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2-28 21:53 (금)
[정경심 2차공판④] 또 한 번 드러난 맹탕·황당·허당 기소
상태바
[정경심 2차공판④] 또 한 번 드러난 맹탕·황당·허당 기소
  • 고일석
  • 승인 2020.02.01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국 전 장관/뉴스1
조국 전 장관/뉴스1

“증거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9월 6일 첫 기소

2019년 9월 6일,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청문회가 끝날 무렵 검찰은 기습적으로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당시 언론은 “검찰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관계가 혐의를 입증할 만큼 탄탄하다고 보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9월 6일의 공소장은 6하원칙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A4 용지 한 장 짜리 공소장이었고, 2차 공소장에 의해 스스로 통째로 부정당한 기소였다.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법원이 공소기각을 하거나 검찰 스스로 공소철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정말 그럴까봐 조마조마했다.

검찰이 9월 6일 기소에 대해 어떤 증거를 내놓는지 한 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알고 검찰도 알듯이 그 기소 내용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재판정에서 스스로 제기한 공소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제 입으로 말하는 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었다.

다행히 “한 개의 표창장에 두 개의 기소”라는 한국 사법사상 초유의 재판이 열리게 됐으니 내가 바라는 대로 “2012년 9월 7일 이름을 알 수 없는 공범과 함께 총장의 직인을 날인했다”는 혐의 사실에 대한 증거로 뭘 내놓든지, 아니면 제 입으로 “증거 없음''을 고백하든지 둘 중 하나를 볼 수 있게 됐다.

 

2019년 9월 6일 조국 전 법무장관 청문회/뉴스1
2019년 9월 6일 조국 전 법무장관 청문회/뉴스1

재판부, 검찰에 ‘증거같은 증거’ 요구

지난 1월 22일 정 교수의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검찰에 대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이후 절차에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더 구체적으로 "실질적 소유자, 실질 주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주주총회나 배당금, 주주로서의 권리 등에 대해서 서류조사나 증인신문을 통해서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주장은 모두 정경심 교수와 동생이 조범동에게 건넨 총 10억원이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자금 흐름에서 정 교수가 실소유주 혹은 경영 및 자금 운영에 실권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그를 위해서는 정 교수나 조범동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에 대해 재판부는 “말로만 주장하지 말고 주주총회나 배당금, 주주로서의 권리 등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으로 입증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즉 재판부가 그동안 살펴본 증거에는 마땅한 ‘물적 증거’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에 앞선 조범동씨에 대한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정 교수나 조범동씨가 코링크PE의 실소유주였다는 주장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 참고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내 "WFM 인수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조씨가 코링크PE의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코링크PE의 실소유주는 조씨'"라고 증언하게 하거나, 정경심 교수의 문자메시지 등 지엽적인 정황증거만 제시할 뿐이었다.

 

정경심 교수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방청객들/뉴스1
정경심 교수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방청객들/뉴스1

‘진짜 증거’ 애써 무시하는 검찰

31일 열린 정경심 교수에 대한 2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정교수와 조범동의 부인 사이에 맺어진 금전 소비대차 계약서를 제시했다. 재판부가 “계약일자가 (정 교수 측이 주장하는 2015년 12월 30일이 아닌) 2016년 12월 30일로 되어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변호인은 “단순 오타”라고 설명했다.

계약서의 내용에 있어 대여기간이 “2015년 12월 30일부터 2017년 12월 30일까지”로 되어 있고 이자지급방법에 대해 “2016년 1월 2일부터”라고 기재된 점을 볼 때 계약일자의 “2016년”이 ''2015년''의 오타라는 점은 쉽게 납득이 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이 제시한 문건은 투자관계나 다른 사실관계를 숨기기 위해 실질적 대여자가 아닌 이씨의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진정한 문서로 보기 어렵다”며 계약서의 진실성을 부인했다. 그러고서 내놓는 것이 죄다 문자 메시지 아니면 카톡 메시지다.

검찰이 스스로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해당 계약서가 ‘위조 사문서’임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도 “마치 5억 원을 연이율 11%로 대여하는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과 같은 외양을 갖추기로 하고”라며 계약서의 진실성을 부인하면서도 ‘허위’ 혹은 ‘위조’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검찰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문서 위조'

이 계약서가 허위거나 위조된 것이라면 이는 검찰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이 계약서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할 때 재산등록에 제출된 서류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문서 행사에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된다.

한 개의 혐의도 아쉬워서 공주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체험활동 확인서'까지 위조됐다고 우기며 악착같이 공소사실에 포함시킨 검찰이 이런 명명백백한 사문서 위조와 동 행사에 공직자윤리법 위반까지 애써 무시하고 마치 없는 것 취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가 뭐든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실물로 존재하는 한 검찰이 그것을 무력화할 수 있는 다른 엄청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재판은 하나마나다. 검찰의 모든 논리가 “정 교수와 동생이 조범동에게 지급한 10억은 투자”라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와 무관한 소소한 혐의들도 있지만 대체로 중요한 혐의들은 “대여가 아닌 투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서울중앙지법/뉴스1
서울중앙지법/뉴스1

고작 내놓은 것이 “강남 건물주의 꿈”

검찰은 변호인의 변론이 끝난 뒤 느닷없이 문자메시지 하나를 내놨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인 2017년 7월 7일의 것으로 조범동씨의 권유를 받은 코링크PE의 블루코어펀드에 대해 동생에게 함께 참여하기를 권하면서 보낸 것이다.

여기서 정경심 교수는 “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 '나 따라다녀 봐', '길게 보고 앞으로 10년 벌어서 애들 독립시키고 남은 세월 잘 살고 싶다'”라고 동생에게 얘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 문자메시지를 제시한 뒤 "조범동씨에게 펀드 투자 설명을 듣고 수백억대의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인데, 이는 이해 충돌의 방지를 위한 백지 신탁 등 통상의 간접투자로는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경심 교수가 백지신탁을 해놓으면 수백억 강남 빌딩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더 큰 이익을 바라고 코링크PE의 블루코어펀드에 가입했다는 얘긴데,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시사인 고재열 기자가 정 교수에 대한 2차 공소장을 보고 “‘저 아줌마 정말 이상해요’ 검찰의 공소장을 한 줄로 요약하면 그렇다”고 힐난한 것처럼, 10억 남짓 하는 사모펀드에 가입하면서 강남 빌딩 살 꿈을 꾸는 게 가당치 않다는 얘기는 할 수 있어도 그게 공소사실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정경심 교수를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들어서는 조국 전 장관/뉴스1
정경심 교수를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들어서는 조국 전 장관/뉴스1

검찰은 언플 그만 하고 재판을 하라. ‘증거’를 가지고.

검찰이 내놓는 ‘증거’라는 건 다 이런 식이다. 1월 20일 조범동씨 재판에서도 공소사실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꾸기 카톡’으로 모든 언론을 뒤덮더니 이번에도 ‘강남 건물주의 꿈’ 카톡으로 변호인단의 치밀한 변론을 다 덮어버렸다.

검찰은 아마 카톡이 없었다면 재판을 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모든 증거가 다 메신저로 귀결된다. 물론 검사들도 나름 법을 공부한 사람들인데 이런 내용들이 증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다 알 것이다. 단지 조 전 장관 수사에 몰빵했던 검사들은 ‘증거’를 제시해 재판에 이기는 것보다는 언론플레이에 훨씬 능해서 카톡 메시지를 매우 유효적절하게 잘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무슨 결정적인 증거를 꽁꽁 숨겨놓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검찰이 증거랍시고 뭘 내놓는 족족 변호인단에게 판판이 깨지고 있다. 아니, 애초에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변호인단이 31일 재판에서 제시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도 검찰이 제시한 무슨 증거에 대한 반증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다. 아무 물적 증거도 없이 카톡 메시지만 가지고 ‘투자’라고 우기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변호인이 ‘대여’라는 확고한 물적 증거를 능동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수사야 정황으로 하더라도 재판은 증거로 해야 하지 않는가. 카톡으로 언플하는 재주는 충분히 봤으니 이제는 ‘증거’를 가지고 재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맨날 언플만 할 것 같으면 기업체 홍보실로 갈 일이지 왜 검찰청에 쳐박혀 있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