. 박형철이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관련해 기소된 것은 당시 크게 알려졌지만, 유재수 사건에도 기소가 됐다는 사실은 첫 공판 이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검찰의 논리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백원우 비서관과 협의하여 박형철에게 감찰 중단을 지시했고, 이에 대해 박형철은 검찰 수사 의뢰를 주장했으나 조국 민정수석이 기관 통보로 무마시켰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박형철은 조국 전 민정수석에게 씌워진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의 피해자이지 피의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입장이 뒤바뀌어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의 공범으로 기소가 돼있던 것이다.

 

실무 단위인 특감반이 권리행사의 주체?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권리행사방해‘의 피해자, 즉 방해받은 권리행사의 주체는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의 실무 단위인 특감반이 돼버린다. 의사결정 단위가 아닌 실무 단위가 어떤 ’권리행사‘의 재량을 가진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조국 전 장관의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검찰의 논리는 아예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따라서 이 재판은 하나마나한 재판이 돼버렸다.

박형철은 최초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뒷받침하는 핵심 증인으로서 역할해왔다. 즉 자신은 “감찰을 지속하거나 종결하더라도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조 전 수석과 백원우 전 비서관이 자신을 배제한 채 감찰 중단을 결정해 자신에게 지시했으며, 검찰 수사 의뢰 주장도 묵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형철은 뜻하지 않게 피고인의 자리에 서서 그동안 검찰과 자신이 주장하던 논리를 전면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더브리핑의 취재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는 기소를 위한 최소한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동부지검 내부의 이견과 조국 전 장관 기소가 우선 급했던 윤석열과 그 수하들의 어쩔 수 없는 헛발질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부터 기소에 대해 유동적이었던 동부지검

수사실무진은 조 전 장관 기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지휘부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박형철의 증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감찰 계속 혹은 중단 여부에서부터 후속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민정수석의 재량권 범위에 있는 것이며, 이에 따른 결정을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특히 박형철과 백원우에 대한 기소에 대해서는 논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윤석열의 기소 압박이 워낙 맹렬했다. 윤석열은 대검의 공식 계통과 동부지검의 자기 라인 검사를 총동원해 ‘무조건 기소’를 압박했고 아울러 ‘박형철 불기소’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런 내부 대립의 와중에서 ‘기소 강행’ 측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당시 재판부의 “구속 불필요하나 중죄”라는 오묘한 언론플레이로 ‘기소 강행’ 측의 승리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의 기소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 측이 나름대로 제시한 대안이 ‘박형철도 기소’였다. 박형철은 민정수석실 내에서 특감반의 운영을 지휘하는 반부패비서관실의 책임자였으며, 유재수 감찰 건에 대해 권리행사방해 행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주장하려면 지휘라인에 있는 박형철의 책임을 없는 것으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조국 전 장관의 기소가 무엇보다 다급했던 윤석열과 대검은 ‘모두 기소’를 용인했고, 이에 따라 박형철도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의 가해자로서 함께 기소된 것이다.

 

박형철 입장 변화로 하나마나 된 재판

박형철은 자신이 기소되자 기존의 증언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게 됐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려면 마치 자신에게 재량권이 있었고, 이의 행사를 민정수석이 방해했다는 논리를 더 이상 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판에 임하여 “특감반의 사실관계 확인 및 후속조치는 특감반 권리가 아니라 민정수석 권한에 속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논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유재수 감찰 건의 실체는 재판을 통해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지만, 검찰의 주장대로 민정수석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해도 그것조차 민정수석의 정당한 권한 내에 있는 것이다. 이를 마치 반부패비서관의 권한을 부당하게 방해하고 침해한 것처럼 꾸미려던 윤석열과 박형철의 공모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쨌던 자체적인 논리의 부실로 스텝이 꼬여버린 것이다. 

유재수 감찰 건은 사건 실체와 관계없이 조국 전 민정수석의 판단과 행위가 개입된 것으로 외형 상으로는 가장 그럴 듯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박형철의 불가피한 입장 변화로 더 이상 재판을 통해 뭘 밝힐 것도 없게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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